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마두로 축출] 베네수 석유로 간신히 버티던 쿠바서 위기감 확산

1 day ago 1

석유 공급 중단 위기에 쿠바인들 불안감 극심…"끊기면 사형선고" 평가

트럼프, 쿠바에 대해 "곧 그냥 무너질 것" 발언해 불안감 부추겨

이미지 확대 아바나 구도심의 모습

아바나 구도심의 모습

(아바나 AP=연합뉴스) 2026년 1월 5일 촬영된 아바나 구도심의 모습. (AP Photo/Ramon Espinosa) 2026.1.6.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미국의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생포·압송 사태를 계기로 이웃 나라인 쿠바가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쿠바가 그냥 둬도 "곧 그냥 무너질"(ready to fall) 것이라고 발언하는 등 쿠바 측의 불안감을 부채질하고 있다.

5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쿠바 정부는 베네수엘라 정부와 매우 밀접한 관계를 맺어왔다.

우고 차베스가 베네수엘라에서 1999년 집권했을 때 사회주의 혁명의 선례로 삼았던 곳이 바로 피델 카스트로의 쿠바였으며, 두 나라는 이 때부터 형제국이 됐다.

베네수엘라에서 2002년 4월 차베스를 몰아내려는 쿠데타가 발생했을 때 카스트로가 차베스를 도와준 것을 계기로 두 나라 정부 사이의 관계는 더욱 밀접해졌으며, 2013년 차베스 사망으로 마두로가 후계자가 된 후에도 이런 관계가 이어졌다.

베네수엘라 대통령 경호원 중 상당수는 쿠바 군인과 보안요원으로 충원됐다.

지난 3일 미국이 특수부대를 동원해 편 마두로 제거 작전의 결과로 숨진 것으로 알려진 마두로 측 사망자 80여명 중 32명이 쿠바 국적자였다.

브루노 로드리게스 파리야 쿠바 외무부 장관은 작전 다음날인 4일 열린 '라틴아메리카·카리브해 국가공동체'(CELAC) 긴급회의에서 마두로 축출 사건으로 "우리는 국가로서의 생존과 독립적 주권 국가로서의 존립을 위한 중대한 실존적 딜레마에 직면했다"며 주변 국가들이 단결해서 미국의 위협에 맞서자고 호소했다.

특히 쿠바는 석유 공급 전망이 위태롭게 되면서 극심한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인구가 약 1천만명인 쿠바는 베네수엘라로부터 석유를 지원받아서 일부는 국내 수요에 충당하고 일부는 국제시장에 판매해 외화를 벌어들여 의약품과 식량을 구매함으로써 미국의 경제봉쇄에 따른 어려움을 간신히 헤쳐나가고 있었다.

전직 석유업체 임원이며 중남미 에너지 사정에 정통한 호르헤 피뇬 미국 오스틴 텍사스대 에너지연구소 선임협력연구원은 AP통신에 "우리가 아직 답을 모르는 매우 중요한 질문이 있다. 베네수엘라가 쿠바에 석유를 계속 공급하도록 미국이 허용할 것인가 하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미지 확대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대통령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대통령

(아바나 AP=연합뉴스) 2026년 1월 3일 쿠바 수도 아바나에서 열린 미국 규탄 집회에 참석한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대통령. (AP Photo/Ramon Espinosa) 2026.1.6.

그는 마두로 정부 시절 베네수엘라가 최근 3개월간 하루 평균 3만5천 배럴의 석유를 쿠바에 보내주고 있었으며 이는 쿠바가 필요로 하던 석유 분량의 약 4분의 1 수준이었다고 설명했다.

피뇬 연구원은 멕시코가 한때 하루 2만2천 배럴의 석유를 쿠바에 공급했으나, 작년 9월 초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이 멕시코시티를 방문한 후 멕시코가 쿠바에 공급하는 석유의 양이 하루 7천 배럴로 감소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쿠바가 국제 석유시장에서 석유를 구매할 돈이 없다면서 "그들(쿠바)에게 석유를 공급해줄 수 있는 우방 중 유일하게 남은 곳은 러시아"라며, 러시아가 연간 약 200만 t을 보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피뇬 연구원은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에는 "내일 베네수엘라가 쿠바에 석유를 끊으면 사형선고"라고 설명했다.

AP통신은 미국의 마두로 축출 후 쿠바인들이 앞으로 생활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며 낙담하고 있다고 전했다.

쿠바 수도 아바나에 사는 75세 여성 베르타 루스 시에라 몰리나는 흐느끼며 얼굴을 손으로 감싸면서 "말을 할 수가 없다.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63세 여성 레지나 멘데스는 군 입대 가능 연령이 지났지만 "강하게 버텨야 한다"며 "내게 소총을 달라. 그러면 나가서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쿠바를 상대로 앞으로 어떤 행동을 취할지는 아직 확실치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작전 다음날인 4일 쿠바 경제가 마두로 축출을 계기로 더욱 나빠질 것이라며 "곧 그냥 무너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쿠바가) 버티려고 할지 모르겠지만 쿠바는 이제 들어오는 돈이 없다"면서 미국이 쿠바를 상대로 굳이 군사행동을 할 필요도 없을 것이라는 취지로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 내 인사들 중 마코 루비오 국무부 장관을 포함한 상당수는 쿠바에 강경한 입장을 밝혀왔다.

쿠바 출신 이민자 부모를 둔 루비오 장관은 베네수엘라의 정권교체가 쿠바를 약화시킬 것이며 이를 환영할만한 변화라는 의견을 오래 전부터 밝혀왔다.

solatido@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6년01월06일 11시55분 송고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