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VIBE] 강성곤의 '아름다운 우리말'…'털다'와 '떨다'의 차이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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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자 주 = 한국국제교류재단(KF)의 2024년 발표에 따르면 세계 한류 팬은 약 2억2천500만명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또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초월해 지구 반대편과 동시에 소통하는 '디지털 실크로드' 시대도 열리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한류 4.0'의 시대입니다. 연합뉴스 동포·다문화부 K컬처팀은 독자 여러분께 새로운 시선으로 한국 문화를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되고자 전문가 칼럼 시리즈를 준비했습니다. 시리즈는 매주 게재하며 영문 한류 뉴스 사이트 K바이브에서도 영문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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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곤 KBS 한국어진흥원 운영위원

[본인 제공]

◇ 포문을 열다?

"어제 '반도체'로 포문…정상회담 화두 '경제안보'"

모 종합편성채널에서 봤던 뉴스 타이틀이다. 넘어가기 힘들다.

포문(砲門)은 대포의 탄알이 나가는 구멍이다. 포문을 여는 건 공격 개시의 의미다. 우리나라 대통령과 미국 대통령이 반도체/배터리/원자력 등으로 서로 갈등을 빚고 있는 상태에서, 반도체 문제가 먼저 의제화될 때나 쓸 수 있는 타이틀일 것이다. 그런데 저런 상태로 한참을 내버려 두고 있었다. 수정 없이 모 종편 긴급 뉴스는 일관했다. 요 몇 년 사이 방송/신문의 말글 감각은 분명 퇴행적이다.

◇ 부정어 남발 유감

"나이가 한살 한살 들어갈수록

체력적으로 뭐든

준비해놓지 않으면

어제처럼, 작년처럼

내 일을 해낼 수 없고

그렇지 않으려면…

어쩔 수 없죠."

모 신문에서 본 인용문이다. '~않으면', '~해낼 수 없고', '~않으려면'의 나열이 걸린다.

한마디로 요령부득이다.

이렇게 부정어(否定語)를 연거푸 늘어놓으면 아무리 취지가 좋아도 언짢고 힘 빠지며 불쾌해진다.

'아니다/않다/없다/모르다/못하다' 등이 그 예다. 어떻게든 부정어는 연달아 늘어놓지 않는 게 좋은 글짓기의 기본 원칙이다.

◇ '초치다'와 '초를 치다'의 차이

종종 신문에서 자주 보는 표현 중 하나다. '초치다'가 맞는지 '초를 치다'가 맞는지 헷갈린다.

'초(를) 치다'는 한창 잘되고 있거나 잘되려는 일에 방해를 놓아 일이 잘못되거나 시들해지도록 만든다는 의미다. 맛난 음식에 식초를 자꾸 더해 맛을 버리게 하는 데서 유래한다.

이건 이미 어떤 일이 잘 진행되거나 성과를 앞두고 있거나 하는 전제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즉, 초를 칠 여건의 미비다. 초를 쳐서 뭔가 터진다는 식으로 쓰는 건 더더욱 어불성설이다. 이럴 때는 "맘 졸이다/변죽을 울리다/구린(켕기는) 구석이 있다" 따위를 써야 했다. 더불어 '초치다'도 한 단어가 아니므로 '초 치다' '초를 치다'로 해야 옳다. 마구 쓰는 건 쉬워도 마구 썼던 걸 바로 쓰기는 더욱 어렵다.

◇ 복수형 남발

"사실 이 드라마에 대한 호불호는 매우 강한 편이었다. 나처럼 추앙하는 이들이 있지만, 불호를 넘어 분노하는 이들도 종종 눈에 띈다. 그들의 심경이 이해되지 않는 것도 아니다. 극적인 사건들이 줄줄이 터지고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시청자들 기대에 보답하는 여느 드라마들과 달리(후략)"

모 신문에서 본 특정 드라마 관련 칼럼이다. 보기 싫은 '들, 들, 들'을 남발(?)하고 있다. 감히 이렇게 말하고 싶다.

"'들'이 판치는 지겨운 세상!"

이렇게 바꿔야 한다.

→ 사람이

→ 분노하는 쪽(부류)도

→ 그 마음이

◇ '댕기다'와 '당기다'의 차이

"~타이레놀 같은 해열제를 복용하는 게 적절한 것 같다고 언급한 것이 불을 댕겼다. 사람들은 타이레놀을 보통명사처럼 인식하면서 찾기 시작했고,(후략)"

이 또한 모 신문에서 본 칼럼이다. '댕겼다'는 표현이 눈에 확 들어왔다.

그렇다. 불이 옮아 붙는 건 '댕기다'가 맞는다. 반면 영어의 'pull'의 의미이거나 입맛을 돋운다거나 마음이 간다거나 할 땐 '당기다'가 옳다.

