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례대표 '3% 봉쇄조항' 위헌…유권자 투표가치·선거 대표성 왜곡
"'위성정당'까지 창당해 비례 의석 추가 확보" 정치권 꼼수도 언급
김상환·정정미 "소수정당 진입, 민주주의 다양성 확대하는 밑거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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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 진성철]
(서울=연합뉴스) 이미령 기자 = 헌법재판소는 29일 정당 득표율 3% 이상인 경우에만 비례대표 의석을 얻도록 한 이른바 '3% 봉쇄조항(저지조항)'에 위헌 결정을 내리면서 현행 국회의원 선거체제가 거대양당에 유리한 구조라고 지적했다.
현재 우리나라 국회의원 총수 300명 가운데 지역구 의원 254명을 제외한 비례대표 의원은 46명으로 전체의 약 15% 수준이다. 여기에 비례대표 의석은 '군소정당의 난립'을 방지해 의회가 안정적으로 기능하도록 한다는 명목 아래 유효투표 3% 이상을 득표한 정당에만 배분하도록 정하고 있다.
하지만 헌재는 거대양당 체제가 확고하게 자리 잡은 정치 현실에서 이러한 봉쇄 조항이 애초 목표한 순기능보다는 새로운 정치세력의 원내 진입을 막아 기존 거대정당의 세력을 더 강화하는 역기능이 더 심화할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전체 국회의원 선거 결과가 지역구 의석수에 따라 좌우되는 우리나라의 경우 봉쇄조항을 폐지하더라도 원내 진출하는 소수정당의 수가 급격하게 늘어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판단도 깔렸다.
봉쇄조항이 없다면 현행 비례대표 의석 1석 이상을 획득하기 위해 대략 1∼2% 수준의 득표율, 약 28만∼56만표가 필요한 것으로 추산된다.
실제 봉쇄조항의 문턱이 사라질 경우 지난 22대 총선(2024년)에서 원내 진입에 실패한 자유통일당(2.26%), 녹색정의당(2.14%), 새로운미래(1.7%)가 1석씩, 3석의 비례대표 의석을 확보했을 것으로 보인다.
헌재는 특히 지역구 선거가 소선거구·다수대표제를 채택하고 있어 선거 구도가 거대정당에만 유리하게 작용할 뿐 군소정당 소속 후보자의 의회 진출은 어렵게 설계돼 있다면서 공직선거법상 봉쇄조항이 소수정당의 의회 진입에 '이중적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헌재는 나아가 거대 양당이 '위성정당'을 창당해 비례대표 의석을 추가로 얻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위성정당은 21대 총선을 앞두고 처음 등장했다. 소수 정당의 원내 진입을 돕는다는 취지로 준연동형 비례제가 도입되자, 거대 양당이 되레 비례대표 의석을 노려 이른바 '꼼수정당'을 창당하면서다.
정당 투표 사표(死票)도 18대 162만표(9.3%), 19대 201만표(9.2%), 20대 233만표(9.5%)에서 준연동제가 처음 적용된 21대에서 427만표(14.7%)로 크게 늘었다. 22대에서도 379만표(12.8%)로 높은 수준이었다.
헌재는 이러한 점을 들어 봉쇄조항이 유권자의 투표 가치와 선거의 대표성을 왜곡한다는 점도 짚었다.
유권자가 3% 저지선을 넘지 못할 것으로 예상하는 소수정당에 투표하기를 꺼리게 됨으로써 정치적 다양성과 개방성을 훼손한다는 것이다. 나아가 사표를 증대시켜 선거의 비례성을 약화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헌재는 "일정한 규모의 정치적 지지 표현을 구조적으로 배제하게 되면 유권자들은 자신의 표가 사표가 될 것을 우려해 '당선될 것 같은 당'을 찍게 되는 심리적 압박을 받게 된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이는 주권자의 진정한 의사가 왜곡되는 결과를 낳고 헌법이 추구하는 정치적 다양성 및 정치 과정의 개방성을 저해할 위험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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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서명곤 기자 = 29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심판정에서 열린 변호인 접견불허 위헌확인 헌법소원 선고기일에 김상환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자리로 향하고 있다. 2026.1.29 seephoto@yna.co.kr
헌재는 더불어 봉쇄조항에 문제가 있더라도 국회 내 다수당이 자발적으로 이를 폐지하거나 저지선을 개선하리라 기대하기 어렵다고 꼬집기도 했다.
헌재재판관들 사이에선 봉쇄조항의 필요성과 효용을 놓고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김상환·정정미 재판관은 보충의견에서 "소수정당이 국회에 진입하는 것은 우리 민주주의에 활력을 불어넣는다"며 "유권자들이 작은 정당을 통해 국회 내에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되면 정치적 효능감이 고양되고, 거대 양당의 경쟁을 통해 정치적 긴장감과 역동성이 높아지며, 소수 정당으로 인해 정치적 의제의 다양성이 확보된다"고 밝혔다.
두 재판관은 "소수정당을 국회라는 제도권 내에 포섭하면 그 정치적 견해에 책임을 부담시킬 수 있고 급진적 요구 역시 제도화된 경로를 통해 조정할 수 있게 된다"며 "소수정당이 의회에 진출하는 것은 정치적 급진화를 순화하고 헌법적 가치를 조화롭게 실현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정형식·조한창 재판관은 반대의견에서 "거대정당의 의석 집중 현상은 소선거구·다수대표제, 매우 낮은 비례대표의석 비율, 위성정당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나온 결과"라며 현재 상황만으로 봉쇄조항의 필요성을 부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already@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6년01월29일 19시40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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