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수학문제 다 풀어야 잠자게 하고…새벽에 깨워 또 풀라 했다"

1 day ago 1

"무릎 꿇은 아이 주변에 압정으로 테두리 만드는 처벌도 있었다"

"모두에게 배달 음식 먹이면서 특정 아이 배제하는 정서 학대도"

전북경찰청 "B보육원 학대사건은 중대사안…전담수사팀 통해 철저수사"

[※ 편집자 주= 이번 기사는 연합뉴스가 작년 10월부터 보도하기 시작한 전라북도내 B보육원 아동학대 사건에 대한 인터뷰 내용을 종합하고, 현재의 진행 상황을 추가한 것입니다. 기존에 송고된 기사 리스트는 아래와 같습니다.]

[삶] "짜장면 사주겠다며 아저씨가 여고생 성추행하고 치근덕"(10월23일)

[삶] "난 7살때 식사속도 느리다고 난타채로 100대 맞았다"(10월27일)

[삶] "여중생인데, 성관계경험 추측된다고 보육교사가 말하다니"(11월3일)

[삶] "초등학교 우리반에 고아 3명외 학생은 아무도 없었다"(11월11일)

이미지 확대 압정

압정

[SNS 캡처 사진]

(서울=연합뉴스) 윤근영 선임 기자= "보육원 여교사(생활지도사)는 밥을 늦게 먹는다는 이유로 7살이었던 나를 100대 때렸습니다.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를 무릎 꿇게 하고는 못 움직이도록 압정으로 테두리를 만드는 처벌도 있었습니다. 초등학생 시절 소변 실수를 해서 이불을 손으로 빨고 있었는데, 보육원 여교사가 손등에 락스 원액을 부어버렸습니다. 여중생 시절, 돈을 훔치지 않았는데도 도둑질을 인정하라고 보육 교사들이 협박했습니다."

"고등학교 3학년인데도 보육원으로부터 받은 용돈은 월 2만원에 불과했습니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 보육교사는 수학 문제를 다 풀지 못하면 잠을 못 자게 했습니다. 결국 모두 풀고 잠들었는데 새벽에 또 깨워서 문제를 풀라고 했습니다."

"우리는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에 도심의 학교에서 논밭이 많은 시골의 학교로 강제 전학 됐습니다. 당사자인 아이들과 부모에게 사전 설명도 없었고, 동의 절차도 없었습니다. 시골 학교의 폐교를 막기 위한 것이었다고 하는데, 우리가 고아가 아니라면 일어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이는 전라북도에 있는 B 보육원 출신 박한솔(24.가명), 김샛별(24.가명) 씨와 현재 보육원생인 이은별(18.가명) 양 등 여성 청년 3명이 2025년 10월 5일부터 여러 차례 진행된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이다.

같은 보육원 남자 원생이었던 이한돌(22.가명) 씨는 인터뷰가 진행될 때 스피커 폰으로 보육원에서 겪었던 일을 전했다.

인터뷰에는 조윤환 고아권익연대 대표도 참여했다.

이미지 확대 드라이아이스 모습

드라이아이스 모습

[SNS 캐처 사진]

이들은 B 보육원에서는 위에서 언급된 것 외에도 다양한 형태의 물리적, 정서적 폭력이 있었다고 했다.

이들은 ▲ 보육원이 조현병과 알코올 중독을 갖고 있는 아버지의 집으로 원생을 퇴소시키고 ▲ 장애가 있는 아이에게 도둑의 누명을 씌우고 ▲ 성 경험이 전혀 없는 여중생한테 성관계를 다섯번 해서 정신적으로 불안하다고 하고 ▲ 장애가 있는 아이를 다른 아이보다 늦게 학교에 보내면서 화장실 청소를 하라고 했다고 했다.

또 ▲ 싱크대에 연기 나는 드라이아이스를 부어놓은 뒤 아이를 올려놓고 ▲ 보육원 언니들을 시켜서 초등학생 1∼3년생 아이에게 무릎 꿇고 책 10권 이상을 머리 위로 들게 하고, 책이 떨어질 때마다 책을 추가하고 ▲ 정에 굶주린 어린 고아들이 자원봉사자들에게 매달리고 시끄럽게 했다는 이유로 일렬로 무릎 꿇게 하고는 구타하고 ▲ 특별한 이유 없이 자기 기분이 나쁘면 폭행하기도 하고 ▲ 보육교사가 고참 보육원생들에게 후배들을 폭행하라고 시키고 ▲ 선배 원생이 후배들을 폭행하는 현장에서 보육교사는 제지하지 않고 지켜보고만 있었다고 했다.

