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집의 재탄생] 폐교가 연간 3만~4만명 찾는 마을배움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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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울주군 궁근정초, 마을교육공동체거점센터로 재탄생

초·중학생과 시민 대상 체험 강좌 '인기'…폐교 활용에 성공

[※ 편집자 주 = 저출산에 따른 인구 감소와 인구이동으로 전국에 빈집이 늘고 있습니다. 해마다 생겨나는 빈집은 미관을 해치고 안전을 위협할 뿐 아니라 우범 지대로 전락하기도 합니다. 농어촌 지역은 빈집 문제가 심각합니다. 재활용되지 못하는 빈집은 철거될 운명을 맞게 되지만, 일부에서는 도시와 마을 재생 차원에서 활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습니다. 연합뉴스는 매주 한 차례 빈집을 주민 소득원이나 마을 사랑방, 문화 공간 등으로 탈바꿈시킨 사례를 조명하고 빈집 해결을 위한 방안을 모색합니다.]

이미지 확대 울산마을교육공동체거점센터 현관

울산마을교육공동체거점센터 현관

[촬영 김용태]

(울산=연합뉴스) 김용태 기자 = '땡땡마을'.

울산시 울주군 상북면 옛 궁근정초등학교에 자리 잡은 울산마을교육공동체거점센터(이하 센터)의 별칭이다.

송영진 센터 운영실장은 "땡땡마을의 '땡땡'(○○)은 안에 어떤 글자든 채워 넣을 수 있고, 무한대(∞)의 의미도 있어 다양한 가능성을 나타낸다"며 "또 누구나 땡땡이치고 싶을 때 놀러 오는 공간이라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땡땡마을은 폐교가 지역 주민과 학생이 함께할 수 있는 교육·생활 공간으로 탈바꿈한 성공적인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 폐교→갤러리→체험 중심 배움터로

1939년 덕현간이학교로 개교한 궁근정초는 2016년 2월 29일 폐교했다. 여타 농촌 학교가 그렇듯 학생 수 급감에 버티지 못했다.

그렇게 학생은 떠났지만 학교 공간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폐교 후 같은 해 12월부터 2년간은 미술 중심의 체험·전시 활동을 하는 갤러리로 운영되기도 했다.

이곳을 마을교육공동체거점센터로 만든다는 계획이 나온 것은 폐교 후 3년째인 2019년부터였다.

마을교육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거점과 초·중학교 연계 학생 체험 활동 공간의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지역 주민 및 학부모, 교육 전문가, 마을교육 활동가 등이 참여한 전담팀(TF)이 구성됐고, 이윽고 구체적인 센터 구축 계획이 수립됐다.

울산시교육청은 센터 공사비와 운영비로 27억여원을 투입했다.

센터는 시설 공사와 개관 준비를 거쳐 2020년 11월 개관했다. 시범 운영에 이어 2021년 3월부터 정식 운영을 시작해 올해로 6년째를 맞았다.

이미지 확대 폐교 전 궁근정초등학교(왼쪽·울산시교육청 제공)와 현재 울산마을교육공동체거점센터(오른쪽·김용태 촬영) 모습.

폐교 전 궁근정초등학교(왼쪽·울산시교육청 제공)와 현재 울산마을교육공동체거점센터(오른쪽·김용태 촬영) 모습.

◇ 공유오피스·카페에 각종 놀이터까지

폐교 후 리모델링 등의 공사를 거쳤지만 센터는 지금도 옛 학교의 외형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교문을 들어서면 센터 안내도 옆으로 '공부하는 어린이' 조각상이 눈에 띄고, 주차장과 농사 체험장으로 바뀐 운동장을 가로지르면 단조로운 직선만으로 이뤄진 2층짜리 직사각형 건물을 만날 수 있다.

건물 앞 화단에는 세종대왕상, 신사임당상, 유관순상, 이순신상 등이 나란히 자리 잡고 있어 그 옛날 학교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외부와는 반대로 내부는 한때 교실의 흔적을 찾아보기 어려울 만큼 많은 것이 달라졌다.

