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진원 '2025 뮤즈온' 인터뷰①
"청춘의 청(靑)은 각기 다른 푸르름으로 기억된다"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스무살 싱어송라이터 겸 배우 김푸름(20)은 올해 데뷔 10주년을 맞았다.지난 2016년 영화 '오빠생각'으로 데뷔, 전도연과 함께 단편 영화 '보금자리'(2017·감독 임필성)에 출연했다.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취미로 기타를 시작했고 학교 가요제에서 1등을 하며 자신감을 거머쥔 그녀는 평소 유튜브에 커버곡을 올리다 올해 자작곡을 실은 첫 EP '16'으로 데뷔했다. 종합편성채널 채널A 오디션 프로그램 '청춘스타'(2022)에서 2위를 차지했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사회로 나온 그녀는 "나의 안전 막이자 한계를 벗어던지니 세상은 몇 십 배 더 높이 뛸 수 있는 곳이었다"는 걸 깨달았다. 이후 훨훨 날았고, 한국콘텐츠진흥원(콘진원) 신인 발굴 지원 프로그램 '2025 뮤즈온'에 선정됐다.
완전한 파랑이 아닌 푸르스름한 그녀의 노래는 그래서 음악적으로나, 문학적으로나 배음(倍音)이 풍성하다. 물론 나이로 생각의 결을 판단하는 건 부당하지만 올해 만 20세가 된 그녀의 철학적 사고는 좋고 나쁜 음악을 구분하는 게 아니라, 명료한 건 명료한 대로 불명료한 건 불명료한 대로 그 감정의 불가피성을 노래한다. ~스름한 것에 대해 규정하지 않는 그녀의 태도는 청자가 그걸 직접 느끼도록 만드는 데 탁월하다.
다음은 '뮤즈온' 활동 연장선상으로 김푸름과 서면을 통해 나눈 일문일답.
-두 번째 EP '틴스'를 발매하고 나서 만난 적이 있는데요. 그 때 이후로 2년 6개월이 흘렀네요. 그간 푸름 씨는 스스로 느끼기에 어떻게 성장했고 그 때와 가장 변한 것이 무엇인가요? 개인적으로는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성숙해져서 매번 신곡을 접할 때마다 놀라고 있습니다.
"사실 제 스스로는 서서히 생긴 변화라 알아채지 못한 것 같아요. 그동안 많이 성숙해졌다니 기쁘네요! 어릴 적에 하던 고민들과 질문은 그대로지만, 그것들을 대하고 해석하는 방식은 시간이 지나면서 계속 달라지는 것 같아요. 가장 많이 변한 부분이라면, 이전에는 어쿠스틱으로만 다루던 제 음악을 조금씩 다른 장르로도 넓혀가고 있다는 점이 있겠네요."
- 그 가운데 뮤즈온 선정은 푸름 씨에게 어떤 의미가 있나요?"여러 공연들에서 실전 경험을 늘리고, 사람들에게 제 음악을 알리는 데에 큰 도움을 준 뮤즈온은 소속된 회사가 없던 저에게 든든한 발판이 돼줬어요! 그동안은 혼자서 음악을 하느라 제 세계에만 갇혀있던 게 없지 않은데, 주변의 인디 아티스트분들을 만나 같이 뮤즈온에 함께하면서 좁았던 시선을 넓혀주는 계기도 됐습니다.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다양하고 특색있는 음악들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됐고요!"
- 정규 1집 '푸르스름 언플러그드'는 발매한 지 1년이 넘었는데 여전히 회자가 되고 있어요. 정규는 무게감이 남다른 만큼 푸름 씨에게도 많은 걸 남겼을 거 같은데요. 이 앨범이 푸름 씨에게 어떤 의미가 됐나요?
"정규앨범은 앨범의 전체적인 무드를 결정하는 게 가장 어려운 숙제였어요. 당시에 만든 곡들은 하나의 주제로 딱 묶이는 곡들이 아니었어서 이걸 앨범에 모두 실어도 괜찮을까… 하는 걱정이 있었는데, 데모였던 어쿠스틱 버전을 살려서 아예 언플러그드 앨범으로 만들어보면 어떨까 했었죠. 당시 저의 음색도 많은 편곡이나 디지털 사운드보다는 미니멀한 어쿠스틱에 더 어울리는 소박함이 있었기 때문에, 저에게 어울리고 최적화된 장르를 찾아내는 데에도 큰 영향을 준 앨범이었어요."
- 편곡, 연주자들 명단이 화려하더라고요. 그럼에도 그 분들의 이름값에 기대지 않고 푸름씨다운 음반이 나왔어요. 그 비결은 무엇인가요.