그리고 ▲ 보육 여교사가 남자 어린아이를 목욕시키면서 성추행하고 ▲ 여자아이들이 보고 있는데, 소변 실수했다는 이유로 남자아이의 속옷을 모두 벗기고 ▲ 아이들에게 흉기를 휘두르는 등 실제로 정신병이 있는 보육교사가 아이들을 정신병원에 데려가기도 하고 ▲ 보육원 거실에서 모든 아이에게 배달 음식인 통닭을 먹이면서 특정 아이는 배제하는 등 왕따가 빈번하고 ▲ 자기가 예뻐하는 아이한테만 휴대전화를 사줘서 차별하고 ▲ 휴대폰이 없는 아이는 중학교 단톡방에 못 들어가서 선생님의 숙제도 파악하지 못했다고 했다.

이들은 ▲ 외부인들도 보육원의 여고생을 성추행하고 ▲ 외부 영어학원의 교사마저도 별다른 이유 없이 고아를 폭행했다고 했다.

이에 대해 B 보육원은 그동안 반론 보도문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알게 된 사실에 관해서는 내 아이처럼 또는 그 이상으로 사랑을 갖고 관련 규정이나 지침이 허용하는 한도 내에서 순간순간 최선을 다해 조치하고 훈육하여 왔다"고 밝혔다.

조윤환 고아권익연대 대표는 "B보육원의 학대는 정도의 차이가 있겠지만 전국 보육원에서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면서 "전국 보육원을 대상으로 구타, 성폭력, 불법적 약물 복용 등에 대한 전수 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몇개월 전 보건복지부에 B보육원 실태를 알렸는데도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면서 "보다 근원적으로 보육원 문제를 해결하려면 대형 보육시설과 그 주변이 결합한 학대 생태계를 없애야 하는데, 복지부는 이런 방향으로 가는 것 같지 않다"고 했다.

이미지 확대 B보육원 학대사건 비대위의 장하나 간사

B보육원 학대사건 비대위의 장하나 간사

[연합뉴스 인물 사진]

현재, B 보육원 교사들(생활지도사들)을 대상으로 경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피해자들이 일부 보육교사들을 고소했고, B시청도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기 때문이다.

B시는 연합뉴스의 질의에 대한 답변서에서 "B보육원에서 일어난 학대는 심각한 사안으로 인식하고, 엄중하게 처리할 예정"이라면서 "아동 인권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B보육원 아동학대 사건은 해당 보육원뿐 아니라 관리감독, 모니터링, 아동학대 신고 의무 등이 있는 사회복지법인(보육원 운영하는 법인)과 시청, 아보전(아동보호전문기관), 교육지원청 등도 법적, 행정적, 도덕적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오랫동안 심각하게 진행된 학대 상황을 이들 기관이 왜 방치했는지, 학대 사실을 인지한 후에 제대로 신고하고 대응했는지 등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2009년 B보육원 아이들을 시골의 초등학교로 강제 전학시킨 사건도 누가, 왜, 이런 결정을 했는지, 그 과정은 적법한지에 대한 조사가 진행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보육원이 정신과 병원들과 함께 아이들 통제 수단으로 약물을 이용했다는 이들 청년의 주장과 관련해서도 제대로 된 조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일방적으로 정신과 약물 복용을 강제하는 것은 그 대상이 미성년자여도 상황에 따라서는 관련 법률 위반일 수 있다는 것이다.

'B보육원 아동학대 및 인권침해사건 비상대책위원회'의 장하나(전 국회의원) 간사는 "국회 의원실 등과 협력해 진상을 철저히 규명할 것"이라면서 "이 보육원에서 있었던 학대들을 추가로 제보받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각 기관의 소극적인 대응 등에 대해서는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고 했다.

이 비대위는 고아권익연대를 비롯한 인권 단체들, 공익 인권 변호사들, 사회복지 전문가 등 13명으로 구성돼 있다.

