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겨울 군고구마 팔아 수익 전액 기부…20년 넘게 이웃돕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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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농소3동 '이웃사랑해' 모임, 누적 기부액 1억5천만원

동네 소아암 환자 돕기로 시작…이상근 회장 "주민 응원·나눔 덕"

이미지 확대 군고구마 굽는 '이웃사랑해' 모임 이상근 회장

군고구마 굽는 '이웃사랑해' 모임 이상근 회장

[이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울산=연합뉴스) 장지현 기자 = "아직 몸이 건강하니까 힘닿는 데까지 돕는 것뿐입니다."

울산 북구 농소3동에는 매년 겨울 고소한 고구마 향기가 퍼지는 작은 아파트가 있다.

'이웃 사랑해' 모임은 이곳에서 군고구마를 팔아 생긴 수익금 전액을 어려운 이웃을 위해 20년 넘게 기부하고 있다.

나눔의 시작은 2001년 1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모임을 이끄는 이상근(62) 회장이 당시 친구와 밥을 먹다가 같은 아파트에 살던 어린아이가 소아암으로 투병하며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됐다.

두 사람은 "우리가 한 번 도와보자"고 의기투합했고, 마침 대학 시절 학비 마련을 위해 고구마를 팔아 본 경험이 있던 친구가 군고구마 장사를 제안했다.

첫해 서툰 솜씨로 모은 수익금 300만원은 모두 아이의 치료비로 전달했다.

이 작은 시작이 모임의 뿌리가 됐다. 이후 코로나19로 쉬었던 2년을 제외하고 총 23번의 겨울을 지나며 이씨는 단 한 해도 고무마를 굽는 깡통의 불씨를 꺼트리지 않았다.

입소문을 타고 이웃들이 하나둘 모여들었고, 3년 후 정식으로 '이웃 사랑해'라는 이름도 만들어졌다.

2명으로 시작했던 모임은 그렇게 18명 규모의 동네 대표 봉사 모임이 됐다. 회원들은 대부분 50∼60대로 직장인, 자영업자, 가정주부 등이다.

이미지 확대 사랑의 군고구마 판매하는 이웃사랑해 모임 회원들

사랑의 군고구마 판매하는 이웃사랑해 모임 회원들

[이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 회장이 먼저 오후 1시부터 나와 불을 지피면, 본업을 마친 회원들이 피곤한 몸을 이끌고 하나둘 합류한다.

영하의 추위에도 밤 9시가 넘도록 고구마를 굽고, 때로는 차를 몰고 직접 배달까지 나선다.

이 회장은 "퇴직 전에는 직장 생활과 병행하느라 몸이 열 개라도 부족했다"면서도 "힘든 분들에게 보탬이 된다는 생각에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은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적극적으로 참여하진 못하더라도 여유가 될 때마다 합류하는 봉사자들도 많다.

아파트 관리사무소는 장비를 보관할 텐트와 전기를 지원해주고, 근처 한의원에서는 고구마 운반용 트럭을 빌려주며 힘을 보탠다.

추운 날씨에 고생하는 이씨를 걱정해 반대하던 가족들도 이제 조용한 격려를 보낸다.

올해는 모임 회원들에게 더 특별한 해다.

재료비와 운영비를 제외하고 기부할 수 있는 순수익이 역대 최대인 1천만원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불과 지난달 22∼26일과 이달 5∼9일 열흘간 낸 성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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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군고구마 판매하는 이웃사랑해 모임 회원들

[이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를 놓고 이 회장은 "주민들의 응원과 나눔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말했다.

먼 곳에서 음료수까지 들고 찾아오는 단골, 입소문을 듣고 찾아와 1만원어치를 사고 5만원을 내고 가는 손님, 매년 돼지저금통을 통째로 주고 가는 근처 자영업자 등 고구마가 아닌 기부 그 자체를 목적으로 지갑을 여는 이들이 늘었다고 한다.

이 회장은 이렇게 모인 수익금 1천만원을 29일 북구청에 전액 기탁했다.

북구는 이 기부금을 지역 사회복지시설과 저소득 세대 등 12곳에 전달할 예정이다. 이 모임의 누적 기부액은 1억5천390만원에 달한다.

이 회장은 "혼자라면 절대 못 했을 일로, 함께 땀 흘리는 회원들과 믿고 찾아와주시는 주민들이 계시기에 가능했다"며 "내년 겨울에도 어김없이 이 자리에서 따뜻한 고구마를 굽고 있겠다"고 말했다.

jjang23@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6년01월29일 16시38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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