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경 한국외대 아프리카연구소 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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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자 주 = 연합뉴스 글로벌문화교류단이 국내 주요대학 아프리카 연구기관 등과 손잡고 '우분투 칼럼'을 게재합니다. 우분투 칼럼에는 인류 고향이자 '기회의 땅'인 아프리카를 오랜 기간 연구해온 여러 교수와 전문가가 참여합니다. 아프리카를 다양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분석하는 우분투 칼럼에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을 기대합니다. 우분투는 '당신이 있어 내가 있다'는 뜻의 아프리카 반투어로, 공동체 정신과 인간애를 나타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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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자료사진]
최근 금과 구리 가격은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하며 강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국제 금값은 온스당 약 5천∼5천500달러(732만원∼808만원)를 넘어서며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으며, 2026년 들어서도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는 거시경제 불확실성과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한편, 산업용 금속인 구리 가격 역시 큰 폭으로 상승하며 2026년 1월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였다. 런던금속거래소(LME) 기준 구리 가격은 톤당 약 1만4천달러(2천56만원) 수준까지 치솟았으며, 이는 전력망·데이터 센터 등 산업 수요 확대와 글로벌 공급 불안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여러 종류의 광물 보유량이 높은 아프리카는 금과 구리 생산에서도 세계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2025년 기준 아프리카 대륙 전체 금 생산량은 1천톤(t) 이상으로 전 세계 생산의 약 20%를 차지한다. 가나, 말리, 남아프리카공화국, 부르키나파소, 기니 등이 주요 생산국이다. 또한, 아프리카는 전 세계 구리 생산량의 16% 이상을 차지하며, 콩고민주공화국(DRC)과 잠비아가 지역 경제와 수출의 핵심 축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러한 광물 가격 상승은 아프리카의 주요 생산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흔히 아프리카를 떠올리면, 정치·제도적 역량 부족으로 자원에서 발생한 부가 고르게 분배되지 못하고, 환경 규제 역시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심각한 환경오염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예측할 것이다. 틀린 이야기는 아니다. 그러나 이 문제는 아프리카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누리는 경제적 이익이 어디에서 어떤 비용을 발생시키는가라는 질문과도 맞닿아 있다. 그런 점에서 이 문제를 좀 더 다면적으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광물 가격 상승이 가져오는 결과는 국가별 정치적 선택과 제도적 요인에 의해 달라짐은 물론, 자원의 성격과 채굴 방식에 따라서도 크게 달라진다. 금과 구리라는 서로 다른 광물이 가져오는 정치·경제·환경적 효과 역시 동일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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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과 구리는 출발점인 수요의 성격부터 다르다. 금은 전통적으로 투자·저축 목적의 안전자산으로서 지정학적 긴장이나 금융시장 불안, 인플레이션의 우려가 커질수록 수요와 가격이 투자 심리에 따라 빠르게 움직인다. 반면, 구리는 제조업과 전력 인프라·녹색 전환에 필수적인 산업 자원으로서 전력망 확충과 전기차, 배터리, 데이터 센터, 재생에너지 설비 확대 등 중장기 산업 수요가 가격을 견인한다.
차이는 채굴 방식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금은 대형 광산뿐 아니라 소규모·비공식(수공업) 채굴의 비중이 매우 높다. 금 가격이 오를수록 생계형 채굴이 급증한다. 이는 불법 채굴과 비공식 고용의 확대로 이어져 각 생산국의 생산지역에 채굴 붐으로 이어지기 쉽다. 반면, 구리는 대규모·자본 집약적 채굴이 일반적이다. 광산 개발에 막대한 초기 투자와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에 다국적 기업과 장기 계약을 기반으로 한 생산이 주를 이룬다. 따라서 생산 구조 자체가 국가와 외국기업의 관계 속에서 형성된다.
