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정포고령 위반 혐의' 처분 피해자들, 79년만에 재심서 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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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박응도·박홍군·심보섭 씨 사건…"죄형법정주의 위반으로 위헌·무효 법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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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자료사진]

(창원=연합뉴스) 이준영 기자 = 미군정포고령(태평양 미국육군 총사령부 포고 제2호)을 위반한 혐의로 징역형과 구류 처분을 받았던 당사자들이 79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았다.

창원지법 마산지원 형사1단독 전아람 부장판사는 7일 포고령 위반 혐의로 기소된 고(故)박응도·박홍군·심보섭 씨에 대한 재심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박응도 씨는 1947년 '우리는 군정을 바라지 않는다', '바라는 자는 오직 민족 반역자일 뿐이다'라는 내용의 삐라를 살포해 인심을 흉흉하게 하고 질서를 교란했다는 혐의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박홍군 씨는 1947년 민주애국청년회 가입·참가를 모의하고 '인민공화국 수립 만세' 등 내용의 불온 대자보를 부착하려 한 혐의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심보섭 씨는 1949년 포고령 위반 혐의로 즉결심판에 넘겨져 마산 치안관 심판소에서 구류 20일 처분을 받았다.

심씨 사건 즉결심판 수사·공판 기록은 현재 남아 있지 않아 구체적 혐의 내용은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원회)에서도 확인하지 못했다.

이날 전 부장판사는 "세 사건 모두 죄형법정주의 위반으로 위헌·무효인 법령이기 때문에 그 법령에 근거한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사실과 즉결심판 사건은 모두 죄가 되지 않아 무죄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미군정포고령 제2호는 1945년 9월 공포된 것으로 우리나라 형법이 제정되기 전 적용된 규정이다.

이에 따르면 당시 미국인과 기타 연합국 인명, 소유물, 보안을 해하거나 공중치안 질서를 교란한 자, 정당한 행정을 방해한 자 등은 점령군 군율 회의에서 유죄로 결정하고 사형하거나 형벌로 처한다고 공포됐다.

2020년 광주지법 순천지원은 미군정포고령 제2호가 매우 추상적이고 불명확한 구성 요건을 갖춰 헌법에서 규정한 죄형법정주의 원칙에도 위배돼 위헌·무효라고 판시했다.

박응도·박홍군·심보섭 씨 가족들은 진살화해위원회 출범 후 각 사건 조사를 신청했고 재심 사유가 확인돼 이번에 재판을 다시 받게 됐다.

ljy@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6년01월07일 14시25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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