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13일 대국민 호소문 발표
"27학년도 정원 계획, '과학적 수급 모델'로 재설계해야"
"유치원생부터 의대 입학 꿈꾸는 사회에는 미래 없어"
[서울=뉴시스]정예빈 기자 = 전국 의대 교수들이 "2027학년도 의대 입학 정원 확정 계획을 멈추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과학적 인력 수급 모델'을 처음부터 다시 설계해 달라"고 촉구했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의대교수협)는 13일 대국민 호소문을 내고 이같이 밝혔다.
의대교수협은 최근 '의사가 부족하다'는 결론을 낸 의사인력 수급추계위원회(추계위)가 미래 기술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며, 의사 인력 과잉 공급을 우려했다. 추계위는 2040년에 의사 인력이 최대 1만1136명 부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들은 "정부는 의사가 부족하다며 화려한 수치를 제시하지만 그 통계에는 '공급의 혁명'이 빠져 있다. 인공지능(AI)과 로보틱스 기술은 이미 임계점을 넘었다"며 "지금 늘려놓은 의대생들이 현장에 나올 10년 뒤, 그들은 이미 기술에 자리를 내어준 '유휴 인력'이 될 위험이 크다"고 분석했다.
전국 의대가 24·25학번이 동시에 수업을 듣는 '더블링'으로 교육의 질이 떨어졌다는 점도 지적했다.
의대교수협은 "대부분 대학은 평년의 2~3배, 일부 대학은 평년의 4배 이상의 학생이 함께 수업을 듣는다"며 "이들이 본과에 진입하는 2027년부터는 해부학 실습조차 불가능한 '교육 불능' 상태가 초래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 학생들이 본과 3학년에 진입하는 2029학년도에는 환자를 직접 보지 못한 채 참관 위주의 실습만이 가능하게 된다는 문제도 있다"며 "충분한 병상과 교육 인프라 없이 급조된 의대 정원 확대 정책은 결국 국민의 생명을 다루는 의료의 질적 저하로 이어지는 비극의 시작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의대 광풍'에 유치원생부터 의대 입학을 준비하는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도 전했다.
의대교수협은 "유치원생부터 의대 입학을 준비하는 이 비정상적인 풍경은 국가의 미래를 좀먹는 자해 행위"라며 "정치가 만든 근시안적 통계는 수많은 인재를 입시 지옥으로 몰아넣고 있고, 유치원부터 의대를 꿈꾸는 사회에는 미래가 없다"고 비판했다.
의대 쏠림 현상을 완화하고 인재들이 연구하고 사유할 수 있는 교육 환경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뜻도 강조했다.
의대교수협은 "자원 하나 없는 우리나라가 세계 무대에서 살아남은 이유는 세계를 제패한 우리 제조업의 과학 인재들과 고난 속에서도 길을 찾았던 철학적 사유의 힘"이라며 "아이들이 가야 할 곳은 좁은 진료실이 아니다. 세계 시장을 호령할 미래 모빌리티 연구소, 인류의 삶을 바꿀 로봇 과학 현장, AI 시대를 성찰하는 인문학의 바다로 몰려가야 한다"고 했다.
이어 "똑똑한 인재들이 연구소와 과학 현장으로 기꺼이 나아갈 수 있는 토양을 먼저 만들어 달라"고 주문했다.
학부모들을 향해 "아이들에게 의대라는 '안전해 보이는 감옥'을 강요하지 말라"며 "'의사 고소득의 환상'은 4차 산업혁명이라는 거대한 파도 앞에 신기루처럼 사라질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 아이들이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의 최전선에서 꿈을 꾸고 로봇이 대신할 수 없는 인간만의 가치를 향유하는 철학적 인간으로 자라게 도와달라"고 당부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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