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바 노딜에 '외교수단 제한' 판단…"더는 용납할 수 없어" 전격 공습
핵·미사일 무력화에 해군 파괴까지 광범위 작전…"이란軍 확실한 죽음" 경고
위기몰린 하메네이 축출 이란국민에 촉구…美중간선거 앞둔 '정치적 승부수' 해석
(워싱턴=연합뉴스) 홍정규 특파원 = 미국이 28일(현지시간)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전격적으로 공습한 것은 이란의 핵·미사일 전력 무력화는 물론 체제 전복을 통한 중동 안보지형 재편까지 노린 다목적 포석으로 읽힌다.
1차 목표는 "이란은 핵무기를 가질 수 없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선언대로 무기화 직전 단계까지 간 핵 능력 제거다. 탄도미사일과 해군을 무력화함으로써 이란의 원거리 군사력을 불능화하는 데까지 나아간다.
최종 목표는 이란의 아야톨라 하메네이 신정 체제를 무너뜨리는 것으로 보인다. 하메네이 정권이 사상 최악의 위기에 몰렸다는 판단 아래 이란의 체제를 전복시켜 중동의 헤게모니를 장악하겠다는 의도가 담겼다.
이번 공격에는 맹방인 이스라엘의 끈질긴 설득이 작용한 것으로 추측되는 가운데, 미국 국내적으로 지지율 하락에 직면한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승부수를 던졌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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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P 연합뉴스]
◇ 8개월 만에 對이란 실력행사…'외교로는 안돼' 판단
미국은 이달 들어 세 차례 이란과 만나 핵 협상을 벌였지만, 지난 26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3차 협상에서도 핵심 요구사항인 핵 프로그램 폐기를 이란이 끝내 받아들이지 않자 실력 행사에 나섰다.
미국의 핵 프로그램 폐기 요구는 현재 60%에 이른 것으로 파악된 우라늄 농축을 다시 '제로'로 만들라는 것, 그리고 이미 농축된 우라늄 300㎏을 미국에 넘기라는 것이 골자였다.
"이란은 핵무기를 가져선 안 된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선언에 따라 핵 포기는 일몰조항 없이 영구적이어야 하며, 포르도·나탄즈·이스파한 등 주요 핵시설 3곳을 해체하라는 요구도 담겼다.
이란은 우라늄 농축이 발전·의료 등 평화적 사용을 위한 것이며, 이같은 목표 아래 투자하고 자국의 과학기술로 축적해온 결과물을 포기하라는 요구는 주권 침해라는 이유로 거부했다.
결국 그동안 외교적 해법을 추구했으나 협상 테이블의 간극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자 미국은 이날 이란을 상대로 공습을 감행, 핵 포기 요구를 관철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그들은 핵 야망을 포기할 모든 기회를 거부했다"며 "우리는 더 이상 이를 용납할 수 없다"고 선언했다.
결국 이란의 지하 핵시설 폭격으로 지난해 6월 이란-이스라엘 '12일 전쟁'을 매듭지었던 미국은 다시 한번 이란 핵 프로그램의 완전한 폐기와, 핵개발 시도 차단을 위해 군사력을 동원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미국은 그동안 외교적 해법을 최우선시한다고 대외적으로 밝혀왔으나, 이란으로선 받아들이기 어려운 요구를 제시하면서 협상이 '노딜'로 끝날 경우에 대비해 공습을 준비해왔다.
미국은 두 척의 항공모함을 이란 해역으로 보낸 것을 비롯해 대규모 공군력을 이란 주변 기지에 배치해둔 상태다. 이스라엘군도 "몇 달 전부터 미군과 긴밀한 연합 계획을 수립"했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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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 예상보다 광범위한 작전…미사일·해군력까지 제거 대상
미 국방부가 '장대한 분노 작전'(Operation Epic Fury)으로 명명한 이번 공격은 예상보다 규모가 크고 범위도 넓은 것으로 평가된다.
애초 미 언론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핵·미사일 시설만 제한적으로 타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같은 옵션을 "고려하고 있다"고 발언했다가 최근에는 "가짜뉴스"라고 일축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날 오전 이란 수도 테헤란, 곰, 카라지, 게슘 등 전국 주요 도시를 동시다발로 공습했다. 군사 표적은 수십 곳이라고 이스라엘군이 밝혔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공격 대상으로 이란의 미사일과 미사일 산업, 해군 등을 명시한 점이 주목된다. 그는 이란의 미사일에 대해선 "초토화"시켜 "소멸할" 것이라고, 해군 역시 "전멸시킬 것"이라고 공언했다.
이는 이란의 핵무기 보유 차단 수준을 넘어 이란이 이스라엘이나 중동 내 미군을 원거리 공격할 수 있는 역량 자체를 제거하는 것이 이번 작전의 핵심 목표임을 시사한 것으로 읽힌다.
