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란 공격] 수십년 핵개발한 이란…핵폭탄 없지만 수개월 내 제조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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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서방 왕조서 원자력 에너지 연구 시작…혁명 후 80년대부터 핵개발 박차

2015년 핵합의 타결했지만 트럼프 '발빼기' 후 준무기급 농축 우라늄 늘려

작년 6월 이스라엘·미국 폭격으로 12일 전쟁…1∼2주면 무기급 우라늄 농축

이미지 확대 지난해 6월17일 촬영된 이란 나탄즈 핵시설 위성사진

지난해 6월17일 촬영된 이란 나탄즈 핵시설 위성사진

[로이터/플래닛랩스=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강건택 기자 = 미국이 결국 28일(현지시간) 이란에 대한 군사 공격을 감행하면서 그 명분이 된 이란의 핵 개발이 어떤 과정을 거쳐 어느 정도 수준에 올랐는지 관심을 모은다.

과거 친서방 군주제 시절부터 민간 원자력 연구를 시작한 이란은 이슬람 혁명 이후 서방은 물론 주변 국가들과의 관계가 더욱 악화하면서 군사 목적으로 방향을 틀었다는 게 정설이다.

아직 핵무기를 보유한 것까지는 아니지만, 농축 우라늄 재고와 핵 관련 인프라를 고려하면 단기간에 핵무기 제조가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 美 도움으로 시작된 원자력 개발…신정체제서 무기 용도로 '전환'

평화적 목적의 원자력 에너지까지 포함할 경우 이란의 핵 역사는 팔레비 왕조 시절인 195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도움을 준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미국 정부였다. 미국은 1957년 이란과 민간 원자력 협력을 위한 협정을 체결한 데 이어, 1967년 '평화를 위한 원자력' 프로그램의 하나로 실험용 원자로를 제공했다.

이란은 미국의 원자로 제공 덕분에 '테헤란 원자력연구센터'의 문을 열 수 있었고, 이듬해 핵확산금지조약(NPT)에도 가입했다.

상황이 달라진 것은 1979년 이슬람 혁명으로 친서방 팔레비 왕조가 무너지면서다.

이스라엘과 주변 수니파 국가들, 서방 강대국들 사이에서 거의 고립무원 처지에 놓였던 이란 정권은 1980년대 이라크와의 전쟁을 계기로 핵무기 필요성을 절감하고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1984년 중국의 도움으로 이스파한에 새 원자력연구센터를 개설하고, 1989년 러시아와 원자력 협력 협정을 맺으면서 핵 프로그램에 속도를 낸 것이다.

이미지 확대 2007년 3월 이란 나탄즈 핵시설 내부 둘러보는 마흐무드 아흐마디네자드 당시 이란 대통령

2007년 3월 이란 나탄즈 핵시설 내부 둘러보는 마흐무드 아흐마디네자드 당시 이란 대통령

[EPA/이란 대통령실=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IAEA는 이란이 1980년대 중반쯤 우라늄 농축을 위한 원심분리기 건설에 필요한 기술을 자체 개발하거나 암시장에서 취득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고 있다.

비밀리에 진행되던 이란의 핵 개발은 2002년 이란의 한 반정부 단체가 나탄즈의 우라늄 농축 시설과 아라크의 중수 생산 시설을 폭로하면서 처음으로 수면 위로 노출됐다.

국제사회의 압박에 2003년 IAEA 사찰을 수용한 이란은 IAEA로부터 나탄즈에서 고농축 우라늄 흔적을 적발당하자 우라늄 농축 중단에 동의하는 등 꼬리를 내려야 했다.

그러나 2005년 강경 보수파인 마무드 아흐마디네자드 정권이 들어선 후 '평화적 목적'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핵 활동을 본격 재개하자, 국제사회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제재 결의안을 채택하며 맞불을 놨다.

협상의 물꼬를 튼 것은 2013년 출범한 하산 로하니 중도파 정부였다.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를 비롯한 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P5)과 독일 등 주요 6개국과 오랜 협상 끝에 2015년 7월 핵사찰 허용과 핵활동 제한을 제재 해제와 맞바꾸는 내용의 '이란 핵합의'(포괄적공동행동계획·JCPOA)를 타결한 것이다.

역사적 합의는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가 2018년 일몰 조항 등을 문제 삼아 일방적 탈퇴를 결정하고 고강도 제재에 나서면서 3년을 넘기지 못했다. 이란도 더는 핵합의를 준수할 수 없다며 처음으로 우라늄을 60%까지 농축하면서 이란 핵을 둘러싼 긴장이 다시 높아졌다.

이미지 확대 지난해 6월 '12일 전쟁' 당시 이란 포르도 우라늄 농축시설에 대한 미국의 폭격 흔적

지난해 6월 '12일 전쟁' 당시 이란 포르도 우라늄 농축시설에 대한 미국의 폭격 흔적

[EPA/막사테크놀로지=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2020년대 들어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핵합의 복원을 시도했으나 별다른 진전을 거두지 못했고, 지난해 초 출범한 트럼프 2기 행정부도 처음엔 이란과의 협상에 초점을 맞추는 듯했다.

