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세포 보호하는 '가짜 내성' 논란 주목
성벽 깨도 항암제 진입 전에 암세포 탈출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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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류효림 기자 = 조원동 현대ADM바이오 고문이 21일 서울 중구 정동1928 아트센터에서 열린 페니트리움 연구결과 발표회에서 공동연구 결정 배경 및 페니트리움 개발 전략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2025.7.21 ryousanta@yna.co.kr
(서울=연합뉴스) 최현석 기자 = 약물 효능 문제인가, 전달 실패 탓일까.
항암제 투여에도 암세포가 죽지 않는 현상의 원인을 두고 의료계에서는 오랫동안 의견이 분분했다.
최근에는 암세포가 스스로 독성을 이겨내는 '진짜 내성'이 아니라 약물이 아예 입구조차 통과하지 못하는 '가짜내성'이 치료 실패의 주범이라는 주장이 제기돼 눈길을 끌고 있다.
◇ 암세포의 난공불락 성벽 '가짜 내성'
항암 치료 중 종양이 줄어들지 않거나 오히려 커지면 의료진은 흔히 '내성이 생겼다'고 판단한다.
암세포 내 유전자가 변이를 일으켜 항암제의 독성을 무력화했다는 뜻이다.
하지만 최근 학계는 전혀 다른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바로 '가짜 내성'(Pseudo-Resistance)이다.
가짜 내성은 약물의 성분 자체는 암세포를 죽이기에 충분하지만, 암세포를 둘러싼 물리적 환경 때문에 약물이 표적 부위에 도달하지 못해 발생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즉, 암세포라는 '적'이 강해진 것이 아니라, 적진을 감싸고 있는 '성벽'이 너무 두꺼워 아군인 항암제가 성문 안으로 발을 들이지 못하는 셈이다.
'가짜 내성' 논란은 지난 80여년간의 항암제 개발 역사를 정면으로 겨냥하고 있다.
그동안 전 세계 제약사들은 암세포의 변이를 추적하며 더 강력한 2세대, 3세대 표적·면역 항암제를 만드는 데 수조 원을 투자했다.
그러나 현대바이오·현대ADM바이오 등 일부 바이오 기업과 연구진은 "약이 약해서가 아니라 약이 암세포에 닿지 않기(Delivery Failure·전달 실패)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즉, 가짜 내성 때문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것으로, '약이 듣지 않는 원인은 암세포의 변이(내성) 때문'이라는 전제 자체를 뒤집는 시도이다.
이들에 따르면 암 조직은 생존을 위해 암세포 주변에 세포외기질(ECM)이나 암연관섬유아세포(CAF)를 빽빽하게 배치해 강력한 물리적 장벽을 형성한다. 이 장벽이 약물 침투를 막으면, 아무리 비싸고 강력한 항암제라도 무용지물이 된다.
만약 가짜 내성이 치료 실패의 주원인이라면 현재의 항암 치료 전략은 전면 수정되어야 한다. 더 독한 약을 찾을 것이 아니라 '어떻게 성벽을 허물고 약물을 밀어 넣을 것인가'에 집중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대ADM[187660]은 지난 27일 글로벌 심포지엄에서 핵심 파이프라인 '페니트리움'으로 암과 류머티즘 관절염 2개 분야를 함께 공략하겠다고 밝혔다. 류머티즘 관절염 임상의 경우 한국과 미국에서 동시에 신청할 예정이다.
페니트리움은 암 조직 주변의 경직된 세포외기질(ECM)을 연화해 암 미세환경의 구조적 장벽을 완화하고, 기존 항암제가 암 조직 내부로 더 효과적으로 침투할 수 있게 돕는 기전을 기반으로 개발됐다.
류마티스 관절염 석학인 존 아이작 영국 뉴캐슬대 교수는 "기존 치료제는 면역 체계를 광범위하게 억누르기 때문에 부작용이 크다"며 "페니트리움은 병적 세포의 대사만 제어하는 만큼 이 같은 한계 극복을 위한 의미 있는 시도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 의료계의 엇갈린 시선…암세포 전이 가능성 등 변수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주류 의학계는 가짜 내성의 존재를 인정하면서도, 암세포의 유전적 변이를 통한 '진짜 내성'이 여전히 가장 위협적인 존재라고 보고 있다.
물리적 장벽을 뚫고 들어간다고 하더라도 암세포 자체가 약물을 배출하는 기전을 가지고 있다면 결국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류민희 교수는 "췌장암 부문에서 암세포 주변부에 만든 (섬유화된 조직) 벽을 깨는 약재를 항암제와 같이 투여한 적 있었다"며 "이론적으로는 성벽이 깨지고 약이 들어가서 암세포가 죽기를 바라는 건데 오히려 암세포들이 성벽을 뚫고 나와서 흩어지는 바람에 임상적으로는 아직 성공하지 못한 것으로 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현대바이오[048410]는 페니트리움을 통한 기질 장벽의 해체는 전이의 필수 조건인 '이동 경로'와 '에너지원'을 차단하기 때문에 전이 위험이 오히려 감소한다고 설명했다.
현대바이오 측은 "페니트리움은 ECM을 정상화함으로써 암세포의 이동성, 전이를 억제한다"며 페니트리움이 암세포와 주변 기질세포(CAF)간 대사 물질 교신을 차단(Decoupling)해 에너지 고갈 상태로 만듦으로써 암세포의 전이 능력을 상실시킨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가짜 내성 논란은 암 치료의 관점을 '세포'에서 '환경'으로 확장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의학계에는 환자가 겪는 치료 실패가 유전자 변이 때문인지, 아니면 약물이 도달하지 못한 가짜내성 때문인지를 정확히 구별해내는 정밀 진단 기술을 확립해야 하는 과제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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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자료사진]
harris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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