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력 정치인 후원회 간부 낀 조합, 익산 간판 정비사업 '싹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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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간 46억원 사실상 독점 계약…정치인 측 "우리와 관련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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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간판 정비 사업 계약 내역

[연합뉴스 확보 자료. 재판매 및 DB 금지]

(전주=연합뉴스) 김진방 임채두 기자 = 전북지역 유력 정치인 후원회의 간부 업체가 수년간 익산시의 도심 간판 정비 사업을 사실상 '싹쓸이 수주'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이를 두고 지역사회에서는 정치인 후원회 간부라는 이력이 영향을 주지 않았겠느냐는 뒷말이 나오고 있다.

12일 익산시와 전북경찰청 등에 따르면 2021∼2024년 익산의 A 협동조합은 시가 발주한 도심 간판 정비 사업 20건(총액 41억9천여만원) 전부를 수의계약으로 따냈다.

2021년 4건, 2022년 7건, 2023년 6건, 2024년 3건으로 금액으로는 매년 10억원가량이다.

익산시는 지난 5년간 관내 상가의 간판을 정비하는 사업을 행정안전부 공모사업 예산과 교부세로 진행했는데, 이 사업비를 유력 정치인의 후원회 사무총장인 B씨가 속한 A 조합에서 독차지한 것이다.

B씨는 간판 정비사업이 시작되기 직전인 21대 총선부터 이 유력 정치인의 후원회 활동을 해왔다.

B씨의 친동생이자 동업관계인 C씨는 A 조합의 이사로도 재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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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산시 신청사

[익산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 사업은 담당 공무원 금품수수 사건 등으로 지역사회에서 뒷말이 무성했다.

특히 이 사업과 관련해 수사받던 익산시 공무원(사무관)이 지난해 12월 1심에서 징역 1년과 벌금 2천만원을 선고받아 복역 중이다.

그는 특정 업체에 이 사업 등을 몰아 주고 금품과 향응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됐는데, 앞서 또 다른 업자(40대)는 이 공무원에게 금품을 건넨 의혹으로 경찰 수사를 받던 중 스스로 목숨을 끊어 지역사회에 파장이 일기도 했다.

익산참여연대 등 지역시민단체들도 간판 정비사업을 둘러싼 비리 의혹을 구조적 부패 문제로 규정하면서 시장의 공개 사과를 촉구한 바 있다.

B씨는 이 공무원에게 골프 접대 등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B씨는 2024년 12월 공무원 금품 수수사건 압수수색 등으로 경찰의 수사망이 좁혀오자 A 조합에서 탈퇴했다.

A 조합은 B씨가 탈퇴한 이후 다른 임원 D씨를 내세워 새로운 조합으로 탈바꿈해 지난해 4억6천만원 규모의 익산 중앙로 간판 개선사업을 수의계약으로 따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실제 몸통인 B씨와 C씨 등은 입찰 제한 조치를 피해 다른 법인을 활용하는 방법으로 관급 계약을 따내며 여전히 업계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난해에도 간판 정비 사업 예산이 편성됐는데 그런 난리(공무원 뇌물수수 사건)가 났음에도 A 조합의 임직원이 새롭게 설립한 협동조합에서 보란 듯이 수의계약으로 사업을 따냈다"며 "업계에서는 이들 업체가 수사받는 중에도 수의 계약을 따내는 것을 보고 대단한 뒷배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말이 돌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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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계약 수의계약 (PG)

[김민아 제작] 일러스트

이 같은 의혹에 대해 유력 정치인 측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B씨와 C씨가 친형제라고 해서 이런 의혹이 불거지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간판 정비 사업 예산은 우리와 연관성이 없다"고 밝혔다.

B씨 역시 "2021∼2024년 A 조합의 조합원으로 들어가 있던 것은 맞지만 조합 활동을 열심히 하지는 않았다. 다만 후원회 사무총장으로서 후원회 회원 관리를 한 것은 맞다"면서도 "우리 회사 연간 매출이 70억원인데, 조합에 가입해서 우리가 얻는 연간 매출은 2억∼3억원에 불과하다"고 해명했다.

그는 지난해 유력 정치인의 후원회에 고액을 기부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대해 이창엽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유력 정치인과 밀접한 관계의 인사가 속한 조합이 간판 사업을 집중적으로 수주한 것은 누가 봐도 합리적인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며 "사업을 한 곳으로 몰아주는 것 자체도 심각하게 공정성을 훼손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경찰이 1년 넘게 수사를 했음에도 제대로 밝혀진 것이 없는 만큼 조속한 보완 수사를 통해 이와 관련된 진실을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한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이 사건을 지난해 11월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지만, 검찰은 12월 보완 수사를 요청하며 사건을 다시 경찰로 돌려보낸 상태다.

chinakim@yna.co.kr doo@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6년02월12일 07시30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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