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협상 병행 2년…6·25로 본 휴전 가능성[러우戰 4년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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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의 구조·전쟁 지속능력·전후질서 합의 없이 휴전 힘들어”

"조기 휴전을 기대하는 접근은 현실을 오도할 위험이 크다"

“역사는 반복되지 않지만, 휴전이 지연되는 논리는 반복”

[앨먼도프리처드슨합동기지=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해 8월 15일 미 알래스카주 앨먼도프-리처드슨 합동군사기지에서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26.02.20.

[앨먼도프리처드슨합동기지=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해 8월 15일 미 알래스카주 앨먼도프-리처드슨 합동군사기지에서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26.02.20.


[서울=뉴시스] 구자룡 기자 = 러시아가 2022년 2월 24일 우크라이나를 전격 침공하기 전, 그 가능성에 대한 경고가 잇따랐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에 병력을 증강하고 있다는 점이 그 근거였다. 그러나 세계는 반신반의했다.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 러시아가 2차 대전 이후의 기본 질서, 그 중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국경선을 무시하지는 않은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으나 빗나갔다.

골리앗과 다윗 같은 국력 차이 때문에 전쟁이 발발하면 러시아는 3일 내에 전쟁을 끝낼 것이라고 장담했다. 

개전 초반 러시아는 수도 키이우 인근까지 압박했으나 불과 수일만에 다시 밀려났다. 전쟁 중 쿠르스크를 점령당해 2차 대전 이후 처음으로 영토 일부를 외국에 내주는 수모를 당했다.

전쟁 4년, 앞으로도 교착 지속 전망 많아

전쟁 4년을 맞았으나 전선은 2년 가량 교착상태다.

워싱턴 소재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이 지난 10일 발표한 지정학 전문가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보고서에서 전쟁이 러시아에 유리한 조건으로 끝날 것이라고 생각하는 응답자는 34%에 불과했다. 이는 작년 조사(47%) 보다 크게 줄어든 것이다.

전쟁이 어느 한 쪽의 승리가 아닌 교착 상태에 빠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응답자는 52%로 지난해(43%)보다 늘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시작도 전개 과정도 모두 예상과는 다르게 진행되고 휴전 예측도 쉽지 않다.

[이스탄불=AP/뉴시스] 지난해 7월 23일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3차 협상에 참석하기 위해 루스템 우메로프(가운데 오른쪽) 우크라이나 국방장관 등이 츠라안궁에 도착해 걸어가고 있다. 2026.02.20.

[이스탄불=AP/뉴시스] 지난해 7월 23일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3차 협상에 참석하기 위해 루스템 우메로프(가운데 오른쪽) 우크라이나 국방장관 등이 츠라안궁에 도착해 걸어가고 있다. 2026.02.20.

 

휴전, ‘6·25 모델’ 따를지 관심

우크라이나 전쟁은 6·25 전쟁과 여러 가지로 닮았다는 분석이 많다.

지정학적 단층선에서 발생했고, 북한이 민족통일을 구실로 내세운 것처럼 러시아가 점령한 동부 지역에 러시아어 사용 인구가 다수 거주한 것 등을 이유로 합병해 마치 국제전이 아닌 내부 전쟁인 것처럼 위장하려는 것도 유사하다.

이제 휴전(종전)이 ‘한반도 모델’을 따를 것인지가 관심이다. 뚜렷한 승패없이 전투 중 점령한 영토를 기반으로 경계를 삼고 중간에 완충지대를 설치해 현상을 유지하는 것 등이 특징이다.

6·25 전쟁 정전은 교착상태에서 양측 협상이 시작되고도 2년이 지난 후 마무리됐다.  

미국과 러시아, 우크라이나가 양자 혹은 3자 회담을 간헐적으로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6·25 휴전 협상은 한 참고 사례가 될 수 있다.

[서울=뉴시스] 1953년 7월 27일 6·25 전쟁 정전협정 조인식이 판문점에서 진행되고 있다. 왼쪽 책상에 앉은 사람이 유엔군 수석대표 윌리엄 해리슨 중장 오른쪽 책상에 앉은 사람이 공산군 수석대표 남일 대장이다. 양측은 이날 한국 영어 중국어로 된 정전협정문 각 6부, 모두 18부에 12분만에 서명을 마친 뒤 악수나 인사말 없이 회담장을 떠났다. 이로써 전쟁은 1129만에 끝났다. 2026.02.20 (사진제공=국사편찬위원회)

[서울=뉴시스] 1953년 7월 27일  6·25 전쟁 정전협정 조인식이 판문점에서 진행되고 있다. 왼쪽 책상에 앉은 사람이 유엔군 수석대표 윌리엄 해리슨 중장 오른쪽 책상에 앉은 사람이 공산군 수석대표 남일 대장이다. 양측은 이날 한국 영어 중국어로 된 정전협정문 각 6부, 모두 18부에 12분만에 서명을 마친 뒤 악수나 인사말 없이 회담장을 떠났다. 이로써 전쟁은 1129만에 끝났다. 2026.02.20 (사진제공=국사편찬위원회)


힘의 구조에 대한 결론 안난 것이 휴전 지연 이유 중 하나

                    
주은식 한국전략문제연구소장은 한미우호협회 기관지 ‘영원한 친구들’ 최근호(288호) 기고에서 휴전은 결단의 문제가 아니라 힘과 구조의 함수라고 규정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가 점령한 동부 지역 일부 영토를 러시아에 양보하는 휴전안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불만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결단 부족을 지적하는 것이다.

