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화장장 못 구해 4일장 치른다?…'화장 대란' 가능성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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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일차 화장률 75.5%…"70∼80%대면 문제 없는 수준"

오후 시간대 화장장은 여유…"오전 선호에 예약 어렵다 느껴져"

"만성 화장장 부족 국가" 주장도…고령화·사망자 수 증가세 감안 증설 필요

이미지 확대 경기도 수원시의 한 화장장 모니터에 표시된 화장 현황

경기도 수원시의 한 화장장 모니터에 표시된 화장 현황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화장장이 부족해서 4일장을 하는 경우가 있다는데 사실인가요. 화장 시간 밀려서 발인 늦어질까 걱정입니다. 최근 상황 어떤가요."(작년 12월 장례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 게시된 글)

장례를 치러야 하는 유가족의 큰 걱정 중 하나는 화장시설 확보다.

인구 고령화 등으로 화장 시설이 부족해 예약이 어렵다는 말이 있어서다.

지난해 초 독감 등이 유행하면서 사망자가 급증해 '화장 대란'이 벌어진 데다 3일차 화장률이 계속 하락하며 4년 연속 70%대를 기록 중이라는 점도 이런 우려의 배경이 되고 있다.

이런 우려대로 실제 화장 시설이 크게 부족해 4일장이나 5일장을 치러야 하는 경우가 잦은 상황인지 화장 시설 실태를 살펴봤다.

이미지 확대 서울추모공원 화장시설

서울추모공원 화장시설

[서울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지난해 3일차 화장률 75.5%…"화장장 확보에 문제없는 수준"

26일 한국장례문화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의 3일차 화장률은 75.5%로, 전년 대비 1.9%포인트 하락했다.

장례문화진흥원은 '장사 등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보건복지부로부터 위탁기관으로 지정받아 장사정보시스템 등을 운영하는 기관이다.

3일차 화장률은 2019년 86.3%, 2020년 86.2%, 2021년 85.8% 등으로 5년 전까지만 해도 80%대였으나 2022년 70%대(74.2%)로 하락한 이후 4년 연속 70% 선에 머물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화장장 부족이 더 심각해진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장사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사망 후 24시간이 지나야만 화장할 수 있어 사실상 3일차에 화장이 이뤄져야 3일장을 치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서울, 경기, 부산 등 인구가 많은 지역에선 3일차 화장률이 평균을 크게 밑돈다.

서울의 지난해 3일차 화장률은 69.6%로 전국 평균보다 6%포인트 가까이 낮고, 경기는 2021년(88.1%) 이후 하락세를 지속하며 지난해는 63.1%를 기록했다.

부산의 3일차 화장률도 67.1%로 4년째 60%대에 머물고 있다.

이미지 확대 수도권 및 부산·대구·인천 화장시설의 '3일차 화장률'

수도권 및 부산·대구·인천 화장시설의 '3일차 화장률'

[한국장례문화진흥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그러나 업계에서는 통계상 수치일 뿐 실제 현장에서 화장 시설이 부족한 상황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사망 시간이 늦으면 조문객 등을 고려해 장례식장 빈소를 사망일 다음날 여는 경우도 상당수 있어서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보통 저녁이나 밤 시간대 사망한 경우 장례 일정이 빠듯해 다음날 빈소를 여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3일차 화장률이 75%면 100%와 다를 바 없는 수준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장례문화진흥원 관계자 역시 "3일차 화장률은 사망한 날을 기준으로 집계하는 것이어서 꼭 3일 차에 화장하지 않았다고 해서 4일장이나 5일장을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개인 사정으로 아예 빈소를 늦게 열다 보니 화장을 늦게 하는 경우도 있다"면서 "현장에선 70~80% 정도면 화장장 확보에 큰 문제가 있는 상황이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미지 확대 화성 함백산추모공원 화장시설

화성 함백산추모공원 화장시설

[화성 함백산추모공원 홈페이지 갈무리. 재판매 및 DB 금지]

◇ 지난해 초 '화장 대란' 재현 없어…수도권 화장로 증설 영향

현실에서도 화장시설이 부족해 4일장이나 5일장을 치르는 일은 드문 상황이다.

작년 이맘때 벌어졌던 '화장 대란' 상황도 수도권의 화장장 부족 문제가 상당 부분 해소되면서 올해는 재현되지 않았다.

최근 수도권에서는 화장로 9기가 추가됐다.

경기 화성 함백산추모공원은 지난해 화장로 증설작업을 마무리하고 올해부터 본격 운영에 들어갔다.

화장로는 기존 13기에서 18기로 5기 늘어났고 일평균 화장 가능 건수는 55구에서 최대 80구로 증가했다.

서울시도 지난해 8월 서초구 원지동 서울추모공원 화장로 증설 공사를 마무리하고 가동을 시작해 화장 가능 건수가 기존 59건에서 85건으로 늘어났다.

여기에 더해 비수도권에서도 화장로가 1기 증설됐다.

또 올겨울에는 대규모 감염병 유행 등으로 사망자가 늘어나는 상황도 없었다.

