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립은 날 믿는 어른과 사회로 가는 것"…가정밖청소년 간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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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쉼터 입소자·자립청년·시설 종사자 등 90여 명 경험 나눠

"쉼터 선생님 계속 떠나 속상해"…원민경 장관 "정책·제도 탓…개선 강력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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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정밖청소년 간담회

(서울=연합뉴스) 오진송 기자 = 26일 서울 서대문구 가재울청소년센터에서 열린 가정밖청소년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이 자신들의 경험을 나누고 있다. 2026.2.26 dindong@yna.co.kr

(서울=연합뉴스) 오진송 기자 = "쉼터에서 퇴소한 후에도 보호자, 지원군 역할을 해준 시설 선생님을 보면서 자립은 혼자서 하는 게 아니라 나를 믿어주는 어른과 함께 사회 속으로 걸어가는 것이란 걸 깨달았습니다."

15년 전 청소년 쉼터에서 퇴소하고 사회복지사로 일하는 A(34)씨는 26일 성평등가족부가 서울 서대문구 가재울청소년센터에서 연 가정밖청소년 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청소년일 때 집을 떠나 청소년쉼터에서 생활했고, 그곳에서 만난 선생님들에게 의지하며 사회복지사의 꿈을 키운 끝에 꿈을 이뤘다고 말했다.

A씨는 "심적으로 가장 불안한 상태에 있는 청소년에게는 경제적 지원도 중요하지만, 정서적 안전기지가 돼 줄 수 있는 어른이 절실히 필요하다"며 "나는 운 좋게 쉼터에서 그런 어른을 만날 수 있었고, 그 결과 지금 이 자리에 있게 됐다"며 웃었다.

이날 간담회에는 가정을 떠나 쉼터에서 생활하는 청소년과 쉼터를 퇴소하고 자립한 청년 등 90여 명이 참석해 자기 경험을 나눴다.

A씨는 "쉼터에서 만난 선생님은 내가 대학생이 됐을 때도 보호자, 지원군 역할을 하며 도움이 필요할 때마다 곁에서 함께 발로 뛰어줬다"며 "끝까지 함께 하는 마음과 노력,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제도가 한 아이의 미래를 바꾼다고 생각하고, 나는 그 증거로 이 자리에 서 있다"고 강조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청소년들은 자신을 믿어주고 오랫동안 곁에서 지켜줄 어른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미지 확대 (서울=연합뉴스) 오진송 기자 = 26일 서울 서대문구 가재울청소년센터에서 열린 가정밖청소년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이 자신들의 경험을 나누고 있다. 2026.2.26 dindong@yna.co.kr

(서울=연합뉴스) 오진송 기자 = 26일 서울 서대문구 가재울청소년센터에서 열린 가정밖청소년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이 자신들의 경험을 나누고 있다. 2026.2.26 dindong@yna.co.kr

청소년쉼터에서 생활하다가 자립한 안나연(25) 씨는 "여러 쉼터를 거쳐 가는 과정에서 선생님들이 쉼터를 떠나는 경우가 많아 마음의 문을 닫을 뻔했는데, 서울시립청소년자립지원관에서 만난 이제오 선생님이 '너만큼은 꼭 지켜보고 있을게'라며 믿음의 말을 건넸고, 퇴소한 이후에도 안부를 계속 물어주셨다"며 "주변의 좋은 분들의 시간과 애정이 나를 변하게 했다"고 말했다.

이제오 선생님은 "나연 씨는 자립청년의 가장 적절한 답안"이라며 "2년 전 나연 씨를 처음 만났을 때 부모님과 단절되고 여러 시설을 돌아다니면서 마음이 허전했을 거라고 생각해 퇴소할 때까지 잘 지켜주겠다고 다짐했고, 그 결과 봄날의 들꽃처럼 때에 맞춰 스스로 잘 피어났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원민경 성평등부 장관은 "시설 종사자 선생님들은 청소년들의 곁에 있고 싶어 하는데, 정부 정책과 제도 등 여러 여건 때문에 선생님들이 현장을 떠나는 경우가 있어 마음이 아프고 죄송하다"며 "성평등부가 변화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생각하고, (종사자 처우 개선을) 강력히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청소년들은 버팀목이 없는 청소년에게 가장 중요한 어른은 "절대적으로 날 믿어주고 떠나지 않는 어른", "과거의 아픔을 가볍게 생각하지 않고, 안전함을 느끼게 해주는 어른", "실수해도 괜찮다, 다시 해보자며 손을 내밀어 이끌어주는 사람"이라고 입을 모았다.

자립을 준비하는 청소년을 위한 정부 지원에 분야별 칸막이를 없앴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나왔다.

군대 입대 후 첫 휴가에 나와서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자립청년 최준혁(22) 씨는 "의료, 교육 등 분야별 지원금 상한액이 정해져 있어 해당 분야 지원금을 모두 소진한 후에는 자격증을 추가로 따고 싶어도 도움을 받을 수 없는 경우가 있다"며 "분야별이 아닌 지원금 한도 안에서 청소년을 지원하면 자립 준비에 더욱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윤세진 성평등부 청소년정책관은 "올해는 자립지원수당 대상 인원을 확대하고, 주거 안전을 위해 국토교통부와 협력해 자립 청년들이 LH 공동주택에 입소하도록 했다"며 "가정밖청소년과 학교밖청소년을 지원할 때 미흡한 부분을 개선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dindong@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6년02월26일 16시25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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