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법 "트럼프 상호관세 위법"…국가별 차등관세 법적근거 붕괴(종합2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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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관 6대 3으로 "IEEPA, 대통령에 관세부과 권한 부여 안해" 판단

집권 2기 2년차에 최대 정치적 타격…환급 요구 등 美경제 피해 예상

글로벌 무역 불확실성 커질 듯…美와 새 무역합의 국가들 혼란 불가피

트럼프 "수치스런 판결" 비난…품목관세 등 통해 관세정책 지속 전망

이미지 확대 상호관세 발표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상호관세 발표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워싱턴=연합뉴스) 박성민 김동현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에 부과한 이른바 '상호관세'가 위법이라고 미 연방 대법원이 20일(현지시간) 판결했다.

대법원은 이날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이 대통령에 관세 부과 권한을 주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9명 가운데 '위법' 6명, '합법' 3명으로 의견이 나뉘었다.

이는 지난 1, 2심의 위법 판결 기조를 유지한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IEEPA가 대통령에게 수입을 "규제"(regulate)할 권한을 부여하기 때문에 규제의 일종인 관세 부과가 정당하다고 주장했지만 대법원은 이 같은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엄청난 무역적자를 이유로 국가적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전 세계 무역 상대국에 부과한 10%의 기본관세에 더해 국가별로 차등세율로 매긴 상호관세는 법적 기반이 붕괴하며 무효화하게 됐다.

이날 미국 사법부의 최종적인 위법 판단이 내려진 관세는 IEEPA를 법적 근거로 삼은 상호관세와 이른바 '펜타닐 관세'다.

트럼프 대통령은 작년 4월 2일 미국의 만성적인 대규모 무역적자가 국가 안보와 경제에 큰 위협이라고 주장하며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IEEPA에 근거해 한국 등 세계 각국에 국가별로 차등 세율이 적용되는 '상호관세'(reciprocal tariff)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한 뒤 일정 유예기간을 거쳐 실제로 부과해왔다.

또 마약류인 펜타닐의 대미 밀반입 방치를 이유로 작년 2월 중국·캐나다·멕시코에 IEEPA를 근거로 관세를 부과했다.

상호관세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표적인 관세 정책으로, 이번 대법원 결정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2기 2년 차에 접어든 시점에서 적지 않은 정치적 타격을 받게 됐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관세 수익을 활용해 추진하려던 각종 정책에 차질이 생긴 데다, 외교적으로도 세계 각국을 굴복시켜온 가장 강력한 위협 수단 가운데 하나(상호관세)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올린 관세를 인하하는 조건으로 천문학적인 대미투자를 포함하는 새로운 무역 합의를 한 한국 등 일부 국가들의 혼란도 불가피해 보인다.

이미지 확대 미 워싱턴DC의 연방 대법원

미 워싱턴DC의 연방 대법원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대법원의 이날 판결의 핵심은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를 부과하면서 근거로 삼은 IEEPA에 대통령이 관세를 부과할 권한을 명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IEEPA는 1977년 발효된 것으로 외국에서의 상황이 미국 국가 안보나 외교정책, 미국 경제에 이례적이고 특별한 위험의 원인이 된다고 판단하면 대통령에게 국가 비상사태 선포로 경제 거래를 통제할 여러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이들 권한 중 하나가 수입을 '규제'할 권한이며, 트럼프 행정부는 그간 수입을 규제할 권한에는 '관세'도 포함된다고 주장해왔다.

역대 미국 대통령 가운데 관세 부과를 위해 IEEPA를 발동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이었다.