"앨범 전곡을 통기타와 노래로 제 나름의 편곡과 녹음을 마친 후, 곡의 성격에 맞게 추가될 악기 구성과 공간을 생각했어요. 통기타와 노래여도 사운드에 따라 클래식 기타로 바꾸기도 했고, 협업으로 더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곡들은 추려서 의뢰를 드렸습니다. 그렇게 5곡 정도, 공간의 규모를 가장 잘 해석해 주실 훌륭하신 아티스트분들께서 스트링 편곡 및 연주자로 함께 해주셨습니다. 협업의 형태였지만, 경험이 부족한 저에게는 어디에서도 배울 수 없는 값진 시간이었습니다."
-10대가 들려주는 여백의 미학이 이렇게 깊이감이 있다니, 놀랐습니다. 평소 고민, 사유가 꼭 글이 아니라 사운드에도 반영될 수 있다는 걸 푸름 씨 덕분에 다시 깨달았어요. 90년대 mtv의 언플러그드 느낌을 재현해 보고 싶다는 설명을 읽었는데 2000년대에 태어난 푸름 씨가 90년대를 어떻게 느끼고 이를 어떻게 재해석하고 싶어하는지도 궁금해요."90년대라고 했을 때 제일 먼저 떠오르는 건 그 시대의 낭만, 통기타 하나만으로도 거리에서 노래를 부르던 청춘들이 생각나요. 간소한 조합이지만 그렇기에 그 속의 진심과 감정이 더 우러나온다고 느꼈어요. 또, 곡을 직접 만들다 보면 완성도를 높일수록 정작 제가 하고 싶은 말은 묻혀지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가사에 더욱 집중되도록, 글로 표현할 수 없는 메시지까지 따뜻한 사운드로 숨소리와 여백 속에서 전달되기를 바랐습니다."
-'푸르스름' 리믹스(Remix)'도 1집 기획할 때부터 같이 생각하셨다고 들었는데, 이런 아이디어는 어디서 나왔고 이런 변주 작업이 푸름 씨에겐 어떤 영향을 줬나요? 리믹스 프로듀서분들 명단도 화려한데 이분들과 작업은 어떻게 성사됐고 어떤 시너지를 냈나요?
"앨범 준비 당시 쟁여뒀던 곡들을 EP로 추리려니 아까운 곡들이 많았어요. 하나의 서사로 스토리가 연결되는 곡들이기도 했고, 사실 세상에 내놓기 전에는 어떤 곡이 사랑받을지 100% 확신할 수 없잖아요. 그래서 예산 내에서 최대한 많은 곡들을 선보일 수 있는 어쿠스틱 편곡으로 먼저 정규앨범에 담고 (제가 어쿠스틱 편곡 및 연주가 가능하니), 추후에 반응이 좋았던 곡들을 추려서 편곡을 의뢰해 '리믹스 앨범을 발매하자!'고 설득했죠. 처음부터 일렉트로니카를 의도했던 건 아니었고, 팝 앨범을 콘셉트로 어느 정도 오리지널곡과 대조를 이뤘으면 했습니다. 베이스캠프(우산도둑)와, 강이채님 (두 배로 야단)은 기존에 저와 작업을 하셨던 분들이라 정규앨범 작업 중에 리믹스 편곡을 말씀드린 경우였고, 팝 앨범을 생각했기에 지 오브 아도이(ZEE of ADOY)님께 '로미오와 줄리엣' 편곡 부탁드렸습니다. 그런데 운이 좋았던 건지, 그 편곡들이 하나의 앨범처럼 공통분모를 갖더라고요, 그러던 차에 제가 '아시안 팝 페스티벌'에 참여하게 됐는데 참가 아티스트였던 키라라 님의 존재와 음악을 접하면서 이 분이 들어오시면 앨범의 성격이 더욱 견고해질 거란 확신이 들었죠. 그래서 일면식도 없는 분께 연락을 하고 줌미팅까지 하며, 우여곡절 끝에 일렉트로니카이면서도 서정성을 품고 있는 '길 헤는 밤 키라라 리믹스(KIRARA remix)'가 탄생했습니다! 그러고 나니 정말 리믹스 앨범의 사운드 방향이 확실해졌고, 다음 섭외는 자연스럽게 밴드 마라케시, 김성수 음악감독님으로 귀결이 돼 EP가 완성됐습니다. 떨리는 마음으로 연락을 드렸는데, 이미 제 음악을 잘 알고 계셨어요. (웃음) 제가 신인이다 보니, 대부분 무작정 들이밀다시피 하는 의뢰가 많습니다. 그 분들 입장에서는 ‘이걸 하는 게 내 커리어에 도움이 될까?’ 싶을 법도 한데, 추상적인 제 요구 사항들을 찰떡같이 캐치하시고 흔쾌히 받아 주셔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제가 아무것도 아닐 때 믿어줬던 분들께 보람이 되도록, 더 열심히 음악해야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규 앨범 제목은 푸름 씨의 현재를 반영한 듯해요. 이런 색깔 혹은 지향성이 최근 발매한 EP '양극성'((兩極性·polarity)'에선 특별하게 변주돼 흥미로웠습니다. 이번 EP의 지향점은 어디에 있었나요? 특히 밴드 사운드로 확장된 것, 일본어 버전이 실린 것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앞으로 활동 방향에 대한 예고라고 봐도 무방한가요?
