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 조약 5조 같은 ‘집단 경제억지 협정’ 필요
한·미·일·G7, 中 경제 압력에 댓가 치르게 하는 대응 수단 많아

[워싱턴=뉴시스]이윤희 특파원 = 빅터 차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가 21일(현지 시간) 미 워싱턴DC CSIS에서 열린 신간 '중국의 무역 무기화 : 집단적 회복 탄력성을 통한 저항' 출판 기념 좌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01.23.
[서울=뉴시스] 구자룡 기자 =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빅터 차 한국석좌는 한국의 핵잠수함 개발에 따른 중국의 경제적 압박을 막아내기 위해서는 미국, 일본 등과 공동으로 맞서야 한다고 충고했다.
차 석좌는 21일 포린 어페어즈 기고에서 북대서양 조약기구(나토)의 공동방위 5조와 같은 ‘집단 경제 억지 협정’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다음은 기고문 요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1월에 이어 1월 초 다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 관계 개선을 도모했으나 우호적인 관계가 오래 지속될 것 같지 않다.
가장 큰 걸림돌은 이 대통령과 시 주석 회담 후 불과 2주만에 나온 핵잠수함 협력에 관한 전례 없는 합의다.
한국의 핵잠은 북한 뿐 아니라 중국의 선박도 추적할 수 있게 돼 중국의 심기를 불편하게 할 것이다.
중국이 아직 뚜렷한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은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관련 발언을 둘러싼 갈등으로 한국과의 협력이 필요한 것 때문일 수 있다.
시 주석은 이 대통령의 중국 방문 기간 동안 “올바른 전략적 선택을 하라”고 경고했다.
중국의 경제적 압박 수위에 한국은 일본, 미국 및 기타 지역 파트너 국가들과 협력해 함께 맞서야 한다.
중국은 2016년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 배치 결정 이후 사드 레이더 시스템이 중국 영토 깊숙이 침투할 수 있다는 이유로 대규모 제재를 가했다.
사드 배치 부지를 제공한 롯데에 대한 제재, 디젤 배기가스 저감 및 비료로 사용되는 유기 화합물인 요소수 수출 중단 등이 이어졌다.
이 대통령이 지난해 8월 미국 방문시 한화해양과 HD현대 등이 미국에서 선박을 건조할 것이라고 발표하자 한화해양의 미국 자회사 5곳에 제재를 가했다.
미국의 한국 핵잠 개발 승인으로 한국의 해저 전력은 한반도를 넘어 확장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중국은 더욱 공격적인 태세를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 핵잠을 이용해 미국의 대중국 군사 작전을 지원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양국 간 무역 규모를 고려할 때 한국은 중국과의 관계를 단절할 수 없다. 그렇다고 한국이 중국의 경제적 압박이라는 그림자 아래 영원히 살아갈 수도 없다.
한국은 중국과의 우호적인 관계를 경제적 안정과 함께 대북 영향력을 고려해 한반도 안정을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봤다.
그러나 중국이 점점 더 신뢰할 수 없는 파트너로 드러나고 있어 이러한 전략적 관점을 전면적으로 재고해야 할 시점이 도래했을지도 모른다.
중국은 북한의 핵무장화를 저지하기 위해 거의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오히려 북한의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을 방치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핵확산금지 및 인권 제재를 준수하지 않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북한과 러시아의 협력을 막으려 하지 않았다.
한국과 중국간 경제적 상호보완성은 이제 경쟁 관계로 변모했다. 중국은 자동차 타이어와 철강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한국 기업들을 압박하기 위해 공격적인 가격 경쟁을 벌이고 양국 간 산업 스파이 행위도 점점 더 빈번해지고 있다.
중국은 한국에 압력을 가할 수 있는 수단으로 삼을 수 있는 황해를 은밀히 군사화하고 있다.
중국이 서해 잠정조치수역에 관측 플랫폼과 양식장 두 곳을 일방적으로 건설한 것은 양국간 합의를 위반하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시 주석과의 회담에서 이 문제를 제기했지만 중국은 아무런 양보도 하지 않았다.
개별적으로는 이 지역 어느 나라도 중국에 맞설 만한 정치적, 경제적 영향력을 갖고 있지 않다.
하지만 공동으로라면 충분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한국이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미국, 일본, 호주, 그리고 다른 G7 국가들과 협력해 중국의 경제적 침략을 저지하기 위한 집단 경제 억지 협정을 체결하는 것이다.
이 협정은 한 국가에 대한 강압 행위를 모두에 대한 강압 행위로 간주하고, 나토 창립 조약 5조의 집단 안보 협정처럼 자동적으로 보복 조치를 취하는 내용을 포함해야 한다.
중국은 여러 핵심 분야에서 한국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85억 7천만 달러 상당의 48개 품목에서 중국은 수입 물량의 70% 이상을 한국에 의존하고 있으며 마땅한 대체재가 없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 스마트워치, 태블릿, TV, 차량 대시보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등에 사용되는 OLED(유기 발광 다이오드) 패널 디스플레이가 있다.
이러한 의존성은 한국의 동맹국 및 파트너 국가에까지 미친다.
2024년 중국은 G7 국가와 한국, 호주에서 595개 품목(370억 5000만 달러 상당)에 70% 이상, 248개 품목(174억 9000만 달러 상당)에 90% 이상 의존하고 있다.
이들 품목 중 상당수는 중국이 리튬 배터리, 태양광 패널, 석유화학 제품, 철강 등 모든 제품 생산에 필수적인 핵심 수입품이다.
‘집단 경제 억지 협정’의 목적이 중국과의 무역 전쟁을 시작하는 것은 아니다.
목표는 중국의 강압적인 행위를 저지하는 것이다. 중국이 이웃 국가들에 대한 위협이나 압력 행사로 실질적인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위협은 중국을 재고하게 만들 수 있다.
중국이 리투아니아를 겨냥했을 때 유럽연합(EU)은 2023년 12월 ‘반강압 수단(Anti-Coercion Instrument)’를 발동한 것이 좋은 예다.
미국, 일본, 한국은 중국의 압력에 맞서기 위해 협력해야 할 것이다.
일본, 한국, 미국은 G7 및 지역 파트너들이 중국에 행사할 수 있는 경제적 영향력의 상당 부분을 보유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4월 중국 방문 시 시 주석에게 중국의 경제 압박 공세에 대한 미국의 반대 입장을 직접 전달해야 한다.
이는 중국이 일본에 대한 압박을 지속하거나 미국 기업을 겨냥할 경우 그에 따른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신호를 보내 중국을 억제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이러한 협력에 중국은 분명히 대응할 것이다. 한미일에서 가장 취약하다고 여겨지는 한국을 겨냥해 경제력을 총동원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의 경제적 압박 대상인 세 나라, 특히 한국, 미국, 일본이 모두 협력할 의지가 있을 때에만 지금까지 제재 없이 지속되어 온 중국의 압박 공세를 종식시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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