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위원 소집, 계엄 막으려는 것 아닌 절차 요건 갖추려 한 것"
"정말 막으려면 국무회의 영상회의 하자거나 차관 참석케 했어야"
계엄 안 막은 '부작위'도 내란 가담…이상민 前 행안 재판 영향은
이미지 확대
(서울=연합뉴스)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를 받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왼쪽)가 21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해 있다. 2026.1.21 [서울중앙지법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서울=연합뉴스) 이미령 이도흔 기자 = 법원은 21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주도한 12·3 비상계엄 사태를 내란이라 규정하며 한덕수 전 국무총리 역시 내란에 가담했다고 판단했다.
한 전 총리는 그간 계엄에 반대해 대통령을 만류하고자 국무회의 소집을 건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그가 국무위원을 소집한 이유는 계엄 선포를 막기 위해서가 아니라 돕기 위해서라고 결론 내렸다.
이미지 확대
(서울=연합뉴스)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를 받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21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해 있다. 2026.1.21 [서울중앙지법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이진관 부장판사)는 이날 한 전 총리의 내란 중요임무 종사 등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내란 특별검사팀의 구형량(징역 15년)보다 센 징역 2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12·3 비상계엄 사태가 형법 87조에서 정한 내란 행위에 해당한다고 못 박은 뒤 한 전 총리가 이에 기여했다고 판단한 이유를 조목조목 설명했다.
한 전 총리는 2024년 12월 3일 대통령 집무실에서 비상계엄 선포 계획을 들은 뒤 윤 전 대통령에게 "비상계엄을 하려면 국무회의를 열어 정족수를 맞춰야 한다"며 국무회의 소집을 건의했다.
한 전 총리는 이미 윤 전 대통령에게 비상계엄에 반대한다는 의사를 밝혔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국무위원들과 뜻을 모아 계엄 선포를 만류하고자 국무회의 소집을 건의한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재판부는 "피고인은 윤석열에게 계엄 선포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을 뿐 명확히 반대한다고 말하지 않았다"며 "추가 소집한 국무위원들에게도 계엄 선포에 관한 의견을 말해보라거나 자신은 계엄에 반대한다거나, 대통령에게 반대 의사를 표시하라는 취지로 말하지 않았다"며 이런 주장을 배척했다.
재판부는 한 전 총리가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게 대통령실에 빨리 오라고 재촉하면서는 그 이유를 알려주지도 않았다는 점을 들어 "만약 송 장관이 계엄 관련 국무회의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오지 않아 정족수가 갖춰지지 않고 계엄 선포를 못 하게 될 것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더 나아가 한 전 총리가 윤 전 대통령이 주장하던 비상계엄 선포의 필요성과 정당성에 동의해 이런 절차적 요건을 형식적으로나마 갖추도록 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과 방기선 당시 국무조정실장 진술에 따르면 피고인은 평소 윤 전 대통령이 계엄 선포 사유로 든 '(민주당이) 국회 탄핵 소추와 예산 삭감, 쟁점 법안 단독 처리 등 국정 운영에 어려움을 초래하고 있다는 것'에 공감해왔다"며 "이를 고려하면 피고인이 별다른 반대 의사를 표명하지 않은 것은 윤석열이 주장하는 비상계엄 선포의 필요성과 정당성에 동의해서 그 실행을 지지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나아가 대통령실 국무회의장에 원격 영상회의 방식으로 회의를 진행할 수 있는 장치가 갖춰져 있다는 점을 들어 "피고인이 뜻을 모아 계엄을 만류하고자 했다면 세종시 등에 있는 국무위원까지 모두 참석할 수 있도록 국무회의장에서 원격 영상회의 방식으로 회의할 것을 제안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최상목 당시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대통령 집무실에 들어가 대통령을 설득해보겠다고 말할 때도 자신의 휴대전화를 사용할 뿐 별다른 관심을 갖지 않았다"며 "정족수가 채워져 윤석열이 계엄을 선포하러 나갈 때도 만류하지 않고 오히려 '국무회의 심의를 마쳤다'는 취지로 고개를 끄덕였다"고 강조했다.
이미지 확대
(서울=연합뉴스) 21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 1심 선고 공판에서 이진관 부장판사가 발언하고 있다. 2026.1.21 [서울중앙지법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재판부는 특히 한 전 총리가 국무회의 부의장으로서 비상계엄 선포를 막지 않은 '부작위'(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 것) 역시 내란 중요임무종사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국무회의 구성원들이 계엄과 관련해 자유로운 발언을 할 수 있도록 하고, 그 전제로서 모든 국무위원들에게 빠짐없이 소집을 통보해야 함에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국무위원에게 소집 사유를 미리 알리며 그들이 의사정족수에 포함되지 않는 차관을 대리 출석하게 하는 등 방법으로 국무회의 심의가 이뤄지지 않도록 해야 했다고도 짚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피고인이 이러한 작위(해야 할 일을 하는 것) 의무를 이행했다면 내란 행위라는 결과를 쉽게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피고인의 부작위로 인한 법익 침해는 작위에 의한 법익 침해와 동등한 형법적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이상민 당시 행정안전부 장관이 윤 전 대통령의 단전·단수 지시를 받아 이를 이행하려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을 때도 한 전 총리로서는 이를 막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해야 했지만, 오히려 긴밀히 협의해 이 전 장관이 그 지시를 수용하고 이행하게 했다고 밝혔다.
다른 재판부에서 심리 중이기는 하지만 이상민 전 장관 역시 단전·단수 지시와 관련해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가 인정된다고 본 것이다. 또 이 전 장관의 '부작위'에 의한 책임에 대해 같은 판단이 유지된다면 역시 유죄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지 확대
[사진공동취재단 제공] 2025.10.17
재판부는 이에 더해 한 전 총리에게 내란 중요임무 종사의 고의도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한 전 총리는 그간 비상계엄 선포 외에 구체적인 내란 행위에 대해 알지 못했다며 내란 행위의 고의가 없었다는 취지로 주장해왔다.
재판부는 그러나 "피고인에게 국헌문란의 목적과 윤 전 대통령이 그런 목적으로 포고령을 발령하고 군경을 다수 집합해 폭동을 일으킨다는 인식이 있었다고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그 근거로 한 전 총리가 비상계엄 석 달 전인 재작년 9월 국회 예산결산특위 등에서 당시 민주당이 주장해온 '계엄 준비설'을 이미 들어 알고 있었다는 점을 언급했다. 당시 민주당은 윤 전 대통령이 계엄 선포와 함께 국회의원을 체포·구금할 계획을 꾸몄다고 주장했다.
이를 감안할 때 만약 윤 전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한다면 군경을 동원해 국회 권능 행사를 정지시킬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나아가 실제 계엄 선포 이후 김 전 장관이 조태열 당시 외교부 장관에게 "군대가 대기하고 있다"고 말하는 것을 한 전 총리가 들었다고도 언급했다.
재판부는 "이에 따르면 피고인은 윤석열이 계엄 선포 뒤 김용현을 통해 군 병력을 동원하고 강압에 의해 국회의 권능 행사가 불가능하게 하는 등 다수를 이용해 폭동을 일으킬 것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12·3 내란이 성공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국무총리로서 의무와 책임을 끝내 외면하고, 그 일원으로서 가담하기로 선택했다"며 징역 23년을 선고했다.
already@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6년01월21일 21시13분 송고









English (U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