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대법원장 재판 개입 권한 없어…무죄"
2심 "모든 위법한 일에 권한 없어…모순"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사법농단' 의혹을 받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30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직권남용 권리 행사 방해 혐의 2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6.01.3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6/01/30/NISI20260130_0021145052_web.jpg?rnd=20260130142015)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사법농단' 의혹을 받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30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직권남용 권리 행사 방해 혐의 2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6.01.30.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장한지 기자 =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게 유죄를 선고한 항소심 재판부가 1심의 무죄 논리를 정면으로 반박하며 직권남용 법리를 새롭게 세웠다. 재판부는 사법행정권자가 재판에 개입할 권한이 없으므로 직권남용이 될 수 없다는 1심의 판단이 "구성요건 체계의 혼동을 가져왔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형법 123조에 규정된 직권남용죄는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해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한 때 성립한다. 직권남용이 인정되려면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는지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했는지 등 크게 두 가지를 충족해야 한다.
가장 큰 쟁점은 사법행정권자에게 '재판에 개입할 권한'이 있느냐는 점이었다. 대법원장 사법부의 수장으로서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하며, 법관의 인사와 예산 등 사법부 운영 전반에 대한 권한을 가진다.
1심은 재판사무를 '핵심영역(재판의 결론, 논리 형성 등)', '행정사무(기록 관리 등)', '사법지원(예산·시설 지원)'으로 구분했다. 사법행정권자에게는 이러한 재판의 핵심영역에 개입할 권한(직권)이 아예 없으므로, '남용할 직권' 자체가 존재하지 않아 직권남용죄가 성립할 수 없다고 보고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2심은 크게 두 가지 모순을 제시했다.
하나는, 권한이 있는 사람이 그 권한을 위법·부당하게 사용했는지를 판단해야지, 위법·부당한 행위를 했지만 애초에 그럴 권한이 없었다고 결론내리는 것은 수긍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다른 하나는, 이로 인해 재판의 독립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보장하기 위한 논리 구조를 취한 것이지만 오히려 재판의 독립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는 모순에 빠졌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원심과 같은 구조로 접근하는 경우, 법원에 계속 중인 구체적 사건의 재판에 대한 제3자의 관여 행위와 같은 위법·부당한 행위를 할 권한은 애당초 그 누구에게도 존재하지 않는 것이므로, 제3자의 재판개입에 대해 원칙적으로 어떠한 사안에서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는 성립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2심은 사법행정권자가 국회·헌재 등 대외관계 업무를 위해 법관에게 정보 제공이나 협조를 요청하는 등 형식적으로는 일반적 직무권한을 행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실질이 재판 개입이라면 이는 '정당한 권한 이외의 행위'로써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법관은 재판의 주체이면서 그와 동시에 사법부 소속 공무원으로서 사법행정권자의 직무명령에 응해야 하는 이중적 지위를 가지고 있다"며 "사법행정권자가 형식적, 외형적으로 그 직무권한을 행사하는 모습으로 재판 관여 행위를 하는 경우, 개별 법관으로서는 이중적 지위 중 어느 지위에서 대응해야 하는지가 언제나 분명하다고 할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직권남용으로 인해 실제 누군가의 권리행사가 방해받았는지에 대해서도 해석이 갈렸다.
1심은 재판의 결과가 실제로 바뀌지 않았거나 법관이 독립적으로 심리하고 판단했다면, 구체적인 권리행사 방해라는 결과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2심은 법관의 정당한 재판권 행사가 현실적으로 방해받았다고 판단했다. 사법행정권자가 재판에 개입하는 것만으로도 당사자와 일반인에게 '재판이 독립적이지 않다'는 의심을 심어주며, 이는 그 자체로 개별 법관의 정당한 재판권 행사를 현실적으로 방해한 것이라는 판단이다.
재판부는 "재판의 결과와 절차가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당해 사건의 당사자를 비롯한 사건 관계인이나 일반인의 입장에서는 그 자체로 당해 재판이 사법행정권으로부터 독립해 공정하게 이뤄졌는지에 대해 의심을 가질 수 있는 외관에 해당한다"며 "그 재판에 대한 불신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서울고법 형사14-1부(부장판사 박혜선·오영상·임종효)는 30일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 전 대법관 등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사건 항소심 선고기일을 열고 각각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고영한 전 대법관은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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