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인물' 패션 화제 되는 '블레임 룩'
마두로 체포 당시 복장 '마두로 그레이'로 인기
유명인 '체포룩'·'구속룩'도 '네거티브 마케팅' 효과
"좋은 뉴스인지 나쁜 뉴스인지 중요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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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핫이슈지' 영상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인턴기자 = "마두로 나이키 핏 죽인다 진짜. 사야겠다"('pa***'), "마두로 때문에 나이키 주식 오른다"('rh***').
지난 5일 엑스(X·옛 트위터)에 올라온 글들이다.
베네수엘라 대통령 니콜라스 마두로가 미군에 체포될 당시 입고 있던 옷이 다름 아닌 미국 브랜드 나이키의 트레이닝복이라는 점에 관심이 쏠리면서 나온 반응들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마두로의 체포 장면을 소셜미디어(SNS)에 올린 직후 나이키 트레이닝복은 구글 트렌드 상위 검색어로 급등했고, 온라인 판매처에서는 해당 제품의 일부 사이즈가 품절되기도 했다.
이처럼 사회적 논란의 중심에 선 인물이나 심지어 범죄자가 착용한 옷차림이 화제가 되며 소비로까지 이어지는 이른바 '블레임 룩'(blame look)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문제의 인물을 향한 비판과는 별개로, 그들이 입은 브랜드와 아이템이 '이야깃거리'가 되고 '사고 싶은 물건'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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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미군이 기습적인 군사 작전으로 체포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근황 사진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공개했다. 2026.1.9 [트럼프 트루스소셜 계정. 재판매 및 DB 금지]
◇ 체포 순간의 회색 트레이닝복, '마두로 룩' 되다
'블레임 룩'은 '비난하다'(blame)와 '외형·스타일'(look)을 합친 말로, 비판의 대상이 된 인물이나 집단의 이미지가 특정 패션 아이템에 덧씌워지면서 화제성과 상징성을 동시에 띠는 것이 특징이다.
주로 유명 인사가 경찰에 출두하거나 체포되는 장면 등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서 블레임 룩 현상이 나타난다.
마두로가 체포될 당시 착용한 트레이닝복도 '마두로 룩'으로 불리며 화제가 됐다. 해당 트레이닝복 색상이 회색이라는 점에 '마두로 그레이'(Maduro grey)라는 별칭까지 붙었다.
"그 트레이닝복은 밈이 될 수밖에 없었다"(뉴욕타임스), "니콜라스 마두로는 어떻게 트레이닝복을 다시 유행시켰나"(더타임스), "마두로 착용 나이키 트레이닝복 회자되며 품절"(SCMP) 등 외신 보도가 이어졌다.
국내 누리꾼들도 "나이키가 진짜 승자다"(엑스 이용자 'f***'), "마두로 체포룩 품절이래"('ma***') 등 관심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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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연합뉴스) 홍기원 기자 = 마약 혐의로 수사선상에 오른 상태에서 해외로 도피했다가 체포된 남양유업 창업주 외손녀 황하나 씨가 지난달 26일 경기도 안양시 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2026.1.9 [공동취재] xanadu@yna.co.kr
최근 국내에서는 마약 혐의로 수사를 받은 남양유업 창업주 외손녀 황하나 씨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할 당시 착용한 패딩이 화제가 됐다.
지난달 황씨는 카키색 롱패딩 차림으로 피의자 심문에 출석했는데, 해당 제품이 미국 디자이너 릭 오웬스 브랜드의 300만~400만원대 고가 패딩으로 알려지자 빠르게 회자됐다.
스레드에 "황하나 입은 패딩 진심 따수워보이는데 어디꺼인지 알 수 있을까"('ye***')라는 글이 올라오자 제품 정보와 함께 "가격이 얼마냐", "어디서 살 수 있느냐" 등 5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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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윤동진 기자 = 민희진 어도어 대표가 2024년 5월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한국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2026.1.9
그런가 하면 걸그룹 뉴진스를 키운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가 2024년 4월 기자회견에서 입은 의상도 '대박'을 쳤다.
어도어는 하이브 산하 레이블로, 당시 하이브와 경영권 분쟁을 벌이던 민 전 대표가 이른바 '분노의 기자회견'에서 입은 캐주얼한 초록색 줄무늬 티셔츠와 파란색 모자가 화제 속 품절됐다.
같은 해 5월에는 인기 트로트 가수 김호중이 음주 운전 혐의로 경찰에 출두할 때 착용한 안경과 재킷, 신발이 주목받았다.
김호중이 착용한 아이템의 브랜드와 가격대를 추정하는 온라인 글이 이어졌고, 일부 패션 커뮤니티에서는 유사 제품 정보가 공유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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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자료사진]
블레임 룩의 국내 시초로는 1999년 탈옥수 신창원이 체포 당시 입고 있던 무지개색 티셔츠가 언급된다. 당시 해당 티셔츠가 언론을 통해 대대적으로 노출되며 유사 제품이 시중에서 판매되는 등 모방 사례가 잇따랐다.