1층 중앙 현관으로 들어가면 누구나 이용 가능한 열린 공간인 커뮤니티홀이 나타나고 반대쪽으로는 공유 오피스·카페·서재, 지역 주민·청소년이 이용할 수 있는 마을자치실이 마련돼 있다. 또 요리조리놀이터, 흙놀이터, 나무놀이터, 몸놀이터, 그림놀이터, 손놀이터, 소리놀이터 등 각종 배움 공간이 1, 2층에 조성됐다. 청소년이 사용할 수 있는 자치실과 자유놀이터도 있다.

이미지 확대 울산마을교육공동체거점센터의 배움 공간들

울산마을교육공동체거점센터의 배움 공간들

[촬영 김용태]

◇ 각종 체험 교실 등 프로그램 다채

센터는 매년 3월부터 12월까지 학교 연계 프로그램, 마을시민배움터, 청소년자치배움터를 운영한다.

이중 학교 연계 프로그램은 '1일 체험 교실'과 '프로젝트 교실' 등으로 구성된다.

울산 전 초·중학교를 대상으로 하는 1일 체험 교실은 농사, 숲, 목공, 요리, 제과, 미술, 몸살림, 음악, 생태·환경, 적정기술 체험 등의 강좌로 짜여진다.

장기 체험을 할 수 있는 프로젝트 교실은 서울주 지역 초·중학교 학생을 대상으로 한다. 농사, 도예, 목공, 요리, 제과, 미술, 몸살림, 탁구, 생태·환경 체험 등의 강좌가 열린다. 8월에는 여름방학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1일 체험교실은 참여 희망 학교를 대상으로 신청받는데, 신청 시작 불과 1분 만에 마감되기도 하는 등 인기가 높다.

학교 연계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울산 시민과 청소년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마을시민배움터 프로그램도 있다.

주요 프로그램은 학기별로 요리, 제과, 도예, 텃밭정원, 반디교실, 요가 등의 강좌가 개설되는 '배움의 숲', 시민 누구나 선생님과 학생이 될 수 있는 '누구나 땡땡교실', 바른 식생활과 슬기로운 의생활, 즐거운 주생활로 구성되는 '마을살이 학교' 등이다. 마을동아리활동에도 누구나 신청하면 참여할 수 있다.

울주군 상북·언양 등 지역의 10대 청소년을 위한 청소년자치배움터도 운영 중이다.

이미지 확대 울산마을교육공동체거점센터에 마련된 '궁근정초의 옛이야기들'. [촬영 김용태]

울산마을교육공동체거점센터에 마련된 '궁근정초의 옛이야기들'. [촬영 김용태]

◇ 연간 3만~4만명 찾아…해외에서도 주목

2023년에는 한 해 동안 4만여명이 센터 프로그램에 참여하거나 방문·견학했다.
2024년과 2025년에는 각각 3만9천명, 3만4천명이 다녀갔다.

송 실장은 "특히 폐교 활용과 마을교육 운영 선진지 견학 목적으로 찾아오는 방문객 수가 2023년까지 5천여명 수준이었는데 2024년에는 7천700여명, 2025년 8천700여명으로 늘어났다"며 "국내뿐만 아니라 국외에서도 찾아오는 등 우수 사례로 인정받고 있다"고 말했다.

센터는 각 프로그램 강좌를 맡는 마을교사를 매년 선발하고 있는데, 이들의 만족도도 높은 편이다. 강좌를 수강했던 시민이 마을교사로 활동하는 경우도 있다.

올해로 2년째 몸살림 강좌 마을교사로 활동하는 장일화(61)씨는 "몰살림이란 몸으로 하는 공감놀이로, 지난해 아이들에게 자존감을 키워주는 등 긍정적인 효과를 주면서 지역사회에 기여하고 있다는 경험을 해 올해 다시 마을교사로 지원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공간이 구·군별로 하나씩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송 실장은 "우리 센터를 한 문장으로 소개하자면 '문턱이 낮고 모두를 환대해주는 공간'이라고 생각한다"며 "현재 학생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앞으로는 마을과도 더 함께할 수 있고 마을과 함께 만들어 갈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이미지 확대 울산마을교육공동체거점센터 커뮤니티홀

울산마을교육공동체거점센터 커뮤니티홀

[촬영 김용태]

yongtae@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6년03월01일 06시45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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