강현아 전북 교사노조 수석부위원장은 "폐교를 막기 위해 어린 고아들을 이용했다면 심각한 인권 유린에 해당된다"면서 "고아들 강제 전학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가 진행돼야 하며, 문제가 드러나면 관련 기관 등에 대한 필요한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미지 확대 전북경찰청 청사 모습

전북경찰청 청사 모습

[SNS 캡처 사진]

전라북도경찰청(청장 김철문)은 "B보육원 아동학대 사건은 중대한 사안이라고 판단해서 '지휘집중(Command Concentration)' 방식으로 수사한다"면서 "도경이 일선의 B경찰서 수사 진행 상황에 대해 보고받고, 모니터링하고, 직접 지휘하는 방식"이라고 밝혔다.

지휘집중은 수사본부처럼 어떤 사안에 대한 수사의 권한과 정보를 한 지휘관에 집중시켜 일사불란하게 강도 높은 수사를 펼치는 것을 말한다.

도 경찰청은 "B경찰서 여성청소년 분야 수사팀을 이번 아동학대사건 전담 수사팀으로 정해서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B보육원 학대사건들을 병합해 수사토록 했다"면서 "도경이 전반적인 수사를 지휘하되 장애와 관련한 특수한 학대사건들은 일선 경찰서로부터 인계받아 직접 수사한다"고 했다.

그동안 B보육원 아동학대 수사는 여러 경찰서에서 산발적으로 진행됐다. B 경찰서 내에서도 여러 수사팀으로 사안이 흩어져 있어서 효율성과 집중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됐었다.

도 경찰청은 또 "보육원뿐 아니라 지역 내 관련 기관들의 행정 처리, 학교 전학, 보육원 퇴소, 약물 처방 등의 여러 문제에 대해서도 규정과 법률 위반인지 확인할 것"이라면서 "도경은 어떤 의혹도 없도록 철저히 수사한다는 것이 기본 방침"이라고 밝혔다.

현행 아동학대처벌법 등에 따르면 아동 복지시설, 교육기관, 의료기관 등의 종사자들, 관련 사회복지 공무원 등은 아동학대 신고 의무자에 해당된다. 이들의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1.5 배의 가중 처벌이 적용될 수 있다.

또 관련 법률과 판례 등에 따르면 아동보호시설에서 반복적인 학대가 발생하면 해당 시설(보육원)뿐 아니라 이를 운영하는 사회복지법인도 설립 허가가 취소될 수 있다.

이미지 확대 난타공연에 사용하는 난타채

난타공연에 사용하는 난타채

[SNS 캡처 사진]

[※ 편집자 주= 다음은 이미 보도된 B 보육원 아동 학대 사건의 내용을 종합하면서 현재 진행 상황을 정리한 것입니다.]

◇ "보육 선생님이 난타채로 100대 때렸다"

초등학생 김샛별은 육체적으로 건강하지 못했고, 다른 사람보다 다소 느렸다. 게다가 어머니는 없고, 아버지는 조현병 환자, 알코올 중독자였다. 그래서 폭력의 타깃이 됐다고 했다.

다음은 김샛별이 말한 내용이다.

"나는 선천적으로 건강하지 못했다. 여러 차례 수술도 받아야 했다. 초등학교 때는 걸음이 느렸고, 말도 잘 못했다. 밥도 빨리 먹지 못했다. 초등학교 1학년 때 어떤 선생님은 내가 밥 먹는 속도가 느리다고 해서 폭행했다. 방에 끌고 가서 난타 채로 마구 때렸다. 내 발을 잡고 뒤집어서는 발바닥을 무작정 때렸다. 발바닥 외에 다른 부위도 구타했다. 온몸에 멍이 들 정도였다. 나는 정확히 세지는 않았지만 한번 맞으면 100대는 넘어갔다. 다른 아이들은 거실에서 내 울음소리를 들었다."

김샛별은 모든 반찬을 먹어야 하는 고통도 겪었다고 했다.

"나는 초등학교 1학년 때는 편식했다. 몸이 약하다 보니 싫어하는 음식이 많았고, 못 먹는 음식도 있었다. 그런 음식을 억지로 먹으면 구역질이 났다. 어떤 선생님은 내가 편식한다는 이유로 내 식판에 모든 반찬을 올려놓고는 강제로 다 먹으라고 했다. 당연히 다른 아이들보다 식사 시간이 더 길어질 수밖에 없었다.

