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계획서 행정입원비율 확대 추진…성과지표로 보호의무자제도 폐지 검토
(서울=연합뉴스) 권지현 기자 = 정신질환자의 강제입원 혹은 비(非)자의입원은 자유 박탈일 뿐 아니라 이송과 격리·강박 과정에서 인권 침해 위험이 따른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현장에서는 국가가 이러한 문제에 대한 공적 책임을 피하고 이를 환자 가족 등 개인에게 전가하고 있으므로 보호의무자 제도를 폐지하고 공적 입원 비중을 늘려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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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TV 제공]
27일 연합뉴스가 입수한 제3차 정신건강복지기본계획(2026∼2030)안에는 세부 정책 과제로 '보호의무자 제도 개선(정신질환자 이송 및 입원제도 개선 검토 포함)'이 담겼다.
정신건강복지법상의 보호의무자란 민법에 따른 후견인 또는 부양의무자로서 정신질환자를 보호하고 적절한 치료·요양과 사회 적응 훈련을 받도록 노력할 의무가 있는 사람이다. 현행법상 정신질환자의 비자의(보호)입원 신청 시에는 보호의무자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그간 당사자·유관단체·학계 등으로 구성된 기본계획 추진단은 경찰·소방·정신건강전문요원이 팀을 이뤄 현장에 공동 출동하는 정신건강구급차를 시범 운영하고 사법심사 또는 독립적 심사기구가 비자의입원의 적합성 및 연장 여부를 심사하도록 하는 안을 논의해왔다.
계획안의 이송 지원안으로는 10곳인 정신응급 이송 지원 합동대응센터를 2030년까지 17곳으로 확대하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보호의무자 제도 폐지는 당초 기본계획 이행 성과 지표로 넣는 안이 검토됐으나, 우선 보호입원을 줄이고 지자체 등에 의한 행정입원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간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기본계획 초안에 보호의무자 폐지를 추진한다는 내용을 명시한 바 있다. 다만 현장에서는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을 대체할 행정입원 체계와 지역사회 인프라 구축이 먼저 시행돼야 한다는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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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정신질환자의 비자의입원, 혹은 강제입원 제도 개선은 어려운 숙제다.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CRPD)는 우리나라가 비준한 장애인권리협약에서 장애를 이유로 한 자유 박탈을 금지하고, 이를 근거로 강제입원·치료 폐지를 권고하고 있다.
2016년 헌법재판소 또한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정신병원에 강제입원이 될 수 있는 당시 정신보건법이 헌법에 어긋난다며 개정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헌재는 사회 안전과 건강 회복을 위한 강제입원의 목적 자체는 합헌적이라고 봤다.
신권철 서울시립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강제입원의 이송 문제를 짚으며 "병원까지의 최초 이송이 불법인 경우 그 이후 병원 내에서 이루어진 강제입원과 조치 등이 독립적으로 합법화되기는 어렵다"고 말한다.
경찰 또는 구급대 등 공적 이송 체계가 부족해 보호의무자에 의해 민간이송단을 통해 이송되는 강제입원 환자가 많은데, 현장에서는 이 과정에서 사설 이송단의 비전문적 개입·과도한 신체 제한으로 인한 환자 인권 침해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2024년 입원적합성심사에서 부적합 판정이 내려진 443건 중 66건가량은 '이송 중 강압행위로 인해 이송 과정이 적법하지 않음'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신 교수는 "경찰의 응급입원 실제 사례를 보면 가족의 요청을 받은 민간이송단이 환자를 강제로 차량에 태우는 것을 경찰이 지켜보는 방식으로 일부 전환됐으며 모든 대상자를 경찰 차량으로 이송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입원 후 병원 등 정신건강증진시설에서 이뤄지는 격리·강박 과정에서의 인권 침해 문제는 말할 것도 없이 강제입원 비판의 가장 강력한 근거다.
최근에도 경기도 부천의 한 정신의료기관이 환자의 양팔을 10달간 묶어 놓는 등 52명을 불법으로 강박한 사실이 확인돼 국가인권위원회가 시정 권고를 내리기도 했다. 정부가 지난해 전국 정신의료기관 388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정신의료기관 입원환자 중 12.7%에게 격리 조치가, 6.9%에겐 강박 조치가 1번 이상 시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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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강제입원 제도에 대한 비판은 정신질환의 국가책임제 전환과 보호의무자 제도 폐지의 필요성으로 연결된다. 우리나라 강제입원의 대부분(2024년 82.2%)이 보호의무자 등에 의한 보호입원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신 교수는 "한국 사회가 강제입원을 선호하게 된 것은 법 제정 당시 국가가 공적 책임을 피하기 위해 가족에게 보호의무자라는 이름으로 사실상 강제입원에 대한 결정권한(보호입원 신청권과 연장동의권)을 부여한 것에서 비롯됐다"며 "이것이 공적이어야 하는 강제입원을 사적으로 전환시키는 계기가 됐다"고 봤다.
정부가 인권 침해 등 범죄가 발생한 후 이를 조사해 증거와 형사 절차를 진행하기보다 사전에 신체를 감금하면서도 엄격한 증거와 사법적 절차를 피할 수 있는 강제입원을 선호함으로써 문제적 강제입원이 만연하게 됐다는 것이다.
조현병 환자 가족인 김영희 전 대한정신장애인가족협회 정책위원장은 "'아직 누가 죽거나 크게 다치진 않았다', '가족이 존재한다', '자신들이 이송해야 할 상황인지 모르겠다'는 등의 이유로 경찰과 지자체가 회피해 결국 강제입원 중 대다수는 가족이 불법성을 감수하며 이송을 책임져야 하는 보호입원의 형태로 행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사설이송단을 불러 강제입원을 시키지 않을 경우 혹시나 모를 질환자의 행위로 인한 민사적 책임에 떨며 살아야 하는데, 환자가 어린아이가 아닌 이상 가족들도 당사자를 제지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지적하며 "민사(손해배상)책임을 피하려면 형사(사적 강제 이송에 따른 불법감금죄)처벌이 오고, 형사처벌을 피하려면 민사책임이 온다"고 호소했다.
지난해 9월에는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이 보호입원 제도를 폐지하는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하기도 했지만, 아직 의안은 계류중이다. 개정안은 보호의무자 입원 조항을 폐지하는 대신 생계를 같이하는 사람도 행정입원을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김 의원은 "핵심은 가족에게 과도하게 책임이 집중되는 구조를 바로잡고 행정입원을 활성화해 국가와 지자체, 구급대 등 공적 체계가 이송을 책임지도록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fa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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