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과 통폐합 등 고강도 자구책 vs 수도권·대기업 재단은 여유
'학령인구 절벽' 긴장 확산…일부 대학 '유령 학생' 동원 편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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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온하 제작] 일러스트
(전국종합=연합뉴스) 학령인구 감소라는 거대한 파도에 직면한 지방 사립대학들이 생존을 위한 절박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7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올해 8월 15일 시행을 앞둔 '사립대학 구조개선지원법'이 학생 수 감소로 한계에 다다른 사립대학들에 '퇴로'를 열어 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8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법안 시행을 앞두고 경영난을 겪는 일부 지방 대학들은 부지 매각과 통폐합 등 고강도 자구책을 쏟아내지만, 수도권에 위치하거나 든든한 재단을 둔 대학은 상대적으로 여유있는 표정을 짓는 등 지역별 '양극화'가 뚜렷해지는 양상이다.
수도권 이외 지역 대학의 붕괴가 가속하기 전에 사립대 구조개선지원법이 한계 대학의 질서 있는 퇴진을 돕는 기폭제가 될지,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을지 교육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 경영 위기 사립대학 "살기 위해 바꾼다"
가장 긴박하게 움직이는 곳은 위기감이 높은 지역 전문대학이다.
제주한라대는 현재 정원의 20%를 감축해야 할 위기에 처하자 아예 '4년제 일반대학 전환'이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1·2학년 정원을 1~4학년으로 분산해 전체 학생 수와 교직원 규모를 유지하겠다는 복안이다.
일반대학 전환을 위해선 학과 통폐합, 등록금 인상 등 넘어야 할 산이 많아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필수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
제주관광대는 학령기 학생 대신 성인 학습자 전용 학과 4개(사회복지상담과, 평생레저스포츠과, 뷰티코디네이션과, 카페베이커리과)를 신설하고, 외국인 유학생 170여명을 유치해 빈자리를 채우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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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진 제작] 사진합성·일러스트
부산 지역 유일한 예술 전문대학인 부산예술대학교는 2027년 2월 학교 문을 닫는다.
부산예대 재학생 406명은 졸업 여부 등이 불투명해지자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2024년 교육부로부터 국가장학금과 학자금대출 지원 중단 통보를 받은 부산예술대는 학교 운영에 필요한 재정이 부족해지자, 자진 폐교를 결정하고 오는 6월 폐교 신청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부산예대 관계자는 "인구 감소로 초등학교, 중학교가 폐교되는데 대학도 당연히 폐교될 수밖에 없다"며 "서울과 경기 지역을 제외한 지방 대학은 4년제, 2년제 관계없이 신입생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도미노 폐교가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등록금 동결, 취업률 등 교육부가 요구하는 각종 지표 맞추기에 급급했지만 더 이상 버티기 힘들어 폐교하기로 했다"며 "국회를 통과한 사립대학 구조개선지원법에 채무를 변제하고 설립자에게 최대 15%의 정리해산 지원금을 지급할 수 있다고 하지만 이는 학교 폐교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대구의 한 전문대는 학령인구 감소 등으로 재학생 수가 계속 줄어들어 학교 부지 8만여㎡ 중 3만여㎡를 890억원에 매각을 추진하는 등 구조조정에 나섰다.
2010년대 4천500명이 넘던 정원이 2026학년도 1천명 수준으로 급감한 이 대학은 같은 법인 내 4년제 대학과 통폐합까지 검토하고 있다.
대구경북권 한 전문대 관계자는 "지역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입학정원이 2천명 이상에 등록률이 90% 정도를 기록해야 지속적인 대학 운영이 가능할 것"이라며 "사립대 구조개선법 시행을 앞두고 한학년도 입학정원이 500명을 밑도는 지역 전문대들은 경영 위기 상황을 돌파하기 위한 각종 자구책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유령 학생' 동원…충원율 채우기 '몸부림'
경영 위기 대학 지정을 피하기 위한 '충원율 지키기'가 도를 넘어선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전북 완주의 한일장신대에서는 지난해 신입생 충원율을 높이기 위해 친인척 등을 '유령 학생'으로 등록시킨 의혹이 불거져 전 총장과 교수 등 12명이 검찰에 넘겨졌다.
대학 기관평가 인증 기준인 '3년 평균 충원율 95%'를 맞추기 위한 무리수가 처벌로 이어진 셈이다.
부산지역 사립대학인 동명대에서 신입생 충원율을 부풀렸다는 의혹이 제기돼 경찰이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은 3~4년 전 대학 측이 지원하지도 않은 사람의 인적 사항을 도용해 허위로 입학 지원 서류를 작성하는 등의 수법으로 신입생 충원율을 부풀린 것으로 의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입생 충원율은 국가장학금 수령과 정부 재정지원에 영향을 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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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주 제작] 사진합성·일러스트
◇ "아직은 남의 일"…대기업 재단·수도권 대학은 여유
반면, 재정 상태가 양호하거나 지리적 이점이 있는 대학들은 평온한 분위기다.
울산대와 울산과학대는 'HD현대중공업'이라는 든든한 모기업이 버티고 있어 구조조정 계획이 없는 상태다.
동문 파워가 센 경남대, 건설사가 운영하는 창신대, 글로컬대학에 선정된 인제대 등 경남지역 대학들도 당장 구조개선을 논할 단계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배재대, 한남대, 목원대, 순천향대, 호서대 등 대전·충남지역 사립대 역시 수도권과 가깝다는 이점 덕분에 신입생 모집에 큰 어려움이 없다.
충북의 청주대와 서원대도 올해 정시 경쟁률이 상승하며 비교적 신입생 유치에 어려움을 겪지 않고 있다.
수도권 사립대학들은 대부분 모집 정원을 채우고 있어 새 법안 시행과 관련한 특별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 "2027년이 진짜 고비"…시한폭탄 초읽기
하지만 현재의 평온함이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수도권 일부 사립대에서는 구조개선법 시행에 따른 자구책을 고민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경기지역 한 사립대 관계자는 "지방대학뿐만 아니라 수도권 외곽의 사립대 가운데 구조개선법을 염두에 두고 대책을 고심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전했다.
다른 대학 관계자는 "교수 등의 인건비는 늘어나지만, 학령 인구는 줄어들고 있어 존폐 위기에 놓인 대학이 계속 많아질 것"이라며 "비인기 대학 중에서는 구조개선법을 토대로 본격적인 폐교와 법인 청산에 나서겠다는 움직임도 나타날 듯하다"고 말했다
충북 지역의 한 사립대 관계자는 "출산율을 토대로 학령 인구를 시뮬레이션한 결과 2027년부터 지원자가 급감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현재는 경영난을 겪고 있는 일부 대학들이 기본재산을 처분해 학교 운영자금을 마련하고 있지만, 재정 상황이 더 나빠지면 구조조정을 검토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호천·박건영·강수환·나보배·최수호·정종호·김솔·김근주·조정호 기자)
c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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