"비 오면 빈대떡이 당긴다." 이런 표현은 맞게 쓴 표현이다.

'땅기다'도 있다. 무언가가 단단해진다든지 팽팽하게 될 때 쓰인다.

피부가 '땅길 때', 독자 여러분의 기분은 어떤가?

◇ '털다'와 '떨다'

털다'와 '떨다'는 모두 '붙어 있는 무언가를 떼어 낸다'는 의미로 사용하는데, 떼어 내는 방법에 따라 구분해서 사용하게 된다.

조금 더 생각해 보면 '털다'는 붙어 있는 것을 목적어로 하지 않고, 신발, 옷, 이불과 같이 무언가 붙어있을 본체를 대상으로 한다.

'이불을 털다'와 같이 말이다. 하지만, '떨다'는 본체보다는 붙어 있는 물체를 대상으로 하여 먼지나 눈과 같은 것을 떨게 한다.

그럼, 제목에서 나온 질문의 정답은 '먼지떨이'가 맞게 된다. '먼지떨이'로 이불이나 옷을 쳐서 먼지를 떼어 내는 것이 아니라 책장이나 구석에 있는 먼지를 떨어내기 때문이다. '털다'와 '떨다'는 무언가를 떼어 낸다는 의미 외에도 다양한 의미를 갖는 단어라서 끝까지 읽어보고 판단해야 한다.

'털다'와 관련해 읽은 다른 시선을 담은 칼럼도 있어 독자 여러분께 소개해드린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후보 시절 사법 리스크 관련 사건을 다룬 내용이다.

"(전략) 배심원의 신상 털기를 시도하고 있다. 배심원일 법한 사람 이름이나 주소 따위를 퍼뜨리는 일에 '신상 털기'가 알맞은 표현일까. '털다'는 한마디로 남의 재물을 빼앗거나 훔치더라는 뜻이다. 한데 개인 정보는 재물이 아닌지라 대상으로 어울리지 않는다. 게다가 빼앗거나 훔치는 게 아니라 여럿에게 드러내는 행위를 가리켰으니 '털다'가 아니라 '캐다'나 '들추다'가 알맞다."

신조어를 분석하고 문제점을 드러내는 데 물론 여러 해석이 있을 수 있다.

이분은 그런데, 너무 어렵게 생각한 것 같다.

'털다'의 뜻으로 남의 재물을 빼앗거나 훔치는 걸 준거로 삼았는데 아닌 듯하다.

내가 볼 땐, '홑이불을 털다'처럼 "달린 것, 붙어있는 것 따위가 떨어지게 대상을 흔들거나 치거나 하다"라는 '털다'의 제1 뜻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

트럼프의 신상(身上)을 마구 흔들고 쳐서 거기 붙어있는 여러 정보를 들춰내는 것이다

◇ 양동작전 속 양의 의미

"'대남 총괄' 김여정을 대남 비난의 선봉에 내세우면서 본인은 한미의 반응을 살펴보며 메시지를 조절하는 일종의 '양동작전'을 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의 동향 관련 모 신문의 칼럼 내용이다. 이 또한 그냥 넘어가기가 어려워, 한마디 하려고 한다. 이 칼럼에서 언급한 '양동작전'의 양은 글쓴이가 양(兩)으로 오인하는 듯하다.

뭔가 양쪽에서 강온(强穩)으로 공작/협공을 하는 식 말이다. 하지만, 전혀 아니다!.

양동작전은 '陽動作戰'이다.

적의 경계를 분산시키기 위해 실제 전투는 하지 않지만, 병력이나 장비를 기동함으로써 마치 공격할 것처럼 보여 적을 속이는 작전이다. 표준국어대사전의 정의다.

곧 상대의 주의를 끌며 속이되 행동 수행, 즉 작전은 없는 것이다! 영어로는 'demonstrative'가 겉으로 드러나는 양동(陽動)에 해당하며, 위장 공격도 뜻에 가깝다.

비근한 예로, 야구에서 1루 주자가 발이 빨라 도루가 예상될 때 3루 주루코치는 대개 현란한 사인을 보낸다. 그러나 작전은 없다!.

상대 투수/포수가 긴장하고, 타자의 볼카운트는 유리해지며 진루/안타의 확률은 높아지는 소기의 목적이 달성된다.

이런 게 바로 양동작전이다.

강성곤 현 KBS 한국어진흥원 운영위원

▲ 전 KBS 아나운서 ▲ 정부언론공동외래어심의위원회 위원 역임 ▲ 현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언어특위 위원 ▲ 전 건국대·숙명여대·중앙대·한양대 겸임교수 ▲ 현 가천대 특임교수

* 더 자세한 내용은 강성곤 위원의 저서 '정확한 말, 세련된 말, 배려의 말', '한국어 발음 실용 소사전'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정리 : 이세영 기자>

seva@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6년01월28일 10시35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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