친구 박한솔은 김샛별이 당하는 것을 봤다고 했다.

"나는 샛별이가 식당에서 입술 부위를 수저로 맞는 것을 봤다. 밥을 늦게 먹고 헛구역질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그 수저는 보육교사가 식사하면서 직접 사용하던 은색 쇠 수저였다. 선생님은 수저의 둥근 부위로 여러 차례 때렸고, 샛별이의 입술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그 장면이 충격적이어서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다."

이미지 확대 "락스 사용할 때는 장갑 착용해야"

"락스 사용할 때는 장갑 착용해야"

락스 원액은 희석해서 조심스럽게 사용하지 않으면 피부 손상이 발생할 수 있다 [SNS 캡처 사진]

◇ "손등에 락스 원액 붓기도"

인터뷰에 참여한 이들 청년은 화학물질 등에 의한 가혹행위도 있었다고 했다.

다음은 18세 이은별 양이 밝힌 내용이다.

"나는 초등학교 고학년 때도 소변을 실수하는 경우가 있었다. 왜 그랬는지는 나도 모른다. 어느 날 소변 실수 때문에 나보다 두 살 아래인 후배와 이불을 빨고 있었다. 그때 선생님이 락스 용기의 뚜껑을 열고는 그 원액을 내 손에 부어버렸다."

화상을 입지 않았지만, 초등학생 아이로서는 공포에 질렸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락스 원액은 단백질을 녹이는 성분이 있어서 이를 사용할 때는 반드시 비닐장갑을 착용해야 한다는 것이 상식이다.

아이를 드라이아이스 위에 올려놨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박한솔은 "어떤 보육교사는 싱크대 위에 드라이아이스를 부어놓고 아이를 올려놓기도 했다는 이야기를 후배한테 들었다"면서 "연기 같은 것이 올라오는 그 속에 아이를 올려놓으면 공포에 질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보육원 내에서는 '압정 체벌'도 있었다고 했다.

박한솔의 설명이다.

"압정 체벌을 받는 아이를 나는 직접 본 적이 있다. 어떤 방에 들어가니 초등학생 아이가 무릎 꿇고 있었는데, 그 주변 바닥에는 압정으로 테두리가 만들어져 있었다. 그 테두리 밖으로 움직이지 말라는 뜻이었다. 선생님은 아이의 머리 부위의 벽에도 압정을 박아놨다. 일어서지 말라는 뜻이었다. 아이는 조금만 움직여도 무릎을 다칠 수 있다. 그러니 아이는 다리가 저려도 움직일 수 없었다. 나는 아이가 너무 불쌍해서 압정을 밖으로 좀 더 밀어냈다."

이미지 확대 "보육시설 학대 진상 조사하라"

"보육시설 학대 진상 조사하라"

2025년 6월 11일 서울 한강대교 아치 위에 오른 A 보육원 출신 송준영 씨가 과거 보육원에서 폭력을 당한 피해자들에게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배상 과 보상, 진상 규명 등을 하라며 농성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사진]

◇ "보육교사가 폭력 지시 또는 방조"

인터뷰에 참여한 이들 청년은 중학교에 올라갔더니 언니들이 때리기 시작했다고 했다. 보육 선생님들이 폭력을 사주했다고 했다.

박한솔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선생님들은 중학생을 때리면 문제가 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직접 때리지는 않았다. 주로 언니들에게 시켰다. 어떤 언니는 먼저 무릎을 꿇게 했다. 그리고 내 머리털을 자기 손으로 꼬았다. 그다음에는 머리털을 움켜잡고 휘저은 뒤에 뺨을 때렸다. 그다음에 주먹과 손으로 때렸다. 발로 허벅지 등을 차기도 했다. 방에서도 때렸고, 거실에서도 때렸다"

이런 폭력 사태에 대해 선생님들은 방관했다고 박한솔은 말했다.

"어느 날 나는 거실에서 언니한테 폭행당하면서 큰 소리로 울고 비명을 질렀다. 너무 억울했기 때문이다. 거실 가로질러서는 선생님 방이 있었고, 그 방문은 어느 정도 열려 있었다. 나는 울면서 선생님 방문 쪽을 쳐다봤지만, 그분은 나와보지도 않았다. 폭행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다 알고, 다 듣고 있으면서도 모른 척했다."

