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 인프라 재건 외 구체적 계획 없이 "적절한 정권 이양까지 운영"
지지층이 반대해온 '대외개입'에 해당 지적…美여야 요인들 찬반 팽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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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워싱턴=연합뉴스) 김동현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철권통치자' 니콜라스 마두로 축출 이후의 베네수엘라를 미국이 당분간 통치하겠다고 밝히면서 국제사회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미국의 국익을 해치지 않을 성향의 새 정부 출범을 돕고, 미국 석유기업 등의 이익을 지키겠다는 것이 베네수엘라에 대한 개입 목적으로 보이는 가운데, 미국이 과거 큰 대가를 치른 중동에서의 전철을 피할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군의 마두로 대통령 체포 후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자택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가 안전하고 적절하며 현명한 (정권) 이양을 할 수 있을 때까지 우리가 나라(베네수엘라)를 운영(run)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베네수엘라 국민의 안녕을 생각하지 않는 다른 누군가가 베네수엘라를 장악할 위험을 감수할 수 없다"면서 "우리는 지금 베네수엘라에 있으며, 적절한 이양이 이뤄질 수 있을 때까지 남겠다"고 말했다.
이는 베네수엘라에 미국에 우호적인 새 정부가 들어설 때까지 국정 운영에 직접 개입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마코 루비오 국무부 장관과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전쟁부) 장관 등을 포함한 "그룹"이 베네수엘라를 통치할 것이라는 설명 외에는 구상을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아 많은 의문을 남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마두로 정권에 대한 대안으로 거론되는 야권 지도자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의 정권 인수 가능성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으며, 2024년 베네수엘라 대선 때 마두로 대통령과 맞붙은 에드문도 곤살레스에 대해서도 분명한 지지를 밝히지 않은 채 그에 대한 지지 의사를 피력한 프랑스 정상의 소셜미디어(SNS) 글을 리트윗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베네수엘라를 장악해 직접 통치하기보다는 베네수엘라 인근 카리브해에 현재 배치된 해군과 공군으로 압박해 석유 이권 등 원하는 바를 얻겠다는 심산일 가능성을 제기한다.
국민감정이 미국에 호의적이라고 하기 어려운 베네수엘라에서 실질적으로 통치력을 행사하려면 일정한 규모의 미군 주둔이 불가피한데, 그것은 트럼프 핵심 지지층인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트럼프의 선거 구호) 세력이 대체로 원치 않는 장기적 해외 군사개입의 문을 여는 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미군의 대규모 장기 주둔은 이번 같이 특수부대가 빠르게 치고빠지는 식의 요인 체포 작전이나, 지난해 6월 미군 폭격기를 동원한 이란 핵시설 폭격 등 단발성 작전에 비해 위험 부담과 비용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요구에 완전히 응하고 요구가 충족될 때까지 미국은 모든 군사적 옵션을 유지한다"면서 "베네수엘라의 모든 정치·군사 인사들은 마두로에게 일어난 일이 자신에게도 일어날 수 있음을 이해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상군 투입 여부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그걸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답해 그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고 있음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과거 베네수엘라 정부의 미국 석유기업 자산 국유화를 비판하면서 베네수엘라의 석유 인프라를 재건하겠다고 말해 석유 자원이 이번 군사 작전의 동기중 하나임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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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EPA=연합뉴스) 미국 백악관이 3일(현지시간) 공개한 사진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왼쪽)과 존 랫클리프 중앙정보국(CIA) 국장과 함께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체포 작전을 지켜보고 있다. 2026.1.3 [백악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그러나 마두로 대통령을 권좌에서 끌어 내렸을뿐 나머지 베네수엘라 정부 인사와 국민의 협조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과도 통치 구상과 석유 인프라 계획의 성공을 쉽게 장담할 수 없어 보인다.
베네수엘라 대통령직을 대행하는 것으로 보이는 델시 로드리게스 부통령은 이날 비상 내각회의에서 "베네수엘라에서 대통령은 마두로, 단 한 명뿐"이라고 강조하면서 자국 정상을 무력으로 압송해간 트럼프 행정부에 항전 의사를 드러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마코 루비오 국무부 장관이 로드리게스 부통령과 대화했다면서 "그녀는 근본적으로 우리가 생각하기에 베네수엘라를 다시 위대하게 만드는 데 필요한 일을 할 의향이 있다"고 주장했다. 양측의 말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베네수엘라 정권 교체 시도는 주권 국가의 정상을 그 국가 영토 안에서 무력으로 체포했다는 점에서 국제법 위반 소지가 있을 뿐 아니라, '과도정부 운영' 입장은 트럼프 대통령 본인이 강하게 비판해온 이전 미국 행정부의 '국가 건설'(nation building)을 연상케 한다는 점에서 미국 내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행정부 주요 인사들은 미국이 과거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등지에서 우호적인 정부를 설치하고, 민주주의를 확산한다는 명분으로 막대한 인적, 물적 자원을 소모하고도 결국 소기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실패한 대외 개입이 '미국 우선주의'에 어긋난다고 주장해왔는데 이제 같은 전철을 밟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열성 지지층인 마가(MAGA) 진영의 주요 인사였지만 최근 대통령과 관계가 멀어진 마조리 테일러 그린 하원의원은 엑스(X·옛 트위터)에서 마가 지지자들이 다른 나라의 정권교체를 위한 전쟁을 끝낸다는 생각으로 트럼프에 투표했으나 착각이었다면서 공화당과 민주당 모두 미국인을 분노하게 하는 물가, 주거, 의료 문제에 해법을 제시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베네수엘라 통치가 어떻게 미국 우선주의냐는 질문에 "우리는 좋은 이웃들을 주변에 두고 싶다"면서 "그 나라에는 엄청난 에너지(자원)가 있고 그걸 보호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그 에너지는 우리를 위해 필요하다"고 답했다.
여당인 공화당 주요 인사들은 이번 군사 작전을 전폭 지지했다.
연방 하원의 공화당 1인자인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성명에서 "오늘 베네수엘라에서의 군사 행동은 미국인의 생명을 보호할 결정적이며 정당한 작전이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인의 생명을 우선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대로 민주당 인사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의회로부터 무력 사용을 허가받지 않고, 의회에 대한 사전 통보도 없이 군을 투입한 데다 구체적인 계획도 없이 베네수엘라를 통치하겠다고 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척 슈머 연방 상원 원내대표는 성명에서 "마두로는 분명 불법 독재자이지만, 의회 승인과 후속 상황에 대한 신뢰할만한 계획이 없는 군사 행동 개시는 무모하다"고 비판했다.
하킴 제프리스 하원 원내대표도 "우리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고통스럽게 깨달았듯이 단지 군사력만으로는 한 지역의 안보와 안정을 촉진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bluekey@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6년01월04일 07시40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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