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이치 승부수 통했다…'1강 구축' 날개에 우경화 속도 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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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신임' 명분 삼아 방위력 강화·개헌·스파이 방지법 제정 등 추진 관측

돈 풀기·감세 검토 공언했지만 재정악화 우려…"경제가 정권 발목 잡을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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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도쿄=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정권 기반 강화를 위해 총리직을 걸고 던진 조기 중의원(하원) 해산·총선 '승부수'가 통하면서 그가 추진하는 강경 보수 성향 안보 정책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본래 당내 기반이 약했지만, 8일 치러진 총선에서 집권 자민당 압승을 주도하면서 '자민 독주 체제' 부활을 이뤄냈고 이를 통해 단번에 정국 주도권을 장악하게 됐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19일 중의원(하원) 해산 의사를 표명하는 기자회견에서 "정책 실현을 위한 기어를 한 단계 올리고자 한다"며 3대 안보 문서 조기 개정, 국가정보국 창설, 스파이 방지법 제정, 헌법 개정 등을 언급했다.

이들 정책은 '국론을 양분할 수 있는 사안'으로 꼽히지만, 다카이치 총리가 안정된 정치 기반을 바탕으로 밀어붙일 가능성이 한층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물가 상승세를 억제하지 못하고 뚜렷한 경제 성장 흐름도 나타나지 않는다면 내각 지지율이 차츰 하락해 이러한 안보 정책을 추진할 동력을 잃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또 이번에 선거가 없었던 참의원(상원)은 여전히 여소야대 구도여서 원활한 국정 운영을 위해서는 야당과 어느 정도 협조할 필요도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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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 선거 승리로 매파 정책 추진할 힘 얻어…전문가 "日정치 균형 우려"

현재 중의원에서 198석을 갖고 있는 자민당은 이번 선거에서 의석수를 대폭 늘리며 2012년 민주당으로부터 정권을 되찾아 온 이후 한동안 지속됐던 '자민당 1강 체제'를 다시 만들었다.

자민당은 2012년 총선에서 480석 중 294석을 차지했고, 이를 계기로 다카이치 총리가 정치 스승으로 여기는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재집권했다.

아베 전 총리는 2020년 9월까지 장기 집권했고 그동안 자민당은 총선에서 승승장구했다. 2014년 총선에서 475석 가운데 291석을 얻었고, 중의원 의석수가 465석으로 줄어든 2017년에는 284석을 획득했다.

이후 기시다 후미오 내각 시기였던 2021년 총선에서 261석을 차지했으나, 이시바 시게루 정권 시절이던 2024년에는 191석을 얻는 데 그쳐 1강 체제에 마침표를 찍었다.

다카이치 총리는 이번에 위기에 빠진 자민당을 지휘하며 중의원 의석수를 274∼328석으로 대폭 끌어올릴 것으로 8일 오후 NHK 출구조사에서 예측됐다. 자민당은 다카이치 총리 인기에 의존해 총선을 치른 만큼, 그의 당내 지분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자민당과 연립 여당 일본유신회도 이른바 '절대 안정 다수' 의석인 261석을 넘어 302∼366석을 확보할 것으로 예측되면서 여당은 모든 상임위원장을 차지하고 상임위원회 과반 의석을 갖게 될 전망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사실 선거전 기간에 논쟁을 부를 수 있는 외교·안보 현안에 대한 언급을 최대한 자제하고, 경제 정책을 이야기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하지만 총선에서 국민 신임을 얻었다는 것을 명분 삼아 향후 사실상 브레이크 없이 매파적 정책 추진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카이치 총리는 이미 방위력 강화를 위해 3대 안보 문서를 연내 개정하기로 했고, 무기 수출 관련 일부 규제도 올해 폐지해 살상 능력이 있는 방위장비의 수출길을 대폭 넓힐 방침이다.

'일본판 중앙정보국(CIA)'으로도 평가받는 국가정보국 신설과 정보 수집 능력 강화, 국가 감시 강화가 우려되는 스파이 방지법 제정도 다카이치 총리의 관심이 큰 정책으로 꼽힌다.

일장기를 악의적으로 훼손할 경우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일본 국장(國章) 훼손죄' 신설도 보수 성향 안보 정책으로 평가된다. 이에 대해 일본 내 일각에서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견해가 나오고 있다.

또 장기적으로는 아베 전 총리 숙원이었던 평화헌법 개정을 추진해 일본을 사실상 '전쟁 가능 국가'로 만들려 할 가능성도 있다.

기무라 간 고베대 교수는 "일본 정치의 균형이 걱정된다"며 "과거에는 (중도 보수 성향) 공명당이 연립정권에 있어서 자민당도 양보해야 할 때는 양보할 수 있었지만, 이번 선거 이후 자칫 우측으로만 가는 액셀만 남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미지 확대 다카이치 총리를 전면에 내세운 자민당 공약집

다카이치 총리를 전면에 내세운 자민당 공약집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 유세서 '적극재정' 강조…자민당 단독 과반에 연정 재편 가능성도

다카이치 총리는 이번 총선 선거전에서 '책임 있는 적극재정'을 전면에 내세워 표심을 공략했다. 사실상 적극적으로 돈을 풀겠다는 말이다.

그는 지난 5일 유세에서 "지금까지는 긴축 지향이었다"며 "그래서 처음으로 자민당 공약에 '책임 있는 적극재정'이라는 말을 넣었다"고 강조했다.

자민당은 공약에서 책임 있는 적극재정 방침에 따라 대담하고 전략적인 '위기관리 투자'와 '성장 투자'를 실시하고, 이를 통해 고용과 소득을 늘려 '강한 경제'를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경제 안보, 인공지능(AI), 반도체, 양자, 콘텐츠 산업 등에 자금을 투자해 경제 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다카이치 총리는 또 최대 야당인 중도개혁 연합의 식품 소비세 감세 공약에 대응해 자민당도 2년간 감세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비록 유세 현장에서는 감세에 대해 말을 아꼈지만, 자민당 공약에는 식품을 2년간 소비세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에 대한 논의를 가속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감세와 적극재정은 일본 정부의 재정 악화와 물가 상승을 부추길 우려가 있고, 대부분의 언론도 식품 소비세 감세에 부정적이다.

또 일부 산업에 대한 투자는 단기간에 성과가 나타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다카이치 총리는 안보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싶겠지만, 경제가 발목을 잡을 것"이라며 엔화 약세와 고물가를 방치하면 다카이치 정권에 위기가 찾아올 수 있다고 예측했다.

그는 일본 정부가 이미 확정한 방위비 관련 증세와 소비세 감세가 모순된다는 점도 다카이치 총리가 안고 있는 딜레마라고 지적했다. 일본은 급증하는 방위비 재원을 조달하기 위해 내년부터 소득세를 증세할 방침이다.

한편, 이번 선거에서 자민당이 단독 과반 의석수인 233석 이상을 차지하면서 연립정권의 틀이 바뀔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유신회는 작년 10월 연정에 참여하면서 중의원 의원 수 감축, 오사카를 '부(副)수도'로 지정하는 방안 등을 요구해 왔다.

하지만 자민당 내 일부 의원들은 이러한 구상에 동조하지 않고 있어서 갈등이 심화하면 양당이 결별할 수도 있다.

이 경우 자민당은 제2야당인 국민민주당과 새롭게 연정을 수립하거나 독자적으로 정권을 운영하되 정책별로 유신회나 국민민주당과 협력하는 안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고 마이니치신문이 전했다.

psh59@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6년02월08일 20시42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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