실제로 미국은 이란과의 협상에서 핵 프로그램 폐기를 최우선 의제로 삼는 동시에 탄도미사일 사거리 억제, 중동의 대리 세력(팔레스타인 하마스, 레바논 헤즈볼라, 예멘 후티반군)에 대한 지원 중단도 요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중동의 안정을 위해선 이란의 핵 능력뿐 아니라 군사력 전반에 대한 '패키지 딜'이 필요하다는 인식에서였는데, 이란 입장에선 사실상 체제 존속을 위협하는 '무장 해제'나 다름없다고 판단해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결국 그동안 수출 통제와 금융 제재 등으로 이란을 압박해 온 미국은 그동안 추구해 온 외교적 노력만으로는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 군사적 해법을 선택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정권은 곧 미군의 힘과 능력에 누구도 도전해선 안 된다는 점을 깨달을 것"이라며 이란군을 향해 "무기를 내려놓고 완전한 면죄부를 받아라. 그렇지 않으면 확실한 죽음을 맞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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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 최종 목적지는 이란 체제전복 통한 중동 헤게모니 장악인 듯
트럼프 대통령이 문제 삼은 이란의 핵무장 시도는 고질적인 미국의 위협이긴 하지만, 지난해 6월의 '미드나잇 해머' 작전으로 이란 3대 핵시설에 큰 타격을 입힘으로써 핵무기 보유 시간표를 수년 늦췄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였다.
그럼에도 공격을 결단한 것은 이란이 극심한 경제난 속에 근래 대규모 소요 사태까지 겹치면서 하메네이 신정 체제의 힘이 빠지고 민심이 이반된 상황을 '기회'로 여긴 데 따른 것일 수 있어 보인다.
'절호의 기회'를 활용해 미국 최대의 골칫거리인 이란의 군사력을 결정적으로 제거함으로써 미국의 오랜 안보 위협 중 하나를 사실상 제거하는 업적을 이루겠다는 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이었을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에서 이란 국민을 향해 "자유의 시간이 가까이 와 있다"며 "우리가 (공격을) 끝내면 여러분의 정부를 장악하라"고 반정부 시위를 독려했다.
그러면서 "이번이 여러 세대에 걸쳐 (신정 체제를 뒤집을) 유일한 기회일 수 있다"며 "미국은 압도적인 힘과 파괴적인 전력으로 여러분을 지지하고 있다. 지금이 행동의 순간"이라고 말했다.
미군의 군사작전으로 하메네이 정권을 궁지로 몰고, 정권교체를 위한 환경을 조성하면 이란 시민들이 들고 일어나 최종적으로 정부를 장악하라는 말이었다.
하메네이 정권을 안팎에서 흔들어 전복시키겠다는 의도를 노골화한 셈인데, 중동에서 확실한 헤게모니를 잡겠다는 미국의 의도와 안정적 생존이 절실한 이스라엘의 수요가 맞아떨어진 것으로 여겨진다.
트럼프 대통령은 확고한 친(親)이스라엘 노선을 걸으면서 '힘을 통한 평화' 기조, 국제적 '위력 행사' 의지 등을 보여왔다.
특히 이란의 대리 세력으로부터 거듭된 테러에 노출된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의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메네이 정권을 제거해야 한다고 미국을 설득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란이 아직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미국을 위협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지 못했다는 점에서, 이란의 군사력을 불능화시키는 작전의 최대 수혜자는 이스라엘이 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영상 연설에서 "이스라엘과 미국은 이란의 테러 정권이 제기하는 실존적 위협을 제거하기 위한 작전에 착수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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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P 연합뉴스]
◇ 선거 앞둔 트럼프의 승부수 통할까…지상군 투입 여부 주목
관건은 이번 공격에 대한 이란의 대응 수위, 그리고 미국의 추가 군사행동 여부다. 두 변수의 조합에 따라 조기 봉합부터 전면전 확산까지 다양한 시나리오가 전개될 수 있다.
미국 입장에서 최선의 시나리오는 이란이 굴복하고 '항복' 수준으로 미국 요구를 받아들이는 것이겠지만, 이란은 그동안 밝혀온 대로 즉각적인 대응 공격에 나섰다.
이란이 지난해 '미드나잇 해머' 작전 때의 '약속대련 식' 대응 공격 수준을 넘어 실질적 응전을 할 경우 미국으로선 맞대응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 경우 전면전으로 확대되면서 지상군까지 투입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지상군 투입까지 포함한 이란과의 전면전은 베네수엘라 마두로 축출 작전과 달리 상당한 인적·물적 피해를 수반할 것이라는 우려가 군 당국자들 사이에서 제기돼온 만큼, 미국으로서도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사상자가 발생할 수도 있다. 이는 전쟁에서 흔히 있는 일"이라며 "우리는 이것을 미래를 위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란의 즉각적인 보복 공격에 따른 미군 피해를 감수하겠다는 의미로 읽히지만, 경우에 따라선 이란으로의 지상군 전개를 할 수 있다는 의중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할 여지도 없지 않았다.
그는 전날에도 "전쟁이 발생하면 어떤 리스크든 있다. 좋은 쪽과 나쁜 쪽 모두"라며 "나는 그것(군사력)을 활용하지 않는 쪽을 좋아하지만 가끔은 써야만 한다"고 말했다.
지지율 하락세를 겪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2기 후반부 의회 권력 지형을 결정할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승부수를 던진 측면도 없지 않다.
이민 정책과 관세 정책이 연달아 타격을 받으면서 국내 정치적 입지가 좁아진 트럼프 대통령이 마두로 축출 때와 마찬가지로 하메네이 축출을 일종의 '반전 카드'로 삼으려 할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통들은 보고 있다.
zheng@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6년02월28일 22시33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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