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주영문화원장 "한류, 소비문화 넘어 시대사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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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저마다 제뜻을 펼치게 하는 것, 한국문화 가치이며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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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승혜 주영한국문화원장

(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선승혜 주영한국문화원장이 9일(현지시간) 런던 문화원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 후 사진 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6.2.26 cherora@yna.co.kr

(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한류는 일시적인 소비문화를 넘어 21세기를 대표하는 문화가 될 수 있습니다. K-팝 팬덤이 보여주듯 한류는 감정으로 연결된 공감의 관계를 형성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선승혜 주영한국문화원장은 지난 9일(현지시간) 연합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즐기는 문화를 넘어선 세계의 '보편적 사상'이 되는 것을 한류가 나아갈 방향으로 제시했다.

이달 말 임기를 마치는 선 원장은 지난 3년간 유럽 한류 현장에서 다양한 분야에서 K-컬처가 영역을 넓히고 급성장하는 것을 지켜봤다.

그는 전 세계로 한국 문화가 급격히 확산할 수 있게 된 계기로는 정보통신기술(ICT)의 발전을, 세계인들의 이해와 사랑을 받게 된 동력으로는 감정으로 관계를 연결하는 한국 문화의 힘을 꼽았다.

선 원장은 "이를 훈민정음 창제 정신에 적용해 '저마다 제 뜻을 펼치다'라는 비전으로 한류가 시대 사조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선 원장과 일문일답.

-- 3년간 소회와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 창의산업의 정점에 있는 나라인 영국에서 한국 문화가 정점에 오른 모습을 보면서 감사하고 감격스러웠다.

가장 감격스러운 건 한국 여성 작가와 예술가들이 중요한 위치에 밀집해 오른 것이다. 2024년 한강이 노벨문학상을 받았고 올해 수전 최가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 2024년 한글날 이미래와 양혜규가 테이트 모던과 헤이워드 갤러리에서 동시에 전시를 열었다. 블랙핑크는 한국 걸그룹 최초로 하이드 파크와 웸블리 스타디움 무대에 올랐다.

-- 처음 부임했을 때와 지금을 비교해 달라진 점은.

▲ 한국인으로서 한국 문화에 대한 자존감과 자신감이 올라갔다. 이런 성과가 작가와 작품 본연의 힘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미지 확대 런던 대형서점의 한강 특별코너

런던 대형서점의 한강 특별코너

(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12일(현지시간) 오후 영국 런던 대형 서점 포일스 채링크로스점 언어 섹션에 한국 소설가 한강 노벨문학상 수상 기념 특별코너가 설치된 가운데 독자들이 한국어책 서가를 살펴보고 있다. 2024.10.13 cherora@yna.co.kr

-- 예전에는 우리가 한국 문화를 알리기에 바빴다면 이제는 세계인들이 한국 문화를 알아서 찾는 때인 것 같다.

▲ 문화 홍보와 외교의 1.0은 한국 문화를 알리기라면 2.0은 사람들이 한국 문화와 한국을 좋아하는 것이다. 이제 마지막 3.0에 근접하고 있는 것 같은데, 그건 한국 문화가 보편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한국 문화, 한국 작가라서 좋아하는 걸 넘어 그 자체로 훌륭한 작가이고, 훌륭한 작품이어서 좋아하는 거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도 한류의 보편성을 보여주는 것 같다. 꼭 한국인이 만들어야 K-컬처가 아니라는 것, K-컬처의 주어가 다양해졌다.

-- 격변기를 지나왔는데 한류가 한계에 다다른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앞으로 한류를 지속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 문화사를 보면 이렇게까지 인기가 있으면 계몽주의, 낭만주의, 모더니즘, 포스트 모더니즘 같이 한 시대의 사조가 되는데 디지털 시대가 되고선 이렇다 할 사조가 없다. 사조가 되려면 제도 안에 들어가고 누구나 활용할 수 있고 비평도 생겨야 한다. K-컬처가 사조가 되는 데 지금이 중대한 시기다. 그러려면 한류에 깔린 가치가 무엇인가, 그 성격이 무엇인가 우리가 규정할 수 있어야 한다.

-- K-컬처의 성격은 뭔가.

▲ 우리 훈민정음을 생각해보자. 사람들이 제 뜻을 펼치게 한다는 거다. 한국인들은 안에 있는 것을 분출하려는 습성이 있는 것 같다. K-팝을 좋아하는 팬들은 감정을 잘 이해받고 있다는 느낌, 그것을 한목소리로 함께한다는 그런 연결된 느낌을 좋아한다.

-- 문화, 창의 산업은 정책적 장려는 중요하면서도 규제와 정부 개입이 방해가 되기도 한다. 정책이 민간과 조화를 이루려면.

▲ 한국 문화 자체의 기반을 위해서 정부가 할 일은 다양한 사람이 다양하게 자기 뜻을 펼칠 수 있게 판을 많이 만들어주는 것이다. 창의성을 북돋도록 지원해줘야지 내용을 감독하려고 하면 안 된다. 외교적 관점으로 보면 한류 확산에는 지역별로 차이가 크기에 전략의 세분화가 필요하다. 전략을 짜고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하고 데 정부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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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영한국문화원, K-Art Lab 오픈

(서울=연합뉴스) 주영한국문화원은 14일(현지시간) APEC 정상회의 개최지인 경주의 대표 문화유산을 가상현실(VR) 기술로 재해석한 디지털 융합 플랫폼 'K-Art Lab'을 오픈했다. 2025.7.15 [주영한국문화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 디지털화, 인공지능(AI) 활용 등 문화에 기술 접목을 시도해 왔다. AI가 문화예술에 위협이라는 경계심도 큰데.

▲ 이제는 AI를 기회로 생각해서 활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AI에 반가사유상, 현대미술을 결합한 전시, 대형언어모델(LLM)을 활용한 현지 맞춤형 해설, 가상현실(VR)로 문화유산 몰입형 체험을 제공하는 시도를 해봤다. 창작은 굉장히 복잡하고 다양한 것이고 AI는 도구라고 생각한다. 물감이 처음 발견됐을 때, 카메라가 발명됐을 때 같은 거다.

-- 한류의 미래를 낙관하나.

▲ 한국 사람들 안에 열정과 감정이 많기 때문에 될 거다. 우리 한국인의 성격이 21세기에 딱 맞는다. 조심해야 할 것은 디지털 편향성에 빠지지 않는 것이다. 가장 도전적인 시대에 살고 있으므로 기계에 빠지는 게 아니라 창작자 스스로가 정말 내가 뭐 하고 싶지, 무슨 뜻을 펼쳐야 할지 아는 것이다. 결국엔 인간이란 무엇인가 하는 본연의 질문이 된다.

cherora@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6년02월16일 08시00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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