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정상회담 만찬에 '짜장면' 등장해 관심
1883년 인천항 개항시 들어온 中'자장몐'서 기원
춘장에 물·전분·캐러멜 섞어 '한식 짜장면'으로
'짜파구리' 대박…'흑백요리사'선 '당근 짜장면' 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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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이진주 인턴기자 = A가 '베이징 짜장면'을 권하자, B는 "중국에도 짜장면이 있느냐"고 반가워했다.
A는 "주로 북쪽에서 많이 먹는다"고 설명했고, B는 "한국 짜장면보다 더 건강한 맛"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지난 5일 한중 정상회담 만찬에서 '베이징 짜장면'을 놓고 이재명(B) 대통령과 시진핑(A) 중국 국가주석 간 오간 대화라고 강유정 청와대 대변인이 브리핑한 내용이다.
때마침 6일에는 30대 이하 국민이 짜장면을 '한식'으로 인식한다는 설문 결과가 나왔다.
우리는 언제부터 '한국 짜장면'을 사랑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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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이 지난 5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국빈만찬 후 샤오미폰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 샤오미폰은 경주 정상회담 때 시 주석이 이 대통령에게 선물한 것이다. 2026.1.11 [공동취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졸업식·이삿날 먹는 '국민 음식' 짜장면
한국민속대백과사전에 따르면, 짜장면은 물과 전분을 섞은 춘장에 고기와 채소를 넣어 볶아 만든 양념을 면에 비벼 먹는 한국식 중국요리다.
춘장을 볶아 면 위에 얹어 먹는 중국 자장몐(炸醬麵·작장면)이 짜장면의 시초라 할 수 있다.
2016년 방영한 SBS TV '백종원의 3대 천왕' 54회에서 백종원은 중국을 방문해 베이징 짜장면을 먹었다. 물기가 거의 없는 춘장을 생채소가 올라간 면과 비벼 한 입 먹은 백종원은 '단맛이 빠진 간짜장' 같다고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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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연합뉴스) 임순석 기자 = 2025년 11월 2일 인천 중구 상상플랫폼에서 열린 '1883 인천 짜장면 축제'를 찾은 어린이들이 짜장면을 무료 시식하고 있다.
짜장면 축제는 1883년 인천항 개항과 함께 중국에서 들어온 자장몐(炸醬麵)이 인천을 거쳐 한국식 짜장면으로 변모된 역사를 알리기 위해 마련됐다. 2026.1.11
한국 짜장면과 중국 짜장면의 맛에 차이가 있는 이유는 1883년 인천항이 개항하며 들어온 자장몐이 화교에 의해 한국인 입맛에 맞게 변화했기 때문이다.
중국에서는 물기가 거의 없는 춘장을 사용한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춘장에 물·전분·캐러멜을 섞어 걸쭉하고 달콤하게 만든다.
한국인에게 친숙한 맛으로 탈바꿈한 작장미엔은 남녀노소 즐겨 먹는 '국민 음식 짜장면'이 됐다. 된장·고추장 등 '장 문화'에 익숙한 한국인의 특성도 짜장면의 진입장벽이 낮아지는 데 기여했다. 간짜장·유니짜장·쟁반짜장·삼선짜장·고추짜장 등 짜장면 종류도 다양하게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CJ제일제당은 최근 10~70대 2천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30대 이하 응답자의 61%가 치킨이나 짜장면처럼 한국에서 독자적으로 발전한 해외 기반 메뉴도 '한식'이라고 인식했다고 6일 밝혔다.
원래 '춘장과 면을 섞어 먹는 음식'을 나타내는 표준어는 '자장면'이었다. 'zh' 음을 'ㅈ'으로 적어야 하는 외래어 표기법 규정 때문이다.
그러나 방송 아나운서 정도만 "자장면"이라고 애써 발음할 뿐이라며, "짜장면을 왜 짜장면이라고 부르지 못하냐"는 불만이 이어졌다.
이에 2011년 국립국어원이 규범과 실제 사용 간 차이에서 나타나는 괴리를 해소하고자 표준국어대사전에 '짜장면'을 반영하며 표준어가 됐다.
그러자 당시 누리꾼들은 "그동안 누굴 위한 자장면이었는지…이제는 눈치 보지 말고 짜장면~ 속이 다 후련하다"('스***'), "이제는 맛없는 자장면 말고 맛있는 짜장면 먹을 수 있게 됐네요"('음***') 등 두팔 벌려 환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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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자료사진]
◇ "어머님은 자장면이 싫다고 하셨어"…'당근 짜장면'까지
짜장면은 한국인에게 문화적으로도 상당한 의미를 가진다.
인천시는 2025년 12월 처음 도입한 '인천지역유산'으로 짜장면 등 17건을 선정했다고 지난달 밝혔다.
인천 중구 차이나타운에 위치한 '짜장면 박물관'은 국가등록문화유산인 옛 공화춘 건물을 활용해 역사적 의미를 더했다. 공화춘은 개항시대 초기 인천지역의 식당으로 한국 짜장면이 만들어진 곳 중 대표적인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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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자료사진]
이심전심 '짜장면 먹는 날'도 있다.
과거 짜장면이 쉽게 접할 수 없는 외식 메뉴였을 때 한국인은 졸업식이라는 큰 행사를 마치고 짜장면을 먹었다. 춘장과 면이 조화를 이루는 것처럼 졸업한 후 사회에 잘 적응하라는 의미가 담기기도 했다.