작년 초에는 인플루엔자(독감) 등 호흡기 감염병이 확산하면서 사망자가 일시에 증가해 화장장이 포화 상태를 보였다. 이 때문에 다른 지역 화장장을 찾아 원정을 떠나는가 하면 화장 예약 일정에 맞춰 4일장이나 5일장을 선택하는 사례가 잇따랐다.

지난해 1월 둘째 주의 3일차 화장률은 50%대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복지부 관계자에 따르면 올해 1월 셋째 주 기준 전국 3일차 화장률은 79.9%로 80%에 육박했다.

이미지 확대 서울추모공원의 이용대상별 예약 가능 시간

서울추모공원의 이용대상별 예약 가능 시간

[서울시설공단 홈페이지 갈무리. 재판매 및 DB 금지]

◇ 시간·지역 따라 '선호 쏠림'…일각서 "예약 어렵다" 하소연도

업계에서는 화장장이 부족하지 않다고 하지만 최근 장례를 치른 사람들 사이에선 화장장 확보가 쉽지 않았다는 평도 나온다.

지난달 가족의 장례를 치른 A씨는 "화장장을 예약해준 직원이 요즘 자리가 별로 없는데 운이 좋았다고 했다"고 전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최근 가족이나 지인의 장례식장을 찾았다가 화장장 예약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는 이야기를 볼 수 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유족이 선호하는 화장장이나 화장 시간대가 비슷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이라고 설명한다.

지난 23일 복지부의 화장시설 예약 서비스인 'e하늘'을 조회한 결과, 서울시립승화원과 서울추모공원 등에서 25일까지 오후 4시께 이후로는 예약이 모두 가능했다. 많은 사람이 선호하는 시간대가 오전에 몰릴 뿐 화장장 자체가 부족하지는 않다는 의미다.

한 장례식장 관계자는 "화장 이후 절차를 고려하면 다들 오전 중에 하고 싶어한다"면서 "화장장 예약이 힘들다고 한다면 아마 원하는 시간대 예약이 어렵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지 확대 코로나19 유행 당시 사망자가 급증하면서 한 화장장 앞에 장례 행렬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코로나19 유행 당시 사망자가 급증하면서 한 화장장 앞에 장례 행렬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대부분의 화장장은 지역 주민에게 선호 시간대를 예약할 수 있는 우선권을 주고 있다.

예컨대 서울시립승화원과 서울추모공원 모두 오전 6시 30분부터 정오까지는 서울시, 고양시, 파주시민 등 관내 주민만 예약을 허용하고 있다. 수원시연화장은 오전 7시 1회차는 수원시민만 예약이 가능하다.

이용료도 차등 적용된다. 서울의 경우 관내 주민은 화장 비용이 12만원(대인 기준)이지만 그 외 지역 주민은 100만원이다. 다른 지역도 화장장 이용료에 몇 배의 차이를 두고 있다.

장지와 가까운 화장장을 예약하고 싶어도 사망자가 해당 지역 주민이 아니면 특정 시간대만 예약이 가능하다 보니 화장장이 부족하다고 느낄 수 있다고 이 장례식장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 때문에 상당수 상조업체는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장례 절차를 소개하면서 화장하기로 결정했다면 화장장을 최대한 빨리 예약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이미지 확대 연도별 화장률 추이

연도별 화장률 추이

[2024년 장사업무 통계 자료 갈무리. 재판매 및 DB 금지]

◇ 당장은 부족하지 않지만…언제든 화장대란 재연될 수도

당장 화장 시설이 부족하지는 않지만 고령화 속도 등을 고려할 때 화장시설 추가 건립은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복지부가 2023년 발표한 '제3차 장사시설 수급 종합계획(2023~2027)에 따르면 연간 사망자 수는 2020년 31만명에서 2070년 70만명으로 2020년 대비 2.3배 증가할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화장률은 1993년 19.1%에서 2024년에는 94.0%까지 상승했다.

복지부는 종합계획에서 2027년까지 화장로 430기를 확보한다는 목표를 세웠으나 1월 현재 전국의 화장로 수는 410기다.

복지부 관계자는 "현재는 연간 사망자가 35만명 내외인데 앞으로 계속 올라가면 현재의 화장시설 규모로는 감당할 수 없다"면서 "충청·전라·경상도는 괜찮지만, 인구는 많은데 지역 내 화장장이 없는 경기 동북부 지역은 문제"라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장례 문화를 고려할 때 오후 시간대 화장장 여유가 있다고 해서 화장장이 부족한 것은 아니라고 볼 수는 없다는 의견도 있다.

박태호 장례와 화장문화 연구포럼 공동대표는 "우리나라는 만성 화장장 부족 국가"라면서 "유족이 마지막 절차까지 함께하는 우리나라 장례 문화에선 오후 늦게까지 화장로를 가동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 산분장(산이나 바다에 유골을 뿌리는 장사방식) 같은 방식을 장려하려면 더더욱 이렇게 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전국 평균으로야 3일차 화장률이 높다고 하지만 현실은 화장장이 부족해 강원도 같은 곳에선 멀리 화장하러 가야 한다"며 "권역별로 보면 부족하다. 요즘처럼 한파가 길어지면 다시 사망자 숫자가 늘어나 작년 같은 일이 벌어질 수 있어 대응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luc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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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6년01월26일 06시30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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