김샛별은 "보육원 선생님들은 오히려 우리들이 맞는 것을 좋아했던 것 같다"면서 "그래야 아이들을 컨트롤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인 듯하다"고 했다.

이미지 확대 전북경찰청 청사 모습

전북경찰청 청사 모습

전북경찰청은 "B보육원 학대 사건은 의혹이 없도록 철저히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SNS 캡처 사진]

◇ "도둑몰이 사건도 있었다"

김샛별은 중학교 3학년 시절 억울하게 도둑으로도 몰렸다고 했다.

"보육원 내의 고교 2학년 언니가 10만원을 잃어버렸다고 해서 시작된 일이었다. 그때 선생님과 보육원 언니들이 나를 도둑으로 몰아갔다. 나는 도둑질한 일이 없다고 했지만 소용없었다. 3명의 선생님이 나를 방으로 불렀다. 그리고는 '네가 10만원 훔쳐 간 거 맞지? 증거가 있으니 사실대로 말하라'고 했다. 나는 '훔친 적이 없다. 돈에 대한 욕심이 없다'고 계속 말했다. 그렇지만 선생님들은 '네 통장에 있는 돈을 싹 빼버리기 전에 사실대로 이야기하라'고 했다. 그건 협박이었다.

이런 협박은 친구인 박한솔에게로 이어졌다고 했다.

다음은 박한솔의 설명이다.

"보육원의 한 언니가 나를 자립 체험관으로 불렀다. 그곳에 갔더니 여자 선배 2명과 보육교사 1명이 있었다. 그들은 라면을 끓이고 있었다. 그들은 나에게 도와달라고 했다. 샛별이를 도둑으로 몰아가는 데 방해하지 말고 가만히 있어 달라는 취지였다. 나는 거절했다. 그랬더니 언니들과 선생님이 나를 구타할 계획까지 세웠다. 그리고 실제로 구타가 일어났고, 나는 맞서 싸웠다. 내가 처음으로 언니한테 몸으로 직접 대항한 사건이었다."

이런 도둑 몰이는 다시 초등학생한테로 옮겨갔다고 했다. 박한솔의 설명이다.

"선생님들은 샛별이를 도둑으로 몰아가는 게 안되자 이번에는 초등학생 여자아이를 범인으로 지목했다. 그런데 그 아이는 저학년이어서 10만원이라는 큰돈을 쓸 수도 없었으니 말이 안 되는 도둑 몰이였다. 최종적으로는 선배 중 1명이 범인인 것이 드러났다. 언니들과 선생님들은 그러고도 샛별이나 나한테 사과 한마디 하지 않았다."

보육원 내에서는 이렇게 누군가를 범인으로 지목하고 누명을 씌우는 일이 많이 일어났다고 이들 청년은 전했다. 특히 장애가 있는 아이들이 많이 당했다고 했다.

이미지 확대 2017년 2월 김샛별(가명) 00대학병원 정신과 초진 기록지

2017년 2월 김샛별(가명) 00대학병원 정신과 초진 기록지

"시설 선생님에 따르면 작년 10월 페이스북으로 남자 친구를 만나 12월까지 교제했던 것으로, 헤어진 말을 안 하고 식사를 안 하려 하여 선생님들이 확인한 결과 남자친구와 성관계를 5회 가졌던 것으로 추측된다"고 기록돼 있다.
[사본 김샛별 제공]

◇ "성관계 몰이 사건도 있었다"

보육 선생님들이 성적인 모욕을 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다음은 김샛별이 밝힌 내용이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교에 들어갈 무렵이었다. 나는 말을 잘 못하게 됐고, 우울증이 심했다. 그 이유는 잘 모른다. 그런데 보육원 선생님들은 나에게 남자친구와 성관계했느냐고 자꾸 추궁했다.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보육원 선생님은 인근 대학병원 정신과에 나를 데려갔다. 병원에서 선생님은 내가 남자친구와 성관계를 5회 가진 일로 스트레스를 받아 말을 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병원 초진 기록지에 그렇게 기록돼 있다. 남자관계가 내 이상증세의 요인 중 하나라는 취지였다. 그런데 나는 중학교 때 성관계가 뭔지 개념조차 모르던 아이였다. 그런 아이가 어떻게 성관계를 5회나 했다는 것인가?"

