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마두로 축출] 트럼프 그린란드 위협에도 강경대응 자제…유럽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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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토 존중' 촉구하면서도 트럼프 자극 피하려…종전·무역에 악영향 우려

이미지 확대 덴마크 국기가 펄럭이는 그린란드 수도 누크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덴마크 국기가 펄럭이는 그린란드 수도 누크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브뤼셀=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베네수엘라에 무력으로 개입해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축출한 뒤 연일 덴마크령 그린란드에 노골적 욕심을 드러내자 유럽연합(EU)과 유럽 주요 국가들은 영토 주권을 존중할 것을 촉구하면서 덴마크에 연대를 표명하고 있다.

하지만, 국제 사회의 기본적인 원칙에 벗어난 회원국의 영토 주권에 대한 위협 발언에도 불구하고 EU가 강경한 어조를 최대한 자제한 채 온건한 대응에 그치고 있는 점은 EU가 처한 딜레마를 잘 보여준다고 폴리티코 유럽판이 진단했다.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의 파올라 피뉴 수석대변인은 5일(현지시간) "그린란드는 미국의 동맹이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의 일원이기도 하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며 미국의 베네수엘라 개입과 트럼프 대통령의 그린란드 통제권 언급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고 애써 강조했다.

피뉴 대변인은 이어 "전적으로 그린란드를 지지한다"면서도 베네수엘라에서 벌어진 일과 비교할 일은 전혀 없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그는 EU가 그린란드를 향한 트럼프의 위협을 저지하기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조치를 취할 수 있는지에 대해 거듭 질문을 받자, 명확한 답변을 피한 채 국가 주권과 영토 보전의 원칙을 "계속해서 수호할 것"이라는 입장만 강조했다.

독일, 영국, 프랑스, 핀란드, 덴마크, 노르웨이 등 유럽 주요 국가들도 미국을 향해 덴마크의 영토 주권을 존중하라고 촉구하는 한편 덴마크와 그린란드의 미래는 다른 누구도 대신 결정할 수 없다고 덴마크와 그린란드에 연대를 표명했지만, 미국을 강도 높게 비난하는 데까지 이르지는 못했다.

이처럼 EU와 회원국들이 어조를 최대한 낮춘 채 원론적인 대응에 그치고 있는 것은 만 4년을 향하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종식하기 위한 평화협상이 진행 중인 데다, 미국과의 무역전쟁 불씨가 아직 사그라지지 않은 상황에서 그린란드 문제에 있어 강경 대응할 경우 자칫 트럼프 대통령의 심기를 거슬러 보복을 부를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했다고 폴리티코는 짚었다.

이미지 확대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나토 역시 미국이 동맹인 그린란드를 베네수엘라처럼 무력으로 침공해 병합할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크지 않다고 보면서 트럼프 대통령을 자극하지 않으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측근들이 그린란드 병합 필요성을 거듭 거론하자 나토 내부에서도 반발과 불안이 커지고 있다.

에드 아널드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 선임연구원은 1949년 나토 창설 이래 나토 회원국이 또 다른 회원국을 전면적으로 공격한 사례는 지금까지 없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그린란드 위협은 나토의 존립 자체에 도전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 역시 "안타깝게도 미국 대통령이 그린란드를 원한다고 말할 때 우리는 이를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트럼프 대통령의 그린란드 야욕이 허언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을 우려했다.

그는 이어 "덴마크의 입장을 이미 매우 분명히 밝혔고, 그린란드 역시 미국의 일부가 되고 싶지 않다는 뜻을 거듭 천명했다"며 미국이 동맹을 공격해 그린란드를 점령한다면 이는 나토의 종말이나 마찬가지라고 경고했다.

나토 내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그린란드 야욕을 동맹국들이 북극 지역에서의 방위 역량을 강화하는 계기로 삼아야 하며, 이는 동맹들의 방위비 지출 확대를 요구해온 트럼프 대통령을 달래는 효과도 있을 것이라는 의견도 존재한다.

나토의 한 고위 외교관은 "그린란드 주변에서 동맹의 존재감을 강화하기 위해 창의적인 사고가 필요하다. 그럼으로써 미국의 안보 우려를 해소할 수 있다"면서 나토가 작년 유럽 동부 전선과 발트해 일대에서 한 것처럼 그린란드 주변에 군사 장비를 추가로 배치하는 방법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 기자들에게 "그린란드 도처가 러시아, 중국 선박으로 뒤덮여 있고, 덴마크는 이를 감당할 수 없다"고 주장하며 "우리는 국가안보 관점에서 그린란드가 필요하고, EU는 우리가 그것을 갖도록 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요한 바데풀 독일 외무장관은 5일 독일 현지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그린란드의 영토 주권을 존중해야 한다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인식에 일정 부분 공감한다는 발언을 내놨다.

바데풀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은 이 지역에서 러시아와 중국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는 점을 정확히 지적했고, 이는 우리의 안보 이해관계에도 영향을 미친다"며 조만간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과 이 사안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극권에서 주도권을 쥐기 위한 미국, 중국, 러시아의 경쟁이 가열되고 있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작년 1월 취임 직후부터 풍부한 광물 자원을 지닌 지정학적 요충지 그린란드를 미국의 51번째 주로 편입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군사력 동원까지도 배제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보여 왔다.

ykhyun14@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6년01월06일 19시14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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