트럼프는 젤렌스키에게 강대국 러시아를 이길 수 없다는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지적했다. 하지만 러시아가 ‘이길 수 없는 상대’인지에 대한 결론은 나지 않았다. 전쟁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양국만이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애틀랜틱 카운슬 설문조사나 실제 전황이 이를 보여준다.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지난 1년 반 동안 도네츠크 지역의 10만 명 이상 대도시 포크로우스크와 미르노흐라드 2곳을 공략하면서 하루 70m밖에 전진하지 못했다. 이는 1차세계 대전 당시 연합군의 진격 속도보다 느리다.

러시아가 2024년 이후 점령한 지역은 우크라이나 영토의 1.5% 미만이다. 러시아가 현재 점령하고 있는 지역은 우크라이나 영토의 약 20%로 추산되고 있다.

“군사적 교착이 곧 협상 타결? 오판”

6·25 휴전 과정은 군사적 교착이 곧 협상 타결로 이어질 것으로 보는 것은 오판이라는 것을 보여줬다. 협상을 하면서도 전투를 계속했고 양측 모두 상대가 먼저 지칠 것이라는 계산 아래 지구전을 선택했다.

러-우 전쟁이 지속될수록 우크라이나와 유럽 국가들간 협력 수준은 더 강화될 수 있다.

미국의 지원 수준이 낮아져도 러시아가 미국, 유럽과 함께 하는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무한전쟁을 펼 수 있을지 미지수다. 

양측이 휴전에 이르지 못한데는 힘의 구조가 아직 결정되지 않은 측면이 크다.

한 가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인도적 고려보다는 전력 확보 차원에서 포로 송환에는 쉽게 합의하는 점에서는 6·25 휴전 협상에서 공산 포로 송환이 큰 쟁점이 됐던 것과는 다르다.

전후 안보 구조에 대한 미-러 합의 부재도 휴전 지연 요인

6·25 전쟁은 공산측이 전쟁을 일으켜도 미국이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과 오판으로 발발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러나 미국이 신속히 개입하고 중국이 참전하면서 한반도는 순식간에 미·중 양강이 맞서는 강대국의 대치 전선으로 전환됐다.

우크라이나 휴전 협상이 지지부진한 배경에도 비슷한 변수가 자리한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보호와 개입을 어느 정도 할 것인지에 대해 저울질하고 있다. 이는 협상 향방을 가를 핵심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푸틴은 교착된 전선에서 휴전선을 긋고 현상 유지를 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우크라이나를 사실상 친러 속국으로 만들려는 구상도 하고 있다. 다만 트럼프가 어디까지 용인할 것인지가 불분명한 것이다.

강대국 간 세력권의 경계에 대한 명확한 합의가 없을 경우, 지정학적 경계선에서 강대국이 직간접으로 개입된 전쟁은 쉽게 마무리될 수 없음을 6·25가 보여줬다.

우크라이나에서도 미국과 우크라이나,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간 양자 협상보다 미국과 러시아 간 협상이 더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주은식 소장도 러·우 전쟁이 시간이 흐를수록 휴전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일반적 통념과 달리 더 어려워진 것은 이제는 단순한 영토 분쟁을 넘어 유럽 안보질서와 국제질서 재편의 수단으로 성격이 전환되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휴전을 가로막는 가장 큰 요인으로는 러시아가 동부 지역에서 점령한 영토의 지위에 대한 합의 부재가 꼽힌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14일 독일 뮌헨안보회의 연설에서 우크라이나를 분할하는 방식으로 전쟁을 끝낼 수 있다는 생각은 환상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하지만 러시아는 동부 점령지를 영토로 편입하는 것으로 만족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휴전 이후 우크라이나가 얼마나 정치 군사적으로 유럽에 통합되어 사실상 자신의 턱밑까지 유럽이 동진해 올 것인지 유럽 전체의 안보 구조에 대해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전쟁은 지속될 수도 있다.

주 소장은 “휴전은 힘의 구조, 전쟁 지속 능력, 그리고 전후 질서 설계가 맞물릴 때만 가능하다”며 “러·우전쟁이 4년 차에 접어들었음에도 휴전이 가시화되지 않는 이유는 바로 이 조건들이 아직 충족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런 상황에서 “러·우 전쟁의 조기 휴전을 기대하는 접근은 현실을 오도할 위험이 크다”며 “역사는 반복되지 않지만, 휴전이 지연되는 논리는 반복된다. 이 교훈을 간과할수록 전략적 비용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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