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장이 부당 지시 일삼아" 진정…동료 교사 "비합리적 지시 잦아" 증언
교장 "갑질 의혹은 허위 사실…교사의 규정 미숙지로 벌어진 일" 주장
이미지 확대
[연합뉴스TV 제공 사진으로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음]
(춘천=연합뉴스) 강태현 기자 = "아픈데도 업무를 끝낸 뒤 검사를 맡으라고 하고 쓰러질 때까지 출근을 요구받았어요."
강원 한 초등학교 교장이 교사들을 상대로 갑질을 일삼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1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해 3월 해당 초등학교에 처음 임용된 교사 A씨는 "4∼12월 교장 B씨로부터 지속적인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며 지난달 18일 교육부와 강원도교육청, 국가인권위원회에 피해 사실을 알렸다.
A씨가 각 기관에 제출한 진정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19일 A씨는 초등학교에서 쓰러져 병원으로 향했다.
같은 해 11월 심장 질환이 있다는 의사 진단을 받고 병세가 악화한 데 이어 12월 우울·불안 증상으로 인해 3개월간 정신과 치료가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더 이상의 교육 활동이 무리라고 판단한 A씨는 학교에 진단서를 제출한 이후 병가와 관련한 상담을 진행했지만, '학교에 빠지면 무단결근'이라는 교감 선생님의 발언만 돌아올 뿐이었다.
이미지 확대
[교사 A씨 측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튿날 새벽 건강 상태가 급격히 악화한 A씨는 재차 병가를 신청했지만, 교감으로부터 '생활기록부를 모두 작성해 교감에게 검사받아야 승인해주겠다'는 취지의 B씨의 말을 전달받았다. 행정 절차상 병가 승인권자는 교장인 B씨에게 있었기 때문에 A씨는 그 지시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이에 퇴근 후 집에서 남은 업무를 이어갔으나 또다시 상태가 악화했고 다음 날 오전 출근을 하기 어려울 정도로 몸이 좋지 않다고 알렸지만, 교감 선생님으로부터 '얼굴은 비추라'는 취지의 말을 들었다.
결국 택시에 몸을 싣고 학교로 향한 A씨는 교내에서 쓰러졌고 병원 응급실을 거쳐 인근 내과에서 치료받았다. 그제야 병가 승인 등 행정 처리가 모두 이뤄졌다.
A씨는 "건강 이상을 보고한 이후에도 업무 압박이 지속됐고 하루 만에 도저히 작성할 수 없는 생활기록부 작업을 다 마쳐야 쉬게 해준다는 등 부당한 대우를 겪으면서 상당한 심리적 부담과 스트레스를 느꼈다"고 털어놨다.
이 같은 모습을 지켜본 동료 교사는 "A 선생님은 건강 문제로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힘들어 보였다"며 "병가 사용은 마땅히 교사의 권리임에도 불구하고 아이들 숙제 검사하듯 모든 업무를 마친 뒤 검사를 받으면 승인해주겠다고 해 불합리하다고 느꼈다"고 답답해했다.
이미지 확대
[교사 A씨 측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A씨는 또 "B씨로 인해 불필요한 업무 부담에 시달렸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9월 30일 A씨는 B씨로부터 "초교 앞 무인 문구점에서 발생한 절도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문구점에서 대기하며 중학생들의 비행을 잡으라"고 지시받았다.
A씨는 "내가 교내 안전사고 예방 담당 업무를 맡고 있다는 이유로 B씨가 학내 초교생을 상대로 한 교육활동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잠복과 감시를 지시했고 이 일은 퇴근 이후까지도 지속됐다"고 했다.
그는 "인근 중학생들이 교내 초등학생을 절도에 끌어들인 점 등 잠복을 지시한 배경 자체는 이해가 가지만 방법이 틀렸다"며 "학교 주위를 비추는 폐쇄회로(CC)TV를 추가로 설치하거나 학교전담경찰관(SPO)에게 상황을 공유해 순찰을 강화하도록 하는 등 여러 방법을 고려할 수 있는데도 다른 학교 학생의 비행을 한 장소에 머물며 지켜보라고 한 것은 비효율적일 뿐만 아니라 적정 범위를 벗어난 업무 지시로 여겨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A씨는 앞서 같은 해 5월 1∼19일 학교 운동장을 사용하는 외부인을 막기 위해 퇴근 이후 시간까지 운동장을 살피라는 지시를 듣는 등 본래 맡은 '안전 업무' 범위에서 벗어난 일에도 시달렸다고 토로했다.
이미지 확대
[연합뉴스TV 캡처 사진으로 기사와 직접적인 연관 없음]
또 다른 동료 교사는 "교장 선생님은 정상적인 업무 범위에서 벗어난 지시를 강요했다"며 "학생과 학교의 안전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비합리적이고 꼬투리 잡기식 지시로 느껴지는 일들도 여럿 있었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부당한 상황에도 이를 그저 이행할 수밖에 없었던 신규 교사의 힘든 사정을 옆에서 지켜볼 수밖에 없어 답답했다"고 말했다.
B씨에게 갑질 피해를 봤다는 한 교사도 "교장 선생님은 많은 일을 두고 '학교장의 재량'이라는 말로 선생님들을 괴롭혔다"며 "모욕적인 발언과 지시로 억울하고 답답했지만, 문제를 제기하기 어려웠다"고 했다.
A씨는 그 밖에도 B씨가 교사 개인에게 주어진 연가일수를 미리 알리지 않고 임의로 줄였다가 뒤늦게 복구된 사례도 있었다고 밝혔다.
A씨는 "교원으로서 직무 범위를 벗어난 부당한 업무 지시와 휴식권을 침해하는 반복적인 지시, 전문성이 요구되거나 위험성이 수반되는 업무의 전가 등이 지속됐다"며 "저연차 교사로서 학교 조직과 업무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상급자의 우월적 지위 하에 반복적으로 이뤄진 괴롭힘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초임 교사로서 학교에서 가장 높은 지위에 있는 교장 선생님을 상대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한편으로는 두렵고 무섭지만, 나와 같이 소모품처럼 취급받으며 억울하게 일하는 선생님이 더는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나서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미지 확대
[연합뉴스TV 제공]
교장 B씨는 "아직 A 선생님의 진정 사실에 대해 교육청으로부터 통보도 받지 못했다"며 "복무규정, 업무 분담 등 학교 시스템을 근거로 A씨의 주장에 대해 모두 설명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갑질이라면, 그 부분에 대한 책임을 질 것"이라며 "갑질 의혹은 허위 사실"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B씨는 "A 선생님이 연가 관련 규정 등에 대해 숙지하지 않고 학교생활에 임해 내가 갑질을 한다고 오인한 것에 불과하다"고 해명했다.
또 "A 선생님이 금융투자로 큰 손해를 보고 '하루하루가 너무 힘들다'며 학교생활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강원교육청은 이번 사안과 관련해 현장 조사와 함께 관련자 면담을 통해 진상조사에 나설 방침이다.
국가인권위에서는 최근 A씨에 대한 1차 면담을 진행했으며 추가 조사를 통해 인권 침해 소지가 있는지 살필 예정이다.
taetae@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6년03월01일 06시13분 송고









English (U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