이러한 수요 및 채굴 방식에서 차이는 가격 상승의 경제적 효과가 생산국에 전달되는 경로뿐만 아니라 국가 통제력과 기업의 영향력이 미치는 범위에서도 분명하게 드러난다. 금의 경우, 가격이 오를수록 소규모·비공식 채굴과 현금 거래가 확대하며 밀수가 빈번해진다. 그 결과 경제적 이익이 공식 통로를 우회해 유통되면서 국가의 관리·통제력은 상대적으로 약화한다. 이 과정에서 다수의 소규모 채굴자와 중간 상인이 중심 주체 없이 각각 개별적으로 개입하는 구조가 형성된다. 반면 구리는 가격 상승의 효과가 비교적 안정적인 수출·수입과 세수로 국가 재정에 반영된다. 그러나 이러한 안정성은 동시에 정부와 외국 기업 간 협상이 경제 구조를 좌우하게 만들고, 경제 전반에서 외국 기업의 영향력이 크게 작용하는 구조를 형성한다.
환경적 영향 측면에서 금 채굴은 개인이나 마을 단위의 소규모·비공식 채굴 과정에서 금을 쉽게 분리하기 위해 수은이나 시안화물 같은 독성 화학물질을 주로 사용한다. 이러한 물질은 적절한 처리 시설 없이 사용될 경우 하천과 토양으로 유입되기 쉬워 특정 지역을 중심으로 환경오염이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피해가 누적될 우려가 있다. 반면, 대규모로 생산되는 구리는 산성 광산 폐수와 막대한 폐석 및 폐기물 처리가 주요 환경 이슈다. 사고나 관리 실패가 발생할 경우 하천 유역 전체와 광범위한 생태계 피해로 확산할 수 있으며 식수, 농업, 어업 등 주민 생활과 경제 활동에 장기적인 충격을 남길 수 있다.
또 자원의 특성에 따라 정부에 요구되는 행정 역량도 다르다. 금 생산국에서는 지역사회의 갈등과 긴장을 해결하기 위한 정부의 조정·중재 능력과 현장 집행 역량이 중요하게 요구되는 반면, 구리 생산국에서는 대규모 광산을 관리·감독하고 외국 기업을 상대로 환경·안전 규제를 효율적으로 집행할 수 있는 전문적 규제 역량과 위기 대응 능력이 핵심 과제다. 최근 금값이 오르자 가나 정부는 이에 대한 대비책으로 2025년 금위원회(GoldBod)를 설립해 외국인 무허가 금 거래를 금지하고 정식 허가를 받은 채굴자의 생산물만 구매·수출하도록 함으로써 밀수 방지, 세수 확보, 합법 시장 확장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한편, 구리 생산국인 잠비아에서는 2025년 카푸에강 대규모 폐수 유출 사고로 인해 정부의 환경·재난 관리 역량이 시험대에 올랐다. 잠비아 정부는 즉각 광산 운영 중단과 오염 확산 차단 및 복구 명령, 전문가 지원 요청 등 대응에 나섰지만 피해 지역 주민들이 해당 중국 기업을 상대로 대규모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면서 정부와 기업의 관리 책임 문제가 부각되고 있다.
금과 구리 가격 상승이 아프리카에 남기는 것은 단순한 호황이나 위기가 아니다. 결국 문제는 어떻게 자원 가격 상승효과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꾸는가 하는 것이며, 이는 더 나은 관리와 정치적·정책적 선택에 달려있다. 서로 다른 문제와 도전, 그리고 기회를 눈앞에 둔 아프리카의 자원 부국들이 어떤 선택을 하고 성장으로 나갈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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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은경 교수
현 한국외대 아프리카연구소 부교수, 캘리포니아주립대-로스앤젤레스(UCLA) 정치학 박사, 현 한국아프리카학회 학술이사, 주요 연구분야는 아프리카 민주주의 발전(선거·정당·의회), 정치경제(산업·정치 연계), 분쟁, 체제전환, 외교관계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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