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집의 재탄생] 노트북 너머로 강물이 흐른다…날개 단 '빈집의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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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월 허름한 빈집을 워케이션 숙소로 바꾼 소셜벤처 기업 시도 주목

집주인은 방치 부담 덜고, 지자체는 인구 증가로 지역소멸 해법 찾고

[※ 편집자 주 = 저출산에 따른 인구 감소와 인구이동으로 전국에 빈집이 늘고 있습니다. 해마다 생겨나는 빈집은 미관을 해치고 안전을 위협할 뿐 아니라 우범 지대로 전락하기도 합니다. 농어촌 지역은 빈집 문제가 심각합니다. 재활용되지 못하는 빈집은 철거될 운명을 맞게 되지만, 일부에서는 도시와 마을 재생 차원에서 활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습니다. 연합뉴스는 매주 한 차례 빈집을 주민 소득원이나 마을 사랑방, 문화 공간 등으로 탈바꿈시킨 사례를 조명하고 빈집 해결을 위한 방안을 모색합니다.]

이미지 확대 영월 플라잉하우스 1호점 경관

영월 플라잉하우스 1호점 경관

[플라잉하우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영월=연합뉴스) 박영서 기자 = 책상 위 노트북 화면 너머로 굽이치는 강물과 수려한 산세가 한눈에 들어왔다.

고운 흙냄새가 어우러진 내부와 정겨운 바깥 풍경의 조화가 가져다주는 아늑한 장면 속에 불과 1년 전 허름한 빈집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강원 영월군 영월읍 팔괴리에 자리했던 빈집이 대자연과 어우러진 '워케이션 숙소'가 될 줄 누가 알았을까.

딱히 활용 방안을 찾지 못한 집주인에게도, 함부로 손을 대기 힘든 지자체에도 골칫덩어리일 수밖에 없는 빈집에서 금전적 부담 경감, 생활인구 유입, 소비 효과 유발, 최종 정주 인구 증가라는 새 가치를 불어넣은 건 소셜벤처 기업 '플라잉하우스'다.

경매시장에 쏟아지는 빈집을 낙찰받은 뒤 리모델링해 세컨드 홈으로 쓰는 정도의 이야기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지만, 이는 개인의 도시 탈출 욕구나 시골 감성 충전 등의 복합적인 욕구에 의존한다.

그래서 빈집을 비즈니스 기회는 물론 단순히 철거하는 방식이 아닌, 활용하여 재생하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플라잉하우스의 시도가 눈길을 끈다.

1년간 전국의 빈집은 닥치는 대로 둘러본 최성원 대표는 "여행으로 다닐 땐 보이지 않았던 빈집이 어찌나 많던지, 정말 심각했다"며 "빈집이 너무 많다 보니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곳을 찾는 게 어렵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이미지 확대 빈집 당시 모습(위)과 탈바꿈 뒤 모습(아래)

빈집 당시 모습(위)과 탈바꿈 뒤 모습(아래)

[플라잉하우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늘어나는 빈집만큼이나 빈집을 활용한 우수한 재생 사례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으나 문제는 '지속성'이었다.

아름다운 사연을 듣고 찾아갔는데 자물쇠가 채워져 있는 모습을 수도 없이 보면서 최 대표는 빈집이 절대 쉽게 접근할 문제가 아니고, 좋은 취지만으로 사업을 시작했다가는 망하기 쉽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이에 빈집 활용이라는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면서도 이윤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B2B 모델이 적합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빈집 소유자 중 수도권에서 생활하는 40∼50대 직장인 비중이 커 빈집 매물을 찾기가 어렵지 않았고, 기존 워케이션 센터들은 공유 성격이 짙어 프리미엄하고 프라이빗한 공간을 기업에 제공한다면 공실을 최소화하면서 사업을 유지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플라잉하우스 1호점으로 탈바꿈한 빈집 역시 본래 수도권에 사는 한 50대 직장인이 세컨드 홈 로망을 실현하고자 구매한 곳이었다.

집 앞에 펼쳐진 환상적인 전망이 마음을 사로잡았지만, 바쁜 일상 탓에 실현 계획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었다.

전망 말고는 별 볼 일 없는 허름한 주택이었지만, 이제는 노트북 하나만 있으면 탁 트인 화려한 전망을 배경 삼아 곧바로 업무를 볼 수 있는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이미지 확대 플라잉하우스 1호점 내부 공간

플라잉하우스 1호점 내부 공간

[플라잉하우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탐험, 자연, 과학에 대한 깊은 호기심을 일으키는 내셔널지오그래픽의 감성마저 덧입으면서 단순히 풍경 좋은 숙소를 넘어 특별함까지 갖춘 쉼터이자 일터가 됐다.

너른 마당에는 캠핑 낭만을 자극하는 카라반에다 사람의 걸음으로 발생하는 진동과 압력을 에너지원으로 활용해 전력을 생산하는 스마트 에너지 블록까지 설치해 머무는 즐거움을 더했다.

또 친환경성까지 고려해 국내 흙 건축 분야 전문가인 황혜주 목포대 건축학과 교수가 건축에 참여함으로써 공간에 생기를 불어넣었다.

이 같은 환골탈태는 집주인과 플라잉하우스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물이다.

하릴없이 방치하고 있던 집주인은 플라잉하우스에 10년 치 임대료를 받고, 플라잉하우스는 이 기간 빈집을 리모델링해 기업들을 대상으로 워케이션 숙소로 빌려주고 이익을 얻는다.

집주인으로서는 고민 해결과 동시에 10년 뒤에 번듯한 세컨드 홈으로 활용하거나, 도심을 떠나 귀촌해 전원생활을 즐겨보는 등 여러 선택지를 두고 '행복한 고민'에 빠질 기회가 주어진다.

어떤 선택을 하든 간에 생활인구 또는 정주 인구 증가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소멸 위기에 부닥친 지역사회에도 해법이 될 수 있다.

이미지 확대 휴젝트에서 개발한 스마트 에너지 블록

휴젝트에서 개발한 스마트 에너지 블록

[플라잉하우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최근 플라잉하우스 1호점을 둘러본 영월군은 플라잉하우스의 시도를 '이색적이면서 참신한 모델'로 평가했다.

이언 관광마케팅팀 팀장은 "예전까지 관광 산업은 관광객을 많이 유치하고, 지역 소비만 불러일으키면 그만이었지만, 지역소멸론 등장 이후에는 생활 인구 확대, 고령화 극복, 인구 소멸 극복 등이 관광과 이어진 과제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생활 인구 자체를 관광의 대상으로 보기 때문에 플라잉하우스의 사업 모델이 가지고 있는 기대효과와 군에서 인식하는 관광의 목적이 이제는 일치한다고 할 수 있다"며 "방문을 통해 상당히 협력적이고 발전적인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플라잉하우스는 앞으로 10년간 전국에 총 1천점 운영을 목표로 세웠다.

궁극적으로 주변 자연경관이 훌륭하고 인프라도 잘 갖춰진 '관광지형 빈집'뿐만 아니라 정반대인 '농촌형 빈집'까지 재생 범위를 넓힐 구상을 갖고 있다.

"의욕은 충분하고, 빈집의 공급 측면에서도 문제는 없다"는 최 대표의 말에서 오랫동안 멈춰 있던 공간들이 다시 날아오를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묻어났다.

이미지 확대 최성원 플라잉하우스 대표

최성원 플라잉하우스 대표

[촬영 박영서]

conanys@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6년01월11일 06시45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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