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실용외교 기조 맞춰 국제사회 우군 늘리는 공공외교에 집중"
국민 이해 높이는 참여형 사업 강화…문화 쌍방 교류에도 앞장
"지속 가능한 공공외교 추진 위한 안정적 재원 확보 구조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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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강성철 기자 = "공공외교의 지평을 기존 선진국 중심에서 글로벌사우스(주로 남반구에 위치한 신흥국과 개발도상국) 등 새로운 지역으로 확장하여 균형 잡힌 국제협력 생태계를 구축해 나가려고 합니다."
공공외교 전문기관인 한국국제교류재단(KF)의 송기도(74) 이사장은 6일 연합뉴스와의 신년 인터뷰에서 "국제사회에서 자국 중심의 외교 기조가 강화되고 우리 정부 역시 실용 외교를 핵심 축으로 내세우는 흐름에 발맞춰 대한민국의 우군을 늘리는 공공외교에 집중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KF는 해외 한국학 지원, 외국 연구자·번역가·지식인 네트워크 구축, 지한파 양성을 위한 다양한 펠로십 운영, 문화교류 협력 사업 등을 펼치고 있다.
송 이사장은 "지정학적 경쟁이 심화하고 국제 정세가 빠르게 변화하는 가운데 대한민국의 신뢰도와 수출·투자 환경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정무·경제 외교 외에도 외국 국민과 사회 전반을 대상으로 한 공공외교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며 "국제 정세의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공공외교를 통해 국가 간 상호 이해를 높이고 소통과 신뢰를 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로 주콜롬비아 대사를 지냈고 외교부 정책자문위원과 한국 라틴아메리카 학회 회장 등을 역임한 송 이사장은 지난해 11월 KF의 이사장에 취임했다.
30여년간 국제 정치·외교 분야에 몸담아 온 경험을 살려서 그는 "공공외교의 지평을 넓히고 미래세대를 잇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송 이사장과의 일문일답.
-- 갈수록 공공외교가 중요해지고 있다지만 국민들은 그 중요성을 체감 못 하는 측면이 있다.
▲ KF는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한국을 세계에 체계적으로 알리기 위해 1991년에 설립돼 공공외교를 펼쳐왔다. 정무외교가 정부와 정부 간의 외교라면 공공외교는 교육·문화·인적 교류를 통해 국민과 국민이 신뢰를 쌓는 외교다. 영국 브리티시 카운슬, 일본 국제교류기금, 독일 괴테 인스티튜드 등과 같은 역할을 맡고 있다. 소프트파워 지수가 1% 높아지면 수출과 외국투자가 59% 증가한다는 연구 보고서에서 보듯이 공공외교가 단순히 국가 이미지 개선을 넘어 우리 국민의 삶과 경제에 실제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 공공외교는 구체적으로 어떤 성과를 거두고 있나
▲ 해외 한국학 진흥 사업은 해외 대학에 한국학 교수직을 설치해 다양한 분야에서 한국을 깊이 이해하는 '지한(知韓) 전문가'를 양성해 왔다. 2024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의 주요 작품을 번역해 서구사회에 알린 데보라 스미스 번역가는 KF장학금 수혜자이며 영국 런던대 KF한국문학 교수의 지도를 받고 성장했고, 스웨덴어로 번역한 안데르스 칼손 런던대 교수도 KF의 지원을 받은 연구자다.
미국의 외교·안보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빅터 차의 조지타운대 석좌교수 임명, 김소냐 SUNY-빙햄튼 교수의 아시아-미국학 학과장 및 아시아디아스포라 연구소장 취임 등 KF의 지원을 받은 지한 인사들이 세계 학계에서 전면에 나서며 한국 관련 연구의 영향력이 점차로 커지고 있다.
또 KF펠로십 출신 전문가들이 주한세르비아대사, 주한오만부대사, 주한칠레부대사, 주한에콰도르부대사 등 외교 현장에서 한국과의 가교 역할을 수행하는 점도 매우 고무적이다.
무엇보다 KF가 지원해온 해외 학자들이 국제사회에서 한국 관련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내며 균형 잡힌 담론을 확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일례로 하버드대 램지어 교수의 '일본군 위안부' 역사 왜곡 논문 사태가 벌어졌을 때 알렉스 더든 코네티컷대 교수, 셀레스트 앨링턴 조지워싱턴대 교수 등 KF 지원을 받은 학자들이 학술적 반박을 주도하며 한국의 입장을 국제사회에 정확히 전달한 것은 축적된 공공외교의 성과로 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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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KF는 국내외 공공외교 기반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하는데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는지.
▲ 정부의 외교 전략 방향과 연계해 중남미·동남아 등 글로벌사우스 지역을 대상으로 한 공공외교 사업을 확장하고, 공공외교 인지도 확산을 위해 국민 참여형 사업을 강화한다.
