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이불루 화이불치" 명품수수 '영부인' 김건희 꾸짖은 재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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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궐 절제미 표현서 유래…유죄 이유 밝히며 "사치품 못 뿌리치고 치장 급급" 질타

선고 앞서 한비자 '형무등급 추물이불량'·헌법 조항 언급…주요 혐의 무죄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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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1심 선고공판

(서울=연합뉴스) 통일교 금품수수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건희 여사가 28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우인성 부장판사)는 이날 자본시장법 위반 및 정치자금법 위반,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 여사에게 징역 1년 8개월과 추징금 1천281만5천원을 선고했다. 2026.1.28 [서울중앙지법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서울=연합뉴스) 이영섭 이도흔 기자 = 김건희 여사에게 28일 실형을 선고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의 재판장 우인성 부장판사는 판단 이유를 설명하며 한자성어를 몇 차례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선고문을 낭독한 우 부장판사는 본격적인 판단 설명에 앞서 서두에 "옛말에 '형무등급(刑無等級) 추물이불량(趣物而不兩)'이라는 말이 있다"고 운을 뗐다.

그는 이 한자성어가 '권력자든 권력을 잃은 자든 법 적용에 예외나 차별이 없어야 하고, 무죄추정의 원칙 등 법의 일반 원칙도 권력 유무에 따라 다르게 적용할 수 없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법조계에서 자주 인용하는 중국 '법가' 시대의 한비자에 나오는 표현이다. 엄정하면서도 공정한 법 적용을 강조하는 성어로 통한다.

이 과정에서 "불분명할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in dupio pro reo)라는 법언도 언급했다. 이는 형사법 적용의 대원칙으로 통하는 것으로, '의심스러울 때에는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하는 것이 형사재판의 기본 룰이다.

재판부는 "이것이 공정한 재판의 전제"라며 "헌법 제103조에 의거해 증거에 따라 판단했음을 말씀드린다"고 했다. 헌법 103조는 법관의 재판에 관한 조항으로,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고 규정된 조항이다.

이는 결국 김 여사 혐의 상당 부분을 무죄로 판단한 배경을 사전에 설명한 것으로 해석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기소한 범죄 혐의 사실을 형사법 원칙에 따라 엄격하게 증거에 의해 판단해 내린 결론이라는 것을 강조하는 의미다.

이어 공소사실별 판단 낭독에 들어간 재판부는 김 여사가 받는 3개 혐의 가운데 우선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자본시장법 위반), 명태균 여론조사 수수(정치자금법 위반)와 관련한 혐의를 전부 무죄로 판단했다.

통일교 측으로부터 교단 현안 청탁 등의 대가로 2022년 4월 샤넬백을 받은 혐의 역시 "알선 명목으로 볼 수 없다"며 무죄로 봤다.

다만 2022년 7월 그라프 목걸이와 샤넬백을 받은 혐의는 유죄로 인정하며 징역 1년 8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유죄 부분에 대한 양형 배경을 설명하며 또다시 한자성어를 썼다.

우 부장판사는 "국가와 사회가 발전하기 위한 토대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공정이며, 모든 일은 불편부당하고 공정하게 처리될 수 있어야 한다는 믿음이 사회를 올바른 방향으로 움직이게 한다"며 "이런 공정을 해하는 게 부패고, 부패는 금전적 청탁과 필연적으로 결탁된다"고 말했다.

그는 "영리 추구는 인간의 본성이긴 하지만 지위가 영리 추구의 수단이 돼선 안 된다"며 "지위가 높을수록 권력에 대한 금권의 접근을 의식적으로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럼에도 피고인은 자신의 지위를 영리 추구의 수단으로 오용했다"며 "청탁과 결부된 고가 사치품을 뿌리치지 못하고 수수한 다음 자신을 치장하는 데 급급했다"고 질타했다.

우 부장판사는 이어 "'검이불루 화이불치'(儉而不陋 華而不侈)라는 말처럼, 굳이 값비싼 물건을 두르지 않고도 검소하게 품위를 유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한자성어는 삼국사기 백제본기에 등장하는 것으로 '검소하나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나 사치스럽지 않다'는 뜻이다. 김부식이 백제 시조 온조왕 시기에 지어진 궁궐의 자태에 관해 남긴 말로 알려져있다. 궁궐을 새로 지었는데 검소하지만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는 않다는 것으로, 절제의 미학을 담은 경구로 통한다.

절제와 검약을 강조하는 이러한 표현은 그 누구보다 높은 청렴성을 유지해야 할 영부인 지위에서, '구중궁궐'에 머물면서 본인의 위치를 망각하고 각종 명품을 수수해 국민 신뢰를 저버린 김 여사를 준엄하게 꾸짖은 것으로 해석됐다.

우 부장판사는 충북 청주 출신으로, 충북고를 나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대법원 재판연구관 등을 거쳐 2024년부터 중앙지법 부장판사로 일해왔다.

younglee@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6년01월28일 16시46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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