김샛별은 보육원 측이 이렇게까지 하는 것은 자신의 이상 증세가 사생활 문란 때문이고, 보육원에는 책임이 없다는 것을 주장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했다.

이미지 확대 전북도청의 모습

전북도청의 모습

[SNS 캡처 사진]

◇ "여고생, 보육원 퇴출로 노숙 생활하기도"

성관계 몰이 사건 1년 후에 김샛별은 증세 재발로 정신병원에 있다가 퇴원했다. 이번에는 보육원이 아닌 집으로 가야 했다. 그 집에는 조현병과 알코올 중독증을 가진 아버지가 살고 있었다.

아버지는 조현병 증세로 딸에게 칼을 휘두르기기까지 했다. 김샛별은 집에서 살 수 없었고, 결국 다른 4곳의 보육원을 전전해야 했다. 어떤 시설은 문밖으로 한발짝만 나서도 비상벨이 울렸다고 했다. 감금시설 같은 곳이었다는 것이다. 김샛별은 결국 나쁜 남자를 만나서 고통을 겪어야 했고, 길바닥 노숙 생활을 해야 하는 상황도 벌어졌다.

다음은 김샛별의 설명이다.

"나는 2018년 7월 병원에서 나오자마자 친구들한테 인사도 못 하고 보육원을 떠나야 했다. 그때 나는 17세로 고등학교 2학년생이었다. 나중에 퇴소 사유를 확인해보니 보육원 내의 기록은 '연고자 인도'였다. 당시 아빠는 심한 조현병과 알코올 중독을 갖고 있었다. 그런 아버지한테 나를 보낸 것은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설령 아빠가 딸을 데려가겠다고 하더라도 보육원 측은 그걸 막았어야 했다. 지금도 아버지는 내가 병원에 입원한 것이 폐렴 때문인 것으로 알고 있을 정도로 상황판단이 안 되는 분이었다."

다음은 박한솔의 설명이다.

"그때 샛별이 아빠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고, 알코올 중독증을 가진 것을 거의 모든 보육 선생님이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샛별이를 내보낸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설령 정신질환에 걸린 아버지가 사인을 했다고 하더라도, 보육원에서 힘들게 살아온 샛별이가 퇴소를 원하더라도 그렇게 보내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당시 샛별이가 그렇게 나가지 않았다면 1년 후에 18세가 돼서 정식으로 퇴소했을 것이다. 그러면 자립정착금과 자립 수당도 받았을 것이다".

이에 대해 B시청은 연합뉴스에 다음과 같이 밝혔다.

"(김샛별)에 대한 보육원 퇴소 결정은 보호자, 아동의 의사, 시설 의견, 아보전의 가정환경 조사 결과를 종합해 아동복지법, 아동학대처벌법 등 관련 법령과 지자체 내부 절차에 따라 신중히 이뤄졌다."

가정환경 조사 등을 거친 적법한 퇴소 조치였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장하나 비대위 간사는 "보육원은 김샛별 아버지가 조현병과 알코올 중독증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법과 규정에 따라 처리했다고 하고, 시청은 이 사안을 수사 의뢰조차 하지 않았다"면서 "비대위는 공식적으로 시청에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지 확대 전북도교육청 모습

전북도교육청 모습

[SNS 캡처 사진]

◇ "보육원 아이들 수십명 시골 학교로 강제 전학"

B 시내 도심의 학교에 다니는 보육원 아이들 수십명을 한꺼번에 시골 학교에 전학 보낸 사건에 대해서도 진상이 규명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박한솔은 당시 상황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2009년 3월 초 내가 초등학교 2학년 개학과 동시에 전학 갔다. 도심에 있는 대형 초등학교에서 시골의 작은 초등학교로 갔다. 새 학교 주변에는 논밭이 많았고 편의시설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 학교로 나만 간 것이 아니었다. 우리 보육원 아이들 전체가 갔다. 1∼6학년 전체로는 20∼30명은 됐을 것으로 추정한다. 그 과정에서 고아들 당사자와 부모의 동의 절차는 없었다. 나는 2학년 1반이었는데, 우리 보육원 동기 3명 말고는 다른 아이가 1명도 없었다. 새 학교에 처음 도착했더니 교장 선생님이 우리들을 도서관에 모아놓고 하신 말씀이 정확히 기억난다. 우리 고아들이 와서 폐교 위기를 넘겼다면서 고맙다고 했다. 그런데 보육원 선생님이 예뻐했던 아이는 시골의 학교가 아닌 도심의 학교에 다녔다"

