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 주 = 한국국제교류재단(KF)의 2024년 발표에 따르면 세계 한류 팬은 약 2억2천500만명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또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초월해 지구 반대편과 동시에 소통하는 '디지털 실크로드' 시대도 열리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한류 4.0'의 시대입니다. 연합뉴스 동포·다문화부 K컬처팀은 독자 여러분께 새로운 시선으로 한국 문화를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되고자 전문가 칼럼 시리즈를 준비했습니다. 시리즈는 주간으로 게재하며 K컬처팀 영문 한류 뉴스 사이트 K바이브에서도 영문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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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기술개발혁신사업단 제공]
◇ K-자율주행의 '이중(二重) 실험'
구글 웨이모가 수조 원을 투입해 서비스 영토를 넓히고, 테슬라가 수억 마일의 주행 데이터로 인공지능을 학습시키는 2026년이다. 글로벌 자율주행 경쟁은 더 이상 '기술 시연'의 단계를 넘어, 누가 먼저 도시 단위의 운영 경험을 축적하느냐를 겨루는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이 거대한 파도 앞에서 우리나라 자율주행은 어떤 전략으로 대응하고 있을까.
대한민국 자율주행은 올해 두 개의 전장을 동시에 가동한다. 다양한 조건에서 기술의 한계를 단련하는 '화성시 리빙랩', 그리고 시민의 일상에서 200대 규모의 로보택시를 검증하는 '광주광역시 도심 실증'이다. 이 두 무대는 국내 기업이 글로벌 경쟁에 나서기 전 반드시 거쳐야 할 마지막 '리허설'이자, 기술과 제도를 융합하는 '용광로'다.
이러한 접근은 최근 완성차 산업의 변화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여러 글로벌 완성차 업체는 더 이상 '완벽한 자율주행차 한 대'를 만드는 데서 경쟁하지 않는다. 대신 차량을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으로 재정의하고, 수백·수천 대의 차량을 하나의 '플릿'(fleet, 차량이나 선박의 무리)으로 묶어, 어떻게 관리·업데이트·운영할 것인가에 초점을 옮기고 있다.
현대차그룹 역시 최근 자율주행을 단일 기술이 아닌, 데이터·관제·서비스가 결합한 운영 시스템으로 접근하는 방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는 자율주행의 성패가 센서 성능이나 알고리즘 정확도보다, 도시 규모에서의 운용 경험과 축적된 운영 데이터에 달려 있다는 인식이 산업 전반에 확산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런 흐름 속에서 2021년부터 추진돼 온 범부처 대형 연구·개발 프로그램인 '자율주행기술개발혁신사업'의 의미도 달라진다. 이 사업은 이제 개별 기술의 직접적 성과라기보다, 도시 실증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적·제도적 토대를 구축했다는 점으로 평가받아야 한다. 그 토대는 현재 '실패가 허용되는 연구 공간(화성)'과 '실패를 관리해야 하는 실전 공간(광주)'이라는 두 갈래로 작동하고 있다.
화성시 리빙랩은 자율주행 기술의 '한계'를 시험하는 전초기지다. 이곳의 목적은 서비스 구현보다는 오히려 기술이 마주할 수 있는 다양한 조건을 제시하고, 시스템이 어디까지 구현할 수 있는지를 명확히 하는 데 있다.
이 과정에서 화성 리빙랩은 냉정한 '필터' 역할을 수행한다. 완성도가 부족한 기술을 조기에 걸러내고, 알고리즘과 제어 기술의 극한 성능을 검증하며, 표준 수립에 필요한 기술적 데이터를 축적한다. 화성은 도시로 나가기 전 반드시 통과해야 할 '기술 관문'이며, 이곳에서 안전성과 신뢰성을 확보한 기술만이 다음 단계로 나아갈 자격을 얻는다.
반면 광주광역시는 기술이 '도시의 일상'으로 편입되는 무대다. 올해 광주에서 시작되는 자율주행 실증은 출발선부터 성격이 다르다. 몇 대의 차량이 상징적으로 도로를 주행하는 시범 운행이 아니다. 무려 200대의 로보택시가 실제 교통망에 투입된다. 이 숫자는 자율주행이 실험 단계를 벗어나 도시의 하나의 시스템으로 진입했음을 알리는 분기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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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베이거스=연합뉴스) 김성민 기자 = 8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모셔널 테크니컬센터에서 아이오닉5를 기반으로 한 로보택시가 주차돼 있다.