그러나 외교적 노력은 오래가지 못했다. 작년 6월 이스라엘의 이란 핵시설 등에 대한 표적 공습과 미국의 지원 공격, 여기에 맞선 이란의 보복 공격으로 '12일 전쟁'이 벌어진 것이다.

연말연초 이란 전역을 강타한 반정부 시위 탄압을 명분으로 또 이란에 대한 군사옵션 카드를 꺼내든 트럼프 행정부와 이란 측이 다시 협상 테이블을 차렸지만, 이번에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 이란에 아직 핵무기는 없어…"일주일이면 무기급 우라늄 농축"

이미지 확대 2019년 이란 테헤란에서 열린 '국가 핵기술의 날' 행사에 참석한 하산 로하니 당시 대통령

2019년 이란 테헤란에서 열린 '국가 핵기술의 날' 행사에 참석한 하산 로하니 당시 대통령

[EPA/이란 대통령실=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그렇다면 이란의 핵 능력은 과연 어느 정도 수준일까.

아직 핵무기를 보유한 것은 아니지만, 단기간에 핵무기를 만들어낼 수 있는 인프라와 관련 기술 등을 갖췄다는 게 공통적인 평가다.

미 외교협회(CFR) 보고서에 따르면 대다수 전문가는 이란이 적게는 1∼2주에서 길어도 몇 달 안에 핵무기에 필요한 핵분열성 물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 국방부의 정보 담당 조직인 국방정보국(DIA)은 지난해 5월 이란이 첫 번째 핵폭탄 1개를 만드는 데 충분한 무기급 농축 우라늄을 생산하는 데 "아마 1주일도 안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란이 '준무기급'으로 평가받는 60% 농축 우라늄을 상당량 비축하고 있다는 점이 이러한 관측의 근거로 꼽힌다. 60% 농축 우라늄은 통상 몇 주 안에 무기급인 90%로 순도를 올릴 수 있다.

IAEA는 작년 9월 보고서에서 같은 해 6월 13일 기준으로 이란이 60% 농축 우라늄을 440.9㎏ 보유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는 핵탄두 10개가량 만들 수 있는 분량으로, 불과 4개월 만에 비축량이 50% 이상 급증했다는 결과여서 서방의 경계심을 더욱 키웠다.

물론 이러한 물질을 활용해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핵무기를 최종 완성하기까지는 조금 더 시간이 걸린다.

미 CBS뉴스는 지난해 한 정보당국 보고서를 인용해 이란이 3∼8개월 안에 핵폭탄 1개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한 바 있다.

아주 짧은 기간까지는 아니지만, 2015년 이란 핵 합의 당시 이란의 핵무기 제조에 걸리는 기간을 최소 1년 이상으로 묶어두는 것이 목표 중 하나였다는 점에서 이란의 핵 역량은 당시 수준을 훌쩍 뛰어넘었다고 볼 수 있다.

이미지 확대 이란의 핵시설 현황

이란의 핵시설 현황

[미국외교협회 홈페이지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이란의 핵무기 제조 역량은 수십 년에 걸친 노력을 통해 관련 지식을 축적하고 충분한 시설을 구축했기 때문이다.

CFR 보고서에 따르면 이란은 나탄즈와 포르도의 우라늄 농축시설을 중심으로 부셰르 원자력발전소, 아라크 중수로 등 전국적으로 10곳이 넘는 핵 관련 시설을 가동 중이다.

이란은 또 라비잔-시안, 투르쿠자바드, 바라민 등 과거 알려지지 않았던 3곳의 기지에서 미신고 핵활동을 했다고 IAEA가 작년 5월 보고서에서 지적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지난해 6월 다수의 이란 핵시설을 폭격했지만, "완전히 파괴됐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과 달리 결정적인 타격까지는 받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뉴욕타임스(NYT)와 CNN 등 미 언론들이 지난해 미 국방정보국(DIA) 초기 보고서를 인용해 미국과 이스라엘의 폭격에도 불구하고 이란의 핵 프로그램이 '수개월 퇴보한 수준에 그쳤다'고 보도한 바 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이 "가짜뉴스"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국방부가 브리핑을 통해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최소 1∼2년 퇴보시켰다"고 정정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미지 확대 지난 11일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탄도미사일 이동발사대 옆을 걷는 여성들

지난 11일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탄도미사일 이동발사대 옆을 걷는 여성들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이란은 핵무기를 완성하면 이를 탑재해 주변국을 위협할 수 있는 운반체계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란이 중거리 탄도미사일 약 2천기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이란이 보유한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은 사거리가 최대 2천㎞로 미 본토까지는 도달할 수 없지만, 중동 전역을 사정권에 둬 역내 미군 기지들과 이스라엘,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함정에 큰 위협이 된다.

미국은 이란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까지 개발하는 것으로 의심하고 있지만, 이란은 ICBM으로 전용 가능한 우주발사체 시험에서 실패를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firstcircle@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6년02월28일 17시29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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