이와 관련, B보육원과 B교육지원청은 당시 폐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폐교를 막기 위한 것이 아니라 아이들을 위한 학구 조정이었다는 것이다.

이들 기관은 "근거리 통학로 확보와 개인별 맞춤형 학습권 보장을 위한 것"이라면서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했다.

그렇지만 당시 아이를 보낸 초등학교 측은 이 전학 조치가 폐교와 관련된 것이라고 했다.

이 학교 측은 연합뉴스에 "당시 본교 교장이 교육지원청에 고아들 전출(전학)을 반대한다는 공문까지 보냈다"면서 "아이들을 보냈는데 폐교되면 또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 전북도교육청은 "B교육지원청에 정확한 진상과 사실관계를 파악해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밝혔다.

강현아 전북 교사노조 수석부위원장은 "폐교를 막기 위한 전학 조치였다면 보호자 즉 방패막이가 없는 아이들을 이용한 인권유린에 해당된다"면서 "진상 조사가 필요하며, 사실이라면 시간이 지났지만, 진정성 있는 사과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미지 확대 2025년 12월 16일 대통령에게 업무 보고하는 정은경 복지부 장관

2025년 12월 16일 대통령에게 업무 보고하는 정은경 복지부 장관

[대통령실 통신 사진기자단 사진].

◇ "정신병원들 약물처방도 문제 있다"

인터뷰에 참여한 이들 청년은 정신과 약이 보육원 아이들 통제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고 했다.

박한솔은 이렇게 말했다.

"나는 초등학교 3학년부터 6학년까지 3년 정도 정신과 약을 먹었다. 보육원 선생님이 차분해지려면 약을 먹어야 한다고 했다. 공부를 잘하려면 약을 먹어야 한다고도 했다. 그런데 부작용이 생겼다. 손이 떨렸고, 토할 것 같은 느낌이 왔다. 그래서 선생님께 이 약 안 맞는 것 같고 힘들다고 했다. 그랬더니 선생님은 말 잘 들으면 그 약 끊을 수 있다"고 했다.

박한솔은 정신과 병원에도 문제가 있다고 했다

"정신과 약물 복용 여부와 용량은 의사가 환자와 상담해서 결정해야 하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진료실에서 의사 선생님과 상담했는데, 그건 상담이 아니었다. 우리를 폭행하는 보육 교사가 바로 뒤에 앉아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니 보육원에서 폭행당하고 있다는 것을 의사한테 어떻게 말할 수 있겠는가. 그런 이상한 상담 후에 의사 선생님은 나한테 나가 있으라고 했다. 진료실에는 의사와 보육교사만 남았다. 그리고 내가 없는 상태에서 그 두 사람이 처방을 결정했다. 의사는 나한테 무슨 약인지, 부작용이 있는지에 대해 설명해주지 않았다."

이은별은 "내가 의사한테 한번은 약물 처방을 함부로 하면 고발하겠다"고 했더니 약물 처방을 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들 청년은 약물 처방이 합법적이었다면 고발한다는 소리에 의사가 약물 처방을 중단하는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그렇지만 보육원과 정신과 병원들의 약물 처방 문제에 대해서도 여전히 조사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

장하나 비대위 간사는 "B 보육원생 대부분에게 정신과 약물이 처방됐다"면서 "정신과 병원들이 이렇게 많은 약물 처방을 하면서 보육원 생활환경을 의심하고 신고해야 했는데 그러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미지 확대 고아들 피해와 관련한 시위를 벌이는 고아권익연대

고아들 피해와 관련한 시위를 벌이는 고아권익연대

[고아권익연대 사진 제공]

◇ "고아들 추행하는 어른들도 있어"

인터뷰에 참여한 청년들은 주변 사람들이 고아들을 성적 착취의 대상으로 보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이 보육원 출신 이한돌 씨는 보육 교사한테 성추행당했다고 했다.

