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테크+] "우주에서는 바이러스-박테리아 상호작용·돌연변이 달라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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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연구팀 "국제우주정거장 배양실험 확인…질병 치료 등에 활용 기대"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박테리아와 이를 감염시키는 바이러스(박테리오파지)를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배양하면 둘 사이의 상호작용이 달라지고 지상에서와는 다른 독특한 돌연변이가 축적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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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우주정거장(ISS)

[NASA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미국 매디슨 위스콘신대 필 허스 박사팀은 14일 과학 저널 플로스 생물학(PLOS Biology)에서 박테리아와 이를 감염시키는 박테리오파지를 지상과 ISS에서 배양한 결과 파지가 대장균을 여전히 감염시킬 수 있었지만, 바이러스와 파지의 상호작용 양상과 돌연변이 발생이 지상과는 다르게 일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우주는 박테리아와 파지가 상호작용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킨다"며 "이런 우주 환경 적응을 연구함으로써 지상에서 약물 내성 병원체에 대해 훨씬 우수한 활성을 지니나 파지를 공학적으로 설계할 수 있다"고 말했다.

ISS는 고도 약 400㎞의 지구 저궤도를 시속 2만7천㎞로 하루 15.5바퀴씩 도는 거대한 다국적 우주정거장이다. ISS는 거의 무중력에 가까운 '미세중력'(microgravity) 상태여서 화학·바이오 등 분야의 새로운 실험 환경으로 주목받고 있다.

연구팀은 이 연구를 통해 박테리오파지와 대장균을 이용해 미세중력 환경과 지상 환경에서 둘의 상호작용이 무엇이 다른지 알아보기 위해 감염과 증식, 진화 과정을 비교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박테리아를 감염시키는 박테리오파지와 세균 간 상호작용은 미생물 생태계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박테리아는 파지의 침투를 막기 위해 방어 메커니즘을 진화시키고 파지는 이런 방어를 뚫기 위한 새로운 방법을 발전시킨다.

연구팀은 미세중력 환경은 박테리아의 생리와 바이러스-박테리아 충돌 조건을 변화시켜 전형적인 상호작용을 교란할 수 있지만 지금까지 미세중력에서 파지-박테리아 역학이 무엇이 달라지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본 연구는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 연구에서 운동성이 거의 없는 대장균(BL21)과 박테리오파지(T7)로 똑같은 실험 샘플을 두 세트 만들어 한 세트는 ISS에서, 다른 한 세트는 지상에서 짧은 시간(1·2·4시간)과 긴 시간(23일)으로 나누어 배양하며 관찰하고 전체 유전체를 분석했다.

ISS 시료를 분석한 결과, 미세중력은 파지의 감염을 막지는 않지만 크게 지연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초기 몇 시간 동안 파지의 감염과 증식이 거의 일어나지 않았으나 23일 배양 후에는 결국 파지가 대장균을 감염시키고 증식했다.

또 파지와 대장균 모두에서 미세중력에 맞춘 진화가 일어나는 것으로 확인됐으며, 지상 시료와는 돌연변이 양상이 뚜렷하게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파지에는 세균 표면에 더 잘 달라붙거나 감염 효율일 높이는 것으로 보이는 유전자 돌연변이가 점차 축적됐고, 대장균에는 파지에 대한 저항과 미세중력 환경에서 생존에 유리한 것으로 보이는 돌연변이가 축적됐다.

연구팀은 또 미세중력에서 선별된 변이를 조합해 만든 파지가 기존 T7 파지가 감염시키지 못하던 요로 병원성 대장균을 감염시키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이는 미세중력 실험이 질병 치료용 파지 개량 등에 활용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연구 결과는 미세중력이 박테리오파지-세균 상호작용과 미생물에 미치는 영향을 규명하는 향후 연구의 토대가 되고, 동시에 지상 환경에서 어떤 이점을 가질 수 있는지 탐구하는 데에도 기초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출처 : PLOS Biology, Srivatsan Raman et al., 'Microgravity reshapes bacteriophage-host coevolution aboard the International Space Station', https://plos.io/4q4S9AO

scitech@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6년01월14일 05시00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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