현대차그룹이 모셔널과 함께 개발한 아이오닉5 기반 로보택시는 상업용 완전 무인 자율주행차량으로 올해부터 라스베이거스에서 승객 서비스에 투입된다. 2026.1.12
ksm7976@yna.co.kr
그동안 자율주행 기술은 '가능한가'는 질문을 받아왔다. 인식은 정확한지, 제어는 안정적인지, 돌발 상황에서 멈출 수 있는지가 핵심이었다. 그러나 2026년 광주의 질문은 다르다. 기술이 가능한지는 이미 여러 차례 증명됐다.
이제 남은 질문은 수백 대가 동시에 움직일 때도 도시가 흔들리지 않고 작동할 수 있는가다.
◇ 연구실서 증명한 기술이 실제 비바람을 견딜 수 있을까
광주 실증 사업의 본질은 바로 숫자 '200'에 있다. 이는 연구 단계를 넘어 준상용, 즉 '프리커머셜'(pre-commercial) 서비스로 진입했는지를 가르는 임계점이다. KTX 광주송정역에서 상무지구, 구도심을 잇는 생활권 전반에서 로보택시 200대는 시민의 호출에 응답하는 수요응답형(DRT) 대중교통으로 운행된다.
이 순간부터 자율주행은 기술 시연이 아니라, 도시 교통의 일부가 된다.
차량 수가 늘어날수록 변수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단 한 대의 오작동은 사고로 끝날 수 있지만, 수백 대의 운영 오류는 도시 교통 전체의 불안정으로 이어진다. 이 단계에서는 개별 차량의 센서 성능이나 인식 정확도보다, 다수 차량의 동시 운행 안정성, 관제 시스템의 실시간 부하 처리 능력, 사고나 정체 발생 시의 집단 대응 체계, 시민 민원과 신뢰를 관리하는 운영 능력이 더 중요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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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23일 서울 청계천 일대에서 운전석 없는 자율주행셔틀이 시험운행을 하고 있다.
운전석과 운전대가 없는 자율주행셔틀은 안전요원이 탑승하지만, 운전에는 관여하지 않는다. 청계광장∼청계5가(광장시장)∼청계광장을 순환하는 총 4.8㎞ 구간으로, 주중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운행한다. 2025.9.23 [공동취재]
자율주행의 성패는 기술 스펙이 아니라, 운영 역량에서 갈린다.
이 지점에서 광주의 실증은 화성 리빙랩과 분명히 다른 질문을 던진다. 화성이 '한 대의 완성도'를 묻는 공간이라면, 광주는 '수백 대의 질서'를 묻는 공간이다. 배차와 관제, 유지보수, 긴급 대응, 책임 소재 규명까지 포함해 자율주행을 하나의 교통 서비스로 운영할 수 있는지가 검증 대상이다.
광주는 자율주행 기술을 시험하는 장소가 아니라, '자율주행 도시 운영 모델'이 실제로 작동하는지를 확인하는 무대다.
2026년은 대한민국 자율주행기술개발혁신사업의 성과를 나열하는 데 그치는 해가 아니다. 그 성과가 200대라는 규모의 압박을 견디고, 도시라는 현실 조건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지를 증명해야 한다.
로보택시 200대가 광주 도심을 달리기 시작하는 순간, 자율주행은 더 이상 막연한 미래 기술이 아니다. 그것은 도시가 대중교통으로 채택할 것인지, 유보할 것인지를 선택해야 하는 현실적인 정책 옵션이 된다.
2026년의 광주는 바로 그 선택을 앞두고 치열한 검증이 이뤄지는 현장이다.
정광복자율주행기술개발혁신사업단(KADIF) 단장
▲ 도시공학박사(연세대) ▲ 교통공학 전문가·스마트시티사업단 사무국장 역임 ▲ 연세대 강사·인천대 겸임교수 역임 ▲ 서울시 자율주행차시범운행지구 운영위원 ▲ 한국도로공사 고속도로자율주행 자문위원 ▲ 강릉 ITS 세계총회 조직위 위원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6년02월06일 14시00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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