5년째 '전속 모델'인 굳건이…올해도 새 가족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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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해 '유기견 달력' 펴내는 보호소 "불편한 진실 마주해야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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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견 보호소 '유엄빠'의 굳건이

[박민희 유엄빠 대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이율립 기자 조윤희 수습기자 = 2026년을 하루 앞둔 지난달 31일 경기도 시흥의 '유엄빠' 유기견 보호소. 130여마리가 머무는 이곳의 문을 열자 몇몇 강아지가 뛰어오며 낯선 방문객을 반겼다.

한쪽 구석에 있던 흰색 믹스견 '굳건이'도 움직이지 않는 뒷다리를 이끌고 기자 곁으로 다가와 몸을 비볐다. 유엄빠 박민희 대표는 "사람이 좋으니 만져달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6∼7살로 추정되는 굳건이는 2021년 교통사고로 뒷다리가 마비돼 보행 기기를 쓰지만, 누구보다 사람을 잘 따른다고 했다.

굳건이는 이 단체가 유기견 사진으로 만든 2026년 달력의 2월 면 주인공이다. 몇 년째 달력에 등장해 '전속 모델'로도 불린다. 이는 역설적으로 오랜 시간 입양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박 대표는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입양 문의조차 없는 경우가 많다"며 안타까워했다. 2025년의 경우 달력에 등장한 유기견 24마리 가운데 5마리가 새 가족을 만났다.

이미지 확대 유기견 보호소 '유엄빠'의 2023(왼쪽부터)·2025·2026년 캘린더

유기견 보호소 '유엄빠'의 2023(왼쪽부터)·2025·2026년 캘린더

[촬영 조윤희 수습기자]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유기 동물 한 마리당 보호 비용은 2024년 43만5천 원으로 전년 대비 31.4% 늘었다. 종사 인력은 999명으로 소폭 증가했으나, 구조 이후의 장기 돌봄을 책임지기에는 여전히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민간 보호소들이 수년 전부터 달력 제작 등 자체 재원 마련에 나서는 이유다.

유엄빠가 제작한 올해 달력 1천부는 1부에 2만 5천원이라는 가격에도 최근 전량 소진됐다. 봉사자와 후원자 배부용을 제외한 판매 수익금 약 1천500만원은 장기 보호견들의 치료비와 접종비 등으로 쓰일 예정이다. 박 대표는 "구조된 지 오래된 개들은 모금이 쉽지 않지만, 기본적인 돌봄은 멈출 수 없다"고 강조했다.

현장에선 달력이 유기 동물에 대한 인식 변화의 씨앗이 되길 바라고 있다. 보호소에서 강아지를 입양한 김리원(39)씨는 "아이들 하나하나의 사연이 담겨 있어 더 마음이 쓰였다"고 말했다. 보호소 봉사자인 성채현(30)씨는 "동료들이 책상 위 달력을 보며 유기견 입양이나 후원에 더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박 대표는 유기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유기견에 대한 인식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유기견을 반려인들이 키우다가 버린 개라고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며 "주인 없이 방치된 개들, 번식장에서 키워지는 개들이 존재한다는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고 관심을 가져야 할 때"라고 했다.

박 대표는 "달력을 눈에 띄는 곳에 두는 것만으로도 한 생명의 이야기가 더 많은 사람에게 닿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2yulrip@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6년01월05일 06시55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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