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SM-3 미사일 작년 '12일 전쟁' 때 대량 소진…보충은 더뎌
이란에 또 쏟아부었다간 중국·러시아 대응 전략 취약 우려도
이란 수천발 파상 공격으로 美방공망 무력화 노려…사이버전·석유수송 마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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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차대운 기자 = 지상 기지에 배치되는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나 구축함에 실린 SM-3 방공 미사일은 적의 탄도미사일 등 표적을 원거리에서 타격하는 미군의 핵심 방어 전력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핵 협상 결렬 시 이란 타격을 검토 중이다. 그러나 만약 전쟁이 벌어졌을 때 공격 못지않게 중요한 방공 체계들의 부족한 탄약 재고 문제가 미국의 이란 공격 결심을 주저하게 만드는 원인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공격력보다 방어력에 관한 판단이 미국의 이란 공격 여부를 결정할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28일(현지시간) 미군과 동맹국을 보호하는 핵심 방어 체계의 소모성 미사일 부족 문제가 향후 미국의 이란 공격 여부를 좌우할 변수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국은 작년 6월 벌어진 이란과 이스라엘의 '12일 전쟁' 때 방공 미사일을 전례 없는 속도로 소진한 뒤 이를 다시 제대로 채우지 못하고 있다.
미군 관계자는 FT에 작년 '12월 전쟁'에서 이스라엘 방어를 위해 최대 150발의 사드 미사일을 소진했다면서 사드 체계의 미사일 소진 문제가 특히 우려 대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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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국방시각정보배포 시스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10년 사드 운용이 시작되고 나서 미군이 지금껏 확보한 전체 사드 미사일 수량은 650발 미만이다. 이를 고려하면 미군이 작년 이란의 대대적인 미사일·드론 공습에 맞서 사드 미사일을 얼마나 많이 퍼부었는지를 가늠할 수 있다.
구축함에서 발사돼 대기권 밖 탄도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SM-3 미사일도 작년 전쟁 과정에서 최소 80발이 소진됐다고 미군 관계자는 전했다.
사드와 SM-3 미사일은 발사체 가격이 비싸 보충 속도는 매우 느린 편이다.
미 국방부는 2026회계연도에 사드 미사일 37발을 8억4천만달러에, SM-3 미사일 12발을 4억4천500만달러에 각각 조달할 예정이다. 한발당 가격이 2천300만달러(약 331억원), 3천700만달러(약 534억원)에 달한다.
SM-3보다 사거리가 짧아 종말 단계 요격에 쓰이는 SM-2, SM-6 같은 다른 주요 요격 미사일 소진 상황도 마찬가지 심각한 편이다.
브렌던 맥레인 미 태평양함대 수상전력사령관은 작년 회의에서 홍해 후티 반군을 대상으로 한 작전 과정에서 2025년 1월까지 SM-2와 SM-6 약 200발을 소진했다고 공개한 바 있다.
실제로 미군 수뇌부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처럼 빈약해진 무기고 상태로는 이란을 상대로 장기 군사 작전을 수행하는 데 어려움이 따른다는 취지의 보고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NYT 등 여러 미국 매체는 댄 케인 합참의장이 지난주 백악관 회의에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전 대통령 체포 작전과 달리 이란을 상대로 한 작전은 미군 사상자 발생 위험이 큰 어려운 임무라고 보고했다고 전했다.
미국 입장에서는 이란과 전면적 군사 충돌이 벌어져 미군의 무기고가 다시 크게 소진된다면 향후 있을 수 있는 중국, 러시아와의 갈등 상황에 대처할 능력이 취약해진다는 점에서도 전략적 고민이 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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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FT는 "미군은 현재 재보충이 어려운 상황에서 이란의 군사 보복이 핵심 탄약 공급을 압박할 가능성을 저울질하고 있다"며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뿐 아니라 중국, 러시아와 잠재적 분쟁에 대비한 미국의 전쟁 계획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동맹 이스라엘이 방공 작전에 더 많은 역할을 하는 방안도 검토될 수 있다. 그렇지만 이란의 파상 공세는 이미 작년 '12일 전쟁' 당시 '아이언 돔'으로 유명한 이스라엘의 다층 방공망을 뚫고 들어와 상당한 피해를 일으켰다.
작년 '12일 전쟁' 기간 이란은 이스라엘에 500발이 넘는 미사일을 발사했는데, 이 중 약 35발이 이스라엘의 방공망을 뚫고 들어갔다.
이란 역시 이런 미국의 취약점을 겨냥해 반격 전략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텔레그레프에 따르면 이란혁명수비대(IRGC) 대변인은 최근 미국과 전쟁이 벌어졌을 때를 위해 마련한 상세한 '전투 계획'을 발표했다.
이란은 미국의 공격이 개시되면 지하 시설에 반격 역량을 보존하는 방식으로 피해를 최소화한 뒤 미군의 중동 거점인 카타르 알우데이드 공군기지를 비롯해 아랍에미리트(UAE), 쿠웨이트, 이라크 등 미군 기지를 상대로 수백기에서 수천기에 달하는 미사일을 동시에 발사한다는 계획이다.
상당 부분이 방공망에 요격되겠지만 충분히 많은 미사일이 목표에 떨어져 상당한 인명 피해를 일으키고 핵심 인프라를 파괴할 것으로 이란은 기대했다.
아울러 미사일 공격 외에도 레바논 헤즈볼라, 홍해의 후티 반군 등 중동 곳곳의 우군을 동원해 미군을 공격하는 '다중 대리전'에 나서는 한편, 교통망·에너지 인프라·금융 시스템 등을 겨냥한 사이버 공격도 감행할 계획이라고 이란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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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A=연합뉴스 자료사진]
특히 이란은 자국이 강력한 지리적 강점을 갖고 있다면서 세계 핵심 석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통제권'을 갖고 있다고 위협했다. 세계적인 석유 수송로를 마비시킬 수 있다고 경고한 것이다.
텔레그레프는 이란이 호르무즈해협에 기뢰를 설치하고 미사일과 드론으로 유조선을 공격하는 등의 행동에 나설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란 신정 정권은 반정부 시위 유혈 진압 사태로 내부적으로 크게 흔들리고 있다. 이에 이란이 작년 '12일 전쟁' 때와 달리 죽기살기식으로 미국에 강경하게 맞설 수 있다는 관측도 고개를 든다.
미국이 작년 '12일 전쟁' 때 이란 본토 핵시설을 폭격하자 이란은 카타르 미군 기지에 미사일 공격로 반격했으나 사전에 정보를 알리는 '약속 대련' 방식으로 확전을 피한 바 있지만, 정권이 존망 위기에 내몰린 이번 상황에서는 다른 길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이란을 통치하는 성직자들이 우라늄 농축 전면 중단과 탄도미사일 사거리 제한, 역내 친이란 무장세력 지원 중단 등 미국의 요구를 체제의 근간을 흔드는 사안으로 보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처럼 작년과 달라진 이란의 강경한 태도는 미국의 개전 선택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되는 모습이다.
CNN은 분석 기사에서 "군사적으로 미국의 신호는 분명하고, 2003년 이라크 침공 이후 최대 규모의 공군·해군 전력 증강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에 관한 자신의 선택지를 열어두려 하고 있지만, 오히려 그 선택지는 좁아지고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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