그러나 대법원은 관세는 의회의 고유 권한이며 IEEPA가 대통령에게 주는 수입 규제 권한에 관세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미국 헌법 제정자들은 평시 관세 부과 권한을 '의회 단독'으로 부여했다"며 "관세에 외교적 영향이 있다고 해서 의회가 모호한 표현이나 신중한 제한 없이 관세 권한을 포기할 가능성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따라서 대통령은 그 권한(관세 부과권)에 대한 자신의 보기 드문 행사를 정당화하기 위해 명확하게 의회로부터 권한을 부여받았음을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또 "대통령은 수량, 기간, 범위의 제한이 없는 관세를 일방적으로 부과하는 엄청난 권한을 주장하고 있다. 대통령이 주장하는 권한의 폭, 역사와 헌법적 맥락을 고려하면 그가 이런 권한을 행사하려면 분명한 의회의 승인을 식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판결에서 대법관 9명의 의견은 '위법'이 6명과 '합법' 3명으로 엇갈렸다.

보수 성향 대법관 6명 가운데 새뮤얼 알리토, 클래런스 토머스, 브랫 캐버노 등 3명만이 트럼프 대통령의 손을 들어줬지만 소수 의견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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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워싱턴 AP=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보수 우위의 대법원은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 이후 대체로 트럼프 대통령의 각종 정책에 손을 들어줬지만, 그의 집권 2기 최대 경제 및 외교 정책인 관세에서 오히려 최악의 패배를 안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대법원판결이 나오는 시점에 백악관에서 주지사들과 조찬 회동을 하고 있었다. 그는 판결에 대해 "수치스러운 것"(a disgrace)이라고 비난했다고 CNN 방송이 전했다.

다만, 이번 대법원 판결은 상호관세와, 이른바 '펜타닐 관세', 그리고 중국이 미국의 관세에 보복했다는 이유로 미국이 재차 부과한 관세 등 IEEPA가 적용된 관세 행정명령에 적용된다.

따라서 트럼프 관세정책의 또 다른 한 축인 자동차, 철강, 알루미늄 등에 대한 품목별 관세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그리고 IEEPA에 근거한 상호관세 부과 권한은 대법원에 의해 무력화됐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비슷한 효과를 내기 위해 다른 법적 권한을 활용한 새 관세 정책을 도입할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미 고위 당국자들, 그리고 미국 언론들은 그간 대법원의 상호관세 위법 판결에 대비해 대체 수단으로 무역확장법 232조, 무역법 301조 및 122조, 관세법 338조 등을 거론해왔다.

다만, 이들 수단을 활용해 관세를 다시 부과한다고 하더라도 IEEPA보다 속도가 느리거나 범위가 제한적일 수 있고 또 다른 소송에 직면할 수 있는 문제도 있다.

아울러 그간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따라 미국에 관세를 납부해온 기업들이 대대적인 환급 요구를 할 가능성이 크다.

로이터 통신은 펜실베이니아대의 '펜-와튼 예산 모델'(PWBW)의 경제학자들을 인용해 이날 대법원의 상호관세 위법 판결로 인한 환급 요구액이 1천750억 달러(약 254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예측했다.

다만, 이날 대법원은 판결에서 이미 징수된 관세에 대한 환급 문제는 명확하게 언급하지 않았다. 이는 향후 대법원이 아닌 하급 법원에서 다뤄질 것으로 보이며 또다른 혼란을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

이날 소수의견을 낸 캐버노 대법관은 "정부가 수십억 달러를 반환해야 하는지,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무런 언급이 없었다"고 지적한 뒤 "그 과정은 엉망진창(mess)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미 올해 초부터 상호관세 위법 판결에 대비해 미국의 다양한 업종의 기업들뿐 아니라 외국 기업의 미국 내 자회사들이 이미 트럼프 정부를 상대로 관세 반환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이번 판결에 따라 미국과 새롭게 무역합의를 체결한 한국 등 국가들의 향후 움직임도 주목된다.

한국의 경우 당장 독자적으로 움직이지 않고 미국내 후속 움직임, 다른 나라 정부의 대응 등을 봐가며 대처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이번 대법원 판결 직후 "정부는 연방대법원 판결 내용 및 미국 정부의 입장을 종합적으로 살펴보고, 국익에 가장 부합하는 방향으로 (대응 방안을) 검토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min22@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6년02월21일 02시59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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