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베네수→인도 원유공급으로 러시아 경제 타격' 전략 먹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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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印 원유수입 대체효과 거두려면 베네수 생산량 획기적 증가 필수"

CNN "단가 낮은 러시아산 유혹 커…제재 우회 밀거래 가능성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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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 원유 생산시설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워싱턴=연합뉴스) 홍정규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인도에 대한 관세 정책은 인도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차단함으로써 우크라이나전쟁에 쓰이는 러시아 자금의 중요 출처 하나를 봉인하고 러시아 경제에 타격을 주는 골격으로 짜인 전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이유로 인도에 총 50%의 관세를 부과했다가 수입 중단 대가로 이를 18%로 대폭 낮췄는데, 이 같은 전략이 주효하려면 그 전에 풀어야 할 방정식이 복잡하다고 CNN이 3일(현지시간) 짚었다.

그 핵심 고리는 베네수엘라다. 미국은 올해 초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축출한 직후 베네수엘라산 원유를 확보하고 생산량을 늘리는 데 착수했다. 러시아산을 대체해 베네수엘라산 원유를 인도에 공급하겠다는 구상에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모디 (인도) 총리는 러시아산 원유 구매를 중단하고 미국, 잠재적으로는 베네수엘라로부터 훨씬 더 많은 (원유를) 구매하는 데 동의했다"고 말했다.

마침 러시아산 중질유를 처리해 온 인도의 정유시설에는 비슷한 성질의 베네수엘라산 중질유가 적합하다. 팽창하는 인도 경제에 필요한 연료, 디젤, 아스팔트 등이 중질유를 정제해 생산된다.

이는 단기적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을 종식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트럼프 대통령이 밝혔으며, 원유 수출 의존도가 높은 러시아 경제에 대한 통제력을 쥐겠다는 장기적인 의도도 깔린 것으로도 볼 수 있다.

그러나 CNN은 "현실은 트럼프 대통령의 계산법처럼 단순하지 않다"며 베네수엘라의 생산량 증대가 당장 가시화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수입 단가 차이도 무시하지 못한다는 전문가들의 진단을 전했다.

인도는 러시아산 원유를 하루 150만배럴 수입한다. 베네수엘라의 원유 생산량은 현재 하루 100만배럴이다. 한때 300만배럴에 달했지만, 우고 차베스 사회주의 정부의 집권 이후 생산량이 급감했고, 생산시설도 노후화했다.

베네수엘라산 원유를 전량 인도에 공급해도 수요를 채우지 못하는 만큼 현지의 생산능력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게 관건인데, 여기에는 미국 석유기업들의 대규모 투자와 베네수엘라 친미 정권의 안정적 운영이 전제돼야 한다.

전문가들은 베네수엘라가 과거의 생산량을 회복하려면 10년에 걸쳐 해마다 수백억달러가 필요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 같은 투자는 미 석유기업들의 몫인데, 이들이 베네수엘라 정부로부터 받아야 할 부채 상환이나 안전 보장, 재정 보증 등은 트럼프 대통령이 제공하지 않기로 한 상황이라고 CNN은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백악관에서 엑손모빌, 셰브론, 코노코필립스 등 주요 석유사 임원들과 만나 최소 1천억달러의 투자를 종용했지만, 기업들이 협조 의사를 보이면서도 투자 결정에는 신중한 입장을 견지한 이유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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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 기업 임원들 만난 트럼프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석유 회사 임원들과 만나 베네수엘라 석유 인프라 재건 방안을 논의했다. 2026.1.9

수입 물량은 물론 단가 측면을 고려할 때 인도가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와 달리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당장 중단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으며, 오히려 제재를 우회한 러시아산 원유 밀거래로 눈을 돌릴 수도 있다.

일단 인도의 정유기업들은 기존의 러시아산 수입 계약을 마무리할 유예 기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라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모디 총리도 "인도산 제품에 대한 관세가 18%로 인하돼 기쁘다"고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를 환영하면서도 러시아산 원유 수입 중단과 관련해서는 아직 언급이 없다.

이는 러시아산 원유가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보다 배럴당 16달러나 저렴하다는 점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정도 가격 차이는 기업 입장에선 결정적이다.

따라서 인도로선 상대적으로 비싼 값을 치르고 OPEC이나 베네수엘라산 원유를 공식 경로로 수입하는 대신, 지금껏 공공연히 해온 대로 서방의 제재를 우회하는 경로를 확대하려는 유혹을 더 크게 받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원자재 정보업체 케이플러의 호마윤 팔락샤히 수석분석가는 인도가 '그림자 선단'을 통한 러시아산 원유 구입을 중단할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면서 "오히려 러시아산 원유 구매를 더 늘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zheng@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6년02월04일 05시22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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