구체적으로 칠레, 아르헨티나 등 중남미 5개국 5개 거점대학을 대상으로 온라인 한국학 강좌 프로그램인 'KF 글로벌 e-스쿨 중남미 컨소시엄'을 출범하고 방문 특강, 워크숍 등 오프라인 교류도 병행해 중남미 지역 내 한국학 진흥 교두보를 마련할 계획이다.
중남미, 동남아 등 글로벌사우스 국가들과의 협력 증진을 위해 대화 채널인 '글로벌사우스 포럼(가칭)'을 개최하고 해당 지역 파트너 기관들과의 신규 세미나도 추진한다.
특히, KF 본부가 위치한 제주, KF아세안문화원 소재지인 부산 지역 외에도 전국 각 지역의 대학, 지방자치단체 등 지역사회와의 협력을 활성화해 국내 공공외교 추진 기반을 공공화할 예정이다.
KF 디지털 청년공공외교단을 통해 우리 청년이 공공외교 주체로 참여하는 경로를 마련하고 국내외 공공외교 사례를 국민에게 시각으로 전달해 공감대 확산에 앞장서려고 한다.
-- 한국은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등 주변 강대국의 영향을 많이 받는데 이 속에서 우리만의 적절한 공공외교 방향이 있다면?
▲ 우리는 지정학적 위치와 수출 중심의 경제 구조로 인해 주변국의 영향을 크게 받는 환경에 놓여 있을 수밖에 없다. 미국과는 한미 관계를 미래형 포괄적 전략 동맹으로 발전시키는 사업을 추진하고, 일본과는 한일대학생교류사업 등 미래세대 중심 사업과 교류 채널 활성화에 힘쓸 예정이다. 중국과는 고위급 대화 채널을 재개해 공감대를 넓히고, 러시아와는 민간 전문가 대화 채널 재개와 네트워크 안정화에 힘쓸 방침이다.
이와 함께 글로벌사우스로 협력의 외연을 적극적으로 확장하려고 한다. K-컬처에 높은 관심을 보이는 이 지역이 앞으로 한국 공공외교의 중요한 전략 파트너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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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월 KF 초청으로 방한한 '2025 한중청년교류 중국대표단 환영식'. 한중 청년 교류사업은 팬데믹 이후 6년만에 재개됐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 세계적으로 문화 분야에서 K-콘텐츠 등 한국의 소프트파워가 어느 때보다 위력을 펼치고 있다. 여기에 맞춘 KF의 정책과 사업도 소개해달라.
▲ 한류의 영향은 다양한 분야로 확산하면서 규모도 커지고 있다. KF는 이러한 대중·현대 문화 중심의 관심이 일시적 현상에 머물지 않고, 학술·문화·인적 교류로 이어지는 지속 가능한 연결고리가 될 수 있도록 문화적 토대 강화에 주력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한국 미술 큐레이터 워크숍', '한국 전문 기금 큐레이터직 설치 지원' 등의 사업을 통해 해외에 한국 문화 전문가를 양성하고, 주요 문화기관과의 네트워크 구축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려고 한다. 또 세계 각지의 박물관에서 한국 관련 전시가 활발히 개최되도록 지원해 이미지 제고에 힘쓰려고 한다.
우리 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동시에, 전 세계 문화를 우리 국민에게 소개해 문화를 통한 쌍방향 교류를 이어 나갈 예정이다. 한류의 높은 인기에 취해 우리 문화를 고압적으로 전하는 일을 지양하고, 오히려 겸손하게 상대 문화를 배우려는 자세로 공공외교를 펼치고 또 국민들에게도 알리려고 한다.
-- KF의 공공외교 사업 재원은 여권 발급 수수료 중 일부로 조성하는 국제교류기여금인데 재정 건전성이 빠르게 악화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안정적으로 재원을 확보할 방안이 있는지.
▲ 2024년부터 여권 발급 비용이 인하되면서 국제교류기여금 수입이 연간 150억원 이상 감소해 재정 건전성이 빠르게 악화하고 있다. 현재 58쪽 여권 발급 비용은 국제교류기여금 1만2천원을 포함해 5만원이다.
이에 KF는 지출 구조조정과 사업 효율화 등 자구 노력을 지속해 왔다. 그러나 공공외교 사업비는 2024년 540억원에서 올해 380억원으로 30% 정도 줄어든 상황으로 기관의 핵심 기능을 유지하는 데 한계에 직면해 있다.
국제사회에 약속한 최소한의 공공외교 역량을 회복하고 지속 가능한 미래지향적 국제협력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국제교류기여금의 정상화와 공공외교 재원 구조의 재설계가 필요한 시점이다.
여권 발급 미용은 튀르키예 44만원, 호주 38만원, 미국 19만원, 일본 16만원 등으로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저 수준인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wakar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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