2007년 학력 위조 파문을 일으킨 신정아 씨가 검찰 조사 및 출국 과정에서 착용한 복장도 화제가 됐다. 공항에 모습을 드러낼 당시 신씨가 입었던 알렉산더 맥퀸 티셔츠와 보테가 베네타 가방은 대중의 큰 관심을 끌었다.
또 2016년 국정농단 사태 당시 최순실 씨가 검찰에 출석하던 중 신발이 벗겨진 장면 역시 블레임 룩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카메라에 벗겨진 신발 한짝의 로고가 선명하게 포착되면서 한동안 '최순실 프라다 구두'가 검색어 상위권에 오르며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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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자료사진]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과 명태균 공천개입, 통일교 청탁·뇌물 수수 의혹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된 김건희 여사도 블레임 룩을 낳고 있다.
반클리프 아펠, 샤넬, 그라프, 바쉐론 콘스탄틴 등 초고가 사치품 브랜드가 잇따라 언급되면서 해당 제품과 브랜드 자체가 '홍보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는 것이다. 이들 제품이 반복적으로 뉴스에서 언급되면서 온라인에서는 제품의 가격대와 특징을 설명하는 게시글과 검색이 이어졌다.
네이버 카페에는 "김건희 목걸이 갖고 싶은데 매장에 재고 있냐"('베***'), "스노우플레이크(ft. 김건희 목걸이) 구매했어요"('m***') 등의 글이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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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핫이슈지' 영상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 "잘잘못 떠나 '유행' 좇으려는 욕구 작동"
이러한 블레임 룩은 자연스럽게 풍자의 대상이 된다.
개그우먼 이수지가 연기하는 대치동 학부모 '제이미 맘'의 차림새가 대표적이다.
이수지는 지난해 2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올린 '제이미 맘' 영상에서 몽클레르 패딩, 샤넬·고야드 가방, 에르메스 목걸이·슬리퍼 등 실제 '대치동 맘' 패션으로 알려진 사치품 아이템을 보란 듯이 착용하며 현실을 풍자했다.
해당 영상의 누적 조회수가 900만 회를 기록한 가운데, 일부 학부모들이 몽클레르 패딩을 입기 꺼리며 중고 거래 플랫폼에 매물을 내놓는 일도 벌어졌다.
드라마에서도 종종 다뤄진다.
tvN '사랑의 불시착'(2019)에서 패션기업을 운영하는 윤세리(손예진 분)는 구설에 오를 때조차 파파라치 카메라에 찍힐 패션을 신경 쓴다. 자신이 입고 드는 모든 것이 뉴스의 내용과 상관없이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판매로 이어진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넷플릭스 '퀸메이커'(2023)에서는 재벌가의 각종 구설을 관리해 온 이미지 메이킹 전문가 황도희(김희애)가 "비자금 사건 때 검찰청 앞에서 벗겨진 저 신발, 그 딸이 체포될 때 입었던 스위스산 패딩, 경영권 승계 파문 때 당사자 손에 들려 있던 이 드레스 백. 전부 검색어 1위 찍고 완판됐지? 이렇게 사람들 눈을 가리는 거야. 우리가 모시는 오너 일가가 무슨 죄를 지었는지가 아니라 뭘 입고 뭘 신었는지 궁금하게 만들어서!"라며 블레임 룩 전략을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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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허경옥 성신여대 소비자산업학과 교수는 "소비자들에게는 단순히 필요에 의한 소비뿐 아니라 재미를 추구하거나 언론 보도를 보고 따라 하는 성향도 강하게 나타난다"며 "잘못된 행동이든 긍정적인 행동이든 상관없이 '유행' 자체를 좇으려는 욕구가 작동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내용이 좋은 뉴스인지 나쁜 뉴스인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고, 얼마나 많은 사람이 그 뉴스를 접했는지가 따라 하기를 유도하는 핵심 요인"이라며 "이런 특성 때문에 패션·소비재 업계에서도 부정적인 이슈나 논란을 활용하는 이른바 '네거티브 마케팅' 전략이 등장할 수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부정적이거나 불편한 내용이라도 강한 관심을 끌 수 있다면 소비자의 주목을 얻는 효과가 있다고 판단해 광고나 마케팅에 활용하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도 "대중 매체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인물은 관심의 대상이 되고 그가 입은 옷이나 소지품 역시 주목을 받게 된다"며 "사람들은 화제가 된 대상을 따라 하고 싶어 하는 심리가 강한데 특히 그 인물이 부자이거나 고위직, 연예인처럼 사회적으로 '잘 나가는 사람'일수록 그 효과가 커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죄를 지었는지 여부와는 별개로, 성공한 인물이 선택한 패션이라는 인식이 먼저 작동하면서 '괜찮은 스타일'로 받아들여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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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자료사진]
minji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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