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간 평균 시청률 14.4%…일본 뉴스캐스터 구메 히로시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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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10월의 고인

[교도=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이충원 기자 = 인형이나 블록을 사용해가며 '중학생도 이해할 수 있는' 뉴스로 18년간 평균 시청률 14.4%를 기록한 일본의 유명 뉴스캐스터 구메 히로시(久米宏)씨가 지난 1일 폐암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아사히신문 등 일본 매체가 14일 보도했다. 향년 만 81세.

1944년생인 고인은 1967년 와세다대 졸업 후 TBS에 아나운서로 입사했다. 처음엔 라디오 생방송에서 혀가 꼬여 말을 못할 정도로 서툰 탓에 '프로그램 파괴왕 구메'로 불렸다. 하지만 퀴즈 프로그램과 음악 프로그램 사회를 맡아 경쾌한 진행으로 인기를 끌었다.

1979년 프리랜서 전향 후 1985년 10월에 시작된 TV 아사히 계열 평일 저녁 보도프로그램 '뉴스스테이션'(현 '보도스테이션') 메인캐스터를 맡아 2004년 3월 프로그램이 끝날 때까지 이어갔다.

기존의 틀을 깨는 진행으로 눈길을 끌었다. 자민당 총재 선거에선 파벌 구도를 인형이나 블록으로 보여줬고, 1985년 12월30일 일본항공기 추락 사고 특집(사고 발생 같은해 8월12일)에선 사망자 520명 분의 신발을 스튜디오에 늘어놓았다. 정치인에게 일부러 까다로운 질문을 던져 화나게 하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시청자에게 전달했다. 스스로도 평이한 단어를 사용하고,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말해 기존의 캐스터 이미지를 일신했다.

1986년 중·참의원(상하원) 동시 선거에서 나카소네 야스히로(1918∼2019) 당시 총리의 사무실에서 쫓겨났을 때는 자신이 야외에 있는 모습을 그대로 중계했다. "영상이 재밌으니 TV 입장에선 최고다"라고 마음속으로 기쁨의 포즈를 취했다고 한다. 일본의 스타 야구선수 나가시마 시게오(1936∼2025)를 인터뷰했을 때는 야구 이야기가 아니라 "패전 직후 어떻게 지냈느냐"고 물었다. '중학생도 이해할 수 있는' 뉴스, TV 뉴스의 가능성을 탐색했다. 4천795회 방송의 평균시청률은 14.4%에 이르렀다. 최고시청률은 1994년 2월24일의 34.8%였다.

2004년 뉴스스테이션 마지막 회 마지막 장면에선 "저는 이 민간 방송을 매우 사랑합니다. 민간 방송에는 국민을 전쟁으로 오도했다는 과거가 없습니다. 앞으로도 그런 일이 없기를 기원합니다"라고 말한 뒤 건배를 외치며 직접 잔에 따른 맥주를 마셔 시청자들을 놀래켰다. 공영방송 NHK를 싫어한 것으로도 유명했다.

아사히신문 고토 요헤이(後藤洋平) 편집위원은 2016년과 2017년 인터뷰 당시 고인이 "지금까지 아무도 하지 않았던 일을 내가 하는 것이 무엇보다 즐거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아사히신문에는 "아사히신문은 충분히 비판받지 못했다. 세간이나 정권으로부터 비판받는다는 건 미디어의 훈장이다.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한다"고 조언했다.

고인의 부인 구메 레이코씨는 고인의 마지막 순간을 "가장 좋아하던 사이다를 단숨에 마신 뒤 떠났다. 마치 뉴스스테이션 마지막회에서 맥주를 들이킨 그때처럼"이라며 "자유로운 표현자로서 달려온 날들에 후회는 없었을 거라 생각한다. 항상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순수한 마음으로 세상의 의문을 바라보던 사람이었다"고 묘사했다.

chungwon@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6년01월14일 09시10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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