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정지 5명 살린 소방관…"어떻게?' 우문에 "제복 입으면 돼요" 현답[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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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공무원상 대통령표창 수상 이승효 소방위

18년차 구급대원…현장·연구 오가며 응급의료체계 바꿔

현장 경험을 논문으로…구급대원 업무 범위 넓힌 주역

[세종=뉴시스] 이승효 소방위. (사진=본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세종=뉴시스] 이승효 소방위. (사진=본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세종=뉴시스]성소의 기자 = "제복을 입으면 다 됩니다."

구급대원으로 활동하며 심정지 환자 5명을 살린 이승효 소방위. 긴박한 순간에도 어떻게 짧은 시간 안에 정확한 처치를 할 수 있었느냐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답했다.

이 소방위는 2008년부터 소방관 생활을 시작한 18년 차 베테랑 구급대원이다. 2015년까지는 주로 현장에서 환자 이송과 병원 전 응급처치를 담당했다. 그는 "막내 시절에는 1년에 응급환자 1000명 정도를 이송했다"며 "구급차에 탔을 때는 24시간 중 22시간을 현장에 나가 있을 때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후 구급행정 업무와 중앙소방학교 교수직을 거쳐 서울대병원에 파견돼 연구 활동을 병행했고, 2023년부터는 헬기로 환자들을 이송·처치하는 항공 구조·구급대원으로 활약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의료 취약지인 독도에 파견돼 현지의 구조·구급 업무를 책임졌다. 이 소방위는 "두 가지 분야를 제외하고 구급에서 할 수 있는 건 거의 다 해봤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수많은 응급상황을 겪어봤지만, 눈 앞에서 '아찔한' 순간을 마주한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다.

흉통을 호소하는 고령환자의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가, 눈 앞에서 심정지가 발생한 적도 있었다. 이 소방위는 "심근경색으로 판단하고 병원으로 옮기려는 순간 환자가 쓰러졌다"며 "곧바로 제세동기 패드를 부착해 처치를 시작했다"고 전했다.

이 소방위의 빠른 처치로 환자의 심장은 십 수초 만에 다시 뛰었고, 병원으로 이송되는 동안 대화를 나눌 정도로 회복됐다. 

3년 전 쉬는 날에는 딸과 함께 서울 홍대 인근 식당을 찾았다가, 김밥을 먹다 음식물이 목에 걸린 외국인 관광객이 쓰러지는 장면을 목격했다. 얼굴이 파래지고 두 손으로 목을 움켜쥐며 브이자(V) 사인을 보내는 등 전형적인 기도 폐쇄 증상이었다. 이 소방위는 짧은 영어로 자신이 구급대원임을 알린 뒤 곧바로 하임리히법(복부 압박을 통해 이물질을 빼내는 응급 처치법)으로 기도에 걸린 음식물을 제거했고, 자칫 심정지로 이어질 수 있었던 상황을 막았다.

베테랑 구급대원인 그가 현장에서 느낀 한계도 적지 않았다. 교육과 훈련을 통해 수많은 응급처치에 숙련돼있음에도 불구하고, 법적 제약으로 실제로 현장에서 할 수 있는 처치는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구급대원이 병원 전 단계에서 초음파 장비로 출혈 여부를 확인해 병원에 미리 전달할 경우 수술 준비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현행 제도상 의사 외에는 초음파 장비 사용이 어렵다고 한다.

[세종=뉴시스] 이승효 소방위. (사진=본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세종=뉴시스] 이승효 소방위. (사진=본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 소방위는 "미국 등 해외에서는 구급대원이 훨씬 넓은 범위의 처치를 할 수 있다"며 "우리나라도 교육과 훈련은 이뤄지지만, 법적 제한으로 현장에서는 정작 적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심정지 환자의 생명을 살릴 수 있는 에피네프린 등 약물 투여도 구급대원에게 허용되지 않았다. 이에 이 소방위는 일반구급대와 특별구급대(병원 전 단계에서 전문 기도관리와 에피네프린 투여 등 일부 전문 처치를 수행하는 전담 구급대)의 전문 처치 수행 속도 차이가 심정지 환자 소생률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 결과를 담은 논문은 이후 응급의학 분야 최상위 저널인 국제학술지 미국 응급의학저널(PEC)에 게재됐고, 이는 구급대원의 업무 범위를 확대하는 119구조·구급에 관한 법률 개정 논의의 근거 자료로 활용됐다.

이 소방위는 "국회의원실과 세미나를 찾아 구급대원의 업무 범위 확대가 필요하다는 점을 설명했다"고 말했다. 법 개정이 이뤄진 이후 구급대원의 업무 범위는 중중환자에 대해 보다 전문적인 응급 처치가 가능하도록 확대됐다. 이 소방위는 이러한 제도 개선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최근 대한민국 공무원상 대통령표창을 받았다. 

그럼에도 여전히 바뀌어야 할 점은 많다고 이 소방위는 말한다.

이 소방위는 "구급대원들을 훈련시키고 역량을 키워야 환자를 더 많이 살릴 수 있다"며 "의사는 한정돼있는 만큼, 현장에 먼저 도착하는 구급대원의 역할을 고도화해서 더 많은 처치를 할 수 있게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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