일명 '철가방'과 같이 배달이 일상화되면서 짜장면은 이사하는 날에 간단하게 먹는 음식으로도 자리 잡았다. 중국집 그릇에 음식이 담겨 와 설거지할 필요 없이 비닐로 싼 후 현관문 앞에 두면 되는 편리함 때문이다.
4월 14일 '블랙데이'도 있다. 2월 14일 밸런타인데이와 3월 14일 화이트데이에 초콜릿·사탕 등 선물을 받지 못한 사람이 짜장면을 먹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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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검사외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짜장면은 대중문화에서도 귀중한 소재다.
그룹 god가 27년 전인 1999년 발표한 '어머님께'는 짜장면을 소재로 자식에 대한 부모님의 사랑을 묘사한다.
"어머님이 마지못해 꺼내신/숨겨두신 비상금으로 시켜주신/자장면 하나에 너무나 행복했었어/하지만 어머님은 왠지 드시질 않았어/어머님은 자장면이 싫다고 하셨어"
"웃기게 패러디 된 걸로만 봐서 몰랐는데 진짜 가슴이 미어지네"(멜론 이용자 '까***'), "어머니 사랑해요"(멜론 이용자 '대***'), "부모님이 생각나는 노래네요"(멜론 이용자 '라***') 등 호응을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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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최근에는 '당근 짜장면'이 폭발적 관심을 얻고 있다.
지난 6일 공개된 넷플릭스 '흑백 요리사 시즌2' 12화에서 중식 거장 후덕죽이 채칼로 썬 당근에 춘장을 얹어 짜장면을 만들자 기발하고 신선한 발상이라는 반응이 쏟아졌다.
심사위원 백종원은 "당근 짜장은 제가 처음 먹어보는 것 같다"며 "당근으로 면 치기 할 걸 누가 상상이나 해 봤겠냐"고 놀라워했다.
심사위원 안성재도 "당근이 (짜장과) 어울릴까 했는데 굉장히 잘 어울린다"며 당근을 찌는 시간을 아주 정확하게 맞춘 덕분에 면 같은 식감이 난다고 감탄했다.
2013년에는 MBC 예능 '아빠! 어디 가?"에서 김성주가 짜파게티와 너구리 라면을 섞어 만든 '짜파구리'를 가수 윤민수의 아들 윤후가 맛있게 먹으며 '대박'을 다.
이 짜파구리가 미국 아카데미 작품상과 프랑스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거머쥔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2019)에 나오면서 세계인이 먹고 싶어하는 음식으로 등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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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연합뉴스) 강선배 기자 = 2025년 6월 17일 부산 부산진구 다사랑복합문화예술회관 4층 경로식당에서 열린 '사랑의 짜장면 데이' 행사에서 부산진구중식봉사협회 회원들이 관내 어르신들에게 짜장면 900여 그릇을 대접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 "어렸을 때 3천원이던 짜장면이 지금은 1만원이네"
"짜장면 냄새가 나도 침을 삼키지 않겠다/다짐하고 중국집 앞을 지나간다/짜장면 냄새가 내 코를 잡아당긴다/킁킁 콧구멍이 벌름벌름/그래도 나는 침을 삼키지 않겠다/다짐할수록 내 코가 점점 길어진다/내 코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 짜장면 냄새/항복이다 항복!/두 손 들었다/내가 졌다/짜장면 냄새하고는 싸워 볼 수도 없다"
시인 안도현이 2010년 출간한 시집 '냠냠'에 수록된 '짜장면 냄새'다. 한국인 중 이에 공감하지 않는 이가 있을까.
이러한 '항복'을 끌어낼 수 있는 것은 짜장면이 라면과 함께 '서민 음식'으로 한국인의 일상을 단단하게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물가 시대가 되면서 짜장면도 더이상 만만하지만은 않게 됐다.
지난 5일 스레드에 "오늘 중국집 갔는데 어렸을 때 3,000원이었던 짜장면이 지금은 10,000원이네"('st***')라며 짜장면 가격이 올라 새삼 놀랍다고 올리자 기억을 더듬는 댓글이 230여개 달렸다.
"중학교 때 500, 고등학교 때 900"('lo***'), "어렸을 때 6백원. 기억나 예전에 우리 엄마가 중국집 했었거든"('na***'), "1988년에 짜장면이 700원 커피가 500원이었음"('eu***') 등 누리꾼들은 짜장면 가격으로 추억을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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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10일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종합포털 '참가격' 조회 결과, 2025년 11월 기준 서울 짜장면 최고가는 7천600원이다. 그로부터 10년 전인 2015년 11월에 4천600원이었던 사실을 본다면 약 65%가 오른 것이다. 5년 전인 2020년 11월에 5천200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약 46%가 상승했다.
서울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도 짜장면 가격대는 대부분 6천원 이상으로 형성된다. '참가격'이 조사한 바에 의하면 2025년 11월 기준 광주·경기·전남·전북·충남 등은 7천원대, 부산·경남·경북·충북은 6천원대다.
그러나 이는 하한선일뿐, 조금만 '격식'을 갖춘 중식당에서 짜장면을 먹으려면 1만~2만원은 내야 한다.
올리브유로 볶은 유니 짜장면 1만2천원, 삼선 짜장면 1만3천원, 이베리코 스테이크 짜장면 2만2천원, 트러플 스테이크 블랙누들 2만4천원 등의 가격이 책정된다.
또 호텔 짜장면은 대부분 3만원대다.
서울 신라호텔 '팔선'의 삼선 짜장면은 4만원, 쇠고기 짜장면은 3만5천원이다. 더플라자호텔 '도원'의 한우 삼선 짜장면은 3만원이다.
ju@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6년01월11일 07시00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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