"내가 7살 때였다. 여자 보육교사가 나를 씻겨줬는데 성추행에 가까웠다. 그 선생님은 몸 터치를 했고, 내 중요 부위를 만지작거렸다. 나를 자기 무릎에 앉혀놓고 씻겼다. 이렇게 끌어안은 채 씻기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7살이면 혼자서도 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도 그 일을 불쾌하게 생각한다. 그 선생님은 나보다 덩치가 큰 형들도 그렇게 씻겼다"

이 청년이 20세가 넘어서도 그 일을 명확히 기억하는 것은 당시에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런 피해자는 훨씬 많을 수 있다.

박한솔은 고등학교 3학년 시절에 보육원 주변 사람들로부터 성추행당했다고 했다.

"고교 3학년 때 보육원의 요구에 따라 자동차운전학원을 다녔다. 어느 날 도로 주행을 마쳤을 때는 이미 깜깜한 밤이었다. 교육용 자동차 안에는 나와 운전학원 강사 아저씨 두 명밖에 없었다. 그 강사 아저씨는 계속 말을 걸더니 내 손을 잡았다. 그리고 내 손을 끌어서는 자기 허벅지에 올려놨다. 그 강사 아저씨는 주말에 짜장면 사줄 테니 나오라고 문자를 보내곤 했다"

이미지 확대 보육원들의 이익단체인 한국아동복지협회 로고

보육원들의 이익단체인 한국아동복지협회 로고

B보육원은 한국아동복지협회 회원이다.
[SNS 캡처 사진]

[ ※ 편집자 주= 연합뉴스는 공정하고 객관적인 보도를 위해 [삶] 인터뷰에 참여한 청년들의 주장과 관련, 해당 보육원에 확인 요청서를 보냈습니다. 그 답변서는 기사가 나갈 때마다 수록했습니다. 다음은 해당 보육원 원장이 보내온 3차례의 반론 보도문을 압축한 것입니다.]

<B 보육원의 반론 보도문>

연합뉴스 [삶] 인터뷰에 참여한 본 기관 출신 청년들이 주장하는 내용은 오래된 내용이어서 사실관계 확인을 위한 자료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또한 (김샛별의) 가정 복귀 관련 내용에 관하여서는 당시의 규정에 의거 당사자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관계 당국과 면밀한 검토 후에 적법하게 진행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강제로 약물을 복용시켰다, 어떠어떠한 내용으로 몰아갔다는 표현은 절대로 수용할 수 없음을 강조하며 이는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나라 의료체계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일임을 말하고 싶습니다.

본 기관 대부분의 아동은 문제가 생기면 즉시 담당 생활지도원들에게 이야기하거나 그들의 행동에 대해서도 사무실에 수시로 들락이며 해결을 요구하고 있고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즐겁게 생활하고 있습니다.

또한 아동과 행정기관의 전문요원들이 아이들과 개인적인 면담을 정기적으로 진행하여 충분히 그들의 욕구, 불만 등을 파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문제상황이나 의심 상황 발생 시 신속한 조처를 취하고자 노력하여 시설아동으로서 부당함을 겪지 않도록 부족하고 소홀함이 없는지 챙기고 있습니다.

보육 교사인 생활지도원들은 전지전능한 존재가 아니므로 24시간 내내 모든 아동에게 어떠한 일이 발생하였는지 전부 알 수 없습니다. 직간접적으로 알게 된 사실에 관해서는 내 아이처럼 또는 그 이상으로 사랑을 갖고 관련 규정이나 지침이 허용하는 한도 내에서 순간순간 최선을 다해 조치하고 훈육하여 왔습니다.

저희는 앞으로 더욱 잘해 나가야 하겠지만 과거와 현재 모두 우리 보육원에 근무한 전체 종사자들은 위법하게 아이들을 대한 적이 없고 사회 통념상 도의적으로 비난을 받을 정도로 잘못을 저지르거나 무책임한 행동을 한 적이 없습니다.

본 기관은 무엇보다 아동의 인권과 복지를 최우선 가치로 삼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아동의 양육환경이 보다 안전하고 투명하게 운영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keunyoung@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6년01월07일 06시01분 송고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