"EP '양극성'은 어쿠스틱한 사운드를 주로 보여줬던 기존의 모습에서, 모던록 형태의 밴드 사운드를 선보입니다. 곡은 총 5트랙이며, 마지막 곡은 '밤송이와 고슴도치'의 일본어 버전으로 해외 팬들에게 드리는 보너스 트랙입니다. 지금까지는 서정적인 곡들이 더 많았어서 절 포크 가수로 아시는 분들이 꽤 있으세요. 실은 제가 어렸을 적부터 동경하고 추구하고 싶었던 장르는 밴드 사운드이긴 했지만요. 이번 기회에 이전과는 다른 장르를 보여드리고 싶어서, 밴드의 에너지 가득한 사운드를 시도했습니다!! 물론 아날로그를 활용하는 어쿠스틱이 제 기반이고 사랑하지만, 앞으로 더욱 다양한 장르로 음악의 폭을 넓혀가고 싶습니다."
-2년 전에 찍었던 영화 '생명의 은인'도 마침 최근 개봉했어요. 이 영화 속 푸름 씨의 모습은 푸름 씨에게 어떻게 기억되나요? 연기 활동이 아무래도 음악 작업에 영향을 주는 측면도 많죠?"물론입니다. 스크린으로 저를 보셨던 분들이 공연장에 찾아오신 적도 있고, 반대로 노래를 통해 저를 알고 계셨던 분들이 제가 출연한 작품을 보신 적도 있어요. 제가 싱어송라이터이기 이전 배우였다는 사실을 모르고 계시다가 놀라시는 분들도 봤고요. 제게 연기와 음악은 표현의 방식이 다를 뿐, 누군가의 마음을 울리고 감정을 전달한다는 점은 같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가끔 노래를 부르다가 '이건 연기하듯이 부르면 감정이 더 살겠다'고 생각하거나, 연기를 할 때 '이 대사는 가사로 쓰였을 때 더 자연스럽겠다'고 생각할 때도 있어요. 연기랑 노래는 각각 다른 언어지만, 그 언어가 말하고자 하는 진심에는 변함이 없는 것 같아요. 배우는 선택을 받아야만 할 수 있는 직업인지라 때로는 몇 년을 하염없이 기다려야 하기도 해요. 음악은 그런 저에게 하나의 셸터이자 퇴로가 돼줘요. 작품이 없을 때는 잠시 퇴각해서 곡을 쓰고, 일이 생기면 바로 촬영장으로 달려가는 등 언젠가 또 어려운 순간이 찾아와도 이런 순환이 저를 계속 버티게 해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대만 배가본드 페스티벌에 참여하셨죠. 일본 활동도 염두에 두고 계신 거 같고요. 해외에서도 푸름 씨의 감성에 공감하시는 분들이 많을 거 같은데, 인상적이 피드백이 있었다면요.
"대만 베가본드 페스티벌은 너무나 즐겁고 새로웠던 경험이었습니다. 대만 관중분들께서는, 자신이 이 곡을 사랑하고 있다고 숨기지 않고 표현해요. 구호를 만들어 외치거나 합창(떼창)을 하는 한국 문화와는 또 다르게, 음악에 몰입하며 춤을 추거나 처음 듣는 노래를 따라 불러 주시는 등, 온몸으로 표출해주시는 만족감을 느끼며 저도 덩달아 흥이 올랐던 공연이었습니다. 일본 팬들은 제가 준우승을 했던 음악 예능 '청춘스타'가 일본에서 큰 히트를 하면서 저를 알게 된 분들이 현재까지도 지지해주고 계세요. 일본 팬들은 첫 팬이 꽤 오래 간다는 말은 들었는데 정말 너무 감사하게도 제가 몸소 체험하고 있습니다."
-이제 본격적인 20대를 맞게 됩니다. 김푸름의 10대는 무슨 색이었고, 20대는 어떤 색으로 채색하고 싶나요?
"저의 10대는 푸른색이었고, 20대 또한 또 다른 푸른색이 될 것 같습니다. 젊음은 청춘이라고 불리고, 청춘의 청(靑)은 각기 다른 푸르름으로 기억되니까요! 매일매일 조금씩 다른 하루와 같이, 푸른색은 바다처럼 계속해서 변해요. 가장 깊은 심해는 진남색, 모래가 깔린 해변가는 에메랄드색, 해초가 있는 곳은 청록색이고 돌이 있다면 곤색이 되는 것처럼요. 그래서 오랜 시간이 지나 그동안의 푸르름을 돌아보면, 그것이 청춘이었다고 말할 수 밖에 없는 게 그런 이유가 아닐까 싶어요. 서로 다른 푸른색을 칠했어도 우리의 청춘이 바다처럼 넓은 꿈을 꿨다는 것에는 다름이 없겠죠. 앞으로의 20대를 칠할 푸른색들을 찾기 위해, 저는 또 다시 긴 여정을 떠나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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