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원시, 전직 시장 사업 무리하게 뒤집다 패소해 500억 물어낼 판
"지방의회의 견제와 감시 역할 강화·시민의 정책 결정 참여 확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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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자료사진]
(전국종합=연합뉴스) 전북 남원시가 전임 시장 때 진행됐던 테마파크 조성사업을 일방적으로 취소했다가 400여억원을 배상하라는 확정판결을 받으면서 전국 자치단체들의 무리한 '정책 뒤집기'가 또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전·현직 자치단체장의 갈등에 따른 정책 혼선과 이로 인한 줄소송 및 패소, 반복되는 수요 예측 실패로 막대한 혈세가 낭비되는 일이 반복되면서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거세게 일고 있다.
대법원은 29일 테마파크 사업에 투자한 대주단(돈을 빌려준 금융기관 등이 모인 단체)이 남원시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
이에 따라 남원시는 약 405억원의 사업비와 지연 이자를 포함해 총 500억원가량을 물어내게 됐다.
◇ 전임 시장 추진사업, 사용 허가 안 내줬다 최종 패소
이는 작년 남원시 본예산 9천871억원의 5%를 뛰어넘는 막대한 금액이다.
이번 사태는 전임 시장이 추진해온 사업을 2022년 당선된 최경식 시장이 무효로 하며 시작됐다.
최 시장은 '협약 내용이 부적절하고 사업비도 과다 책정됐다'면서 전임 시장이 민간 사업자와 한 약속을 뒤엎고 협약에 명시된 시설 기부채납과 사용수익허가를 불허했다가 소송을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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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법원은 "정당한 사유 없이 제때 사용·수익허가를 하지 않아 이 시설의 개장이 지연됐다"며 "분쟁의 근본적 원인을 남원시가 제공한 점에 비춰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남원시는 "심려를 끼쳐드려 사과드린다"고 뒤늦게 고개를 숙였으나 막대한 재정적 부담은 고스란히 시민 부담으로 남게 됐다.
이 놀이시설은 4년여에 걸친 소송을 거치며 현재 가동이 중단된 채 흉물로 변해가고 있다.
이런 사례는 남원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 민주당 출신 단체장 사업, 국민의힘 시장이 폐기해 논란
충북 청주시는 더불어민주당 출신의 전임 시장 때 98억원을 들여 국제 공모로 선정한 새 청주시청사 설계안을 폐기해 논란이 되고 있다.
청주시는 "이 설계안이 기능보다 디자인을 중시해 공사비 상승, 주차 공간 부족, 본관 존치에 따른 비효율적 건축 형태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하며 재공모를 결정했다.
그러나 신임 시장이 국민의힘 출신이라는 점과 맞물리면서 "수년간 논의해온 사안을 몇개월 만에 졸속 수정해 막대한 세금이 매몰되게 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내 최장(6.1km) 도심형 관광 모노레일인 인천 월미바다열차 역시 대표적인 혈세 낭비 사업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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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자료사진]
월미바다열차는 건설비 853억원을 포함해 금융비용까지 약 1천억원의 혈세를 쓰고도 부실시공 때문에 착공 11년 만인 2019년 10월에야 개통했다.
개통 이후에도 이용객 부족과 전기료·인건비 인상 등으로 매년 47억∼65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며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적자 보전 비용으로 골머리를 앓는 경남 김해시의 '부산·김해 경전철' 사업도 수요 예측 잘못으로 낭패를 본 사례다.
2011년 국내 1호 경전철로 개통한 부산김해경전철은 김해의 12개 역과 부산의 9개 역을 연결하는 사업으로, 당초 2024년 하루 평균 이용객이 30만6천명에 이를 것으로 예측됐다.
그러나 실제 이용객은 추정치의 15% 수준인 4만5천명에 그치면서 김해시와 부산시가 매년 보전하는 금액만 수백억원에 달한다.
◇ 이용객 4만여명인데 연간 30만명 '뻥튀기 예측'…사업자 파산
경기도 의정부시의 경전철사업도 비슷한 사례다.
의정부시는 2012년 개통한 경전철 사업자에게 운영 적자분 100억원과 전 사업자의 투자금을 대신 반환해 준 비용에 대한 원리금 100억원 등 약 200억원을 지급하고 있다.
당시 사업자와 의정부시가 승객 예상 수요의 50∼80% 정도이면 적자를 보전해 주는 방식으로 협약했는데 수요 예측 실패로 실제 승객이 50%를 크게 밑돈 탓이다.
이 사업자는 누적 적자만 3천700억원에 달해 2017년 결국 파산했고, 의정부시는 결국 새로운 방식의 협약을 맺은 뒤 적자를 보전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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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TV 제공]
부산도시철도 사상∼하단선은 준공이 9년 가까이 늦어지면서 공사비가 8천336억원으로 무려 2천950억원가량 늘었다.
승학산 낙석사고로 그 일대가 붕괴 위험지역으로 지정되면서 노선이 변경되고 공사가 지연된 탓이다.
이 과정에서 승학산에 계획했던 차량기지의 위치가 하단동 공업 지역으로 변경되기도 했다.
부산 오페라하우스는 공법 변경으로 공사 금액이 당초 3천억원에서 3천950억원까지 올라가 재정에 큰 부담을 안겨주고 있다.
이들 사업은 자치단체들이 치밀하고 철저하게 준비했다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점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경남 합천군은 합천영상테마파크 호텔 조성사업 무산으로 손해를 본 금융기관에 121억원을 물어내게 됐다.
이 사업은 2021년 합천영상테마파크 부지에 지하 1층∼지상 7층 규모의 호텔을 짓는 것으로, 거액의 대출금을 빼돌린 시행사 대표가 잠적하는 이른바 '먹튀' 사기를 당하면서 벌어졌다.
합천군은 이 과정에서 불리한 조항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사업을 추진했고, 군의회는 이를 제대로 감시하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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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천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무리한 보여주기식 사업·수익성 부풀리기 견제해야"
전문가들은 이런 실패의 원인을 자치단체의 무리한 보여주기식 사업 추진과 과도한 수익성 부풀리기,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른 전직 단체장에 대한 지나친 견제 등에서 찾는다.
남원동학농민혁명기념사업회 등도 테마파크 소송 패소에 대해 "부실한 타당성 검토, 무리한 협약 체결, 행정의 연속성 상실, 책임 회피성 결정들로 인해 수백억원의 손해배상 폭탄을 맞게 됐다"며 전현직 시장을 싸잡아 비난한 뒤 "이에 관여한 전·현직 시장이 책임져야 한다"고 요구했다.
지방의회와 시민단체, 주민의 견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점도 개선해야 할 점으로 꼽힌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시민단체와 주민이 정책 결정과 실행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창엽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사무처장은 "단체장들이 임기 내에 '성과'를 내기 위해 주민에게 실질적 이익이 있는 정책보다 보여주기용 사업에 빠져들며 많은 문제를 낳고 있다"면서 "견제와 감시가 주요 역할인 의회가 바로 서야 하고, 시민사회가 이 과정에 참여할 통로를 만드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준영 김도윤 김재홍 신민재 천경환 백도인 기자)
doin100@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6년01월29일 17시52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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