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적 개발협력 기조 본격화…무상원조 통합·성과 관리 보완 지적 나와
"외교·산업 연계 불가피" 흐름 속에 "빈곤 감소 등 가치 약화" 우려도
(서울=연합뉴스) 성도현 기자 = 정부가 26일 확정한 '제4차 국제개발협력 종합기본계획'은 한국 ODA를 확장하는 '전략적 ODA'를 표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원조의 상업화" 우려와 함께 개발협력 본연의 성격을 잃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 "ODA 전략화는 흐름"…국제질서 변화 속 각국 활용 추세
계획에는 개발협력을 외교·경제 정책과 연계하고 민관 협력을 확대하는 방향이 담겼다. 한국의 산업 역량과 정책 경험을 활용해 효과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기업 참여 확대, 부처 협업 강화, 사업간 연계를 통한 대형화 등이 추진과제로 제시되면서 개발협력을 원조 모델을 넘어 협력 플랫폼으로 활용하려는 정부 구상이 읽힌다.
외교·개발협력 연구자들은 ODA 전략화 자체는 개발협력 환경 변화 속에서 새로운 흐름이 아니라는 해석을 내놓는다.
손혁상 경희대 공공대학원장은 "과거에는 원조 확대가 목표였다면 이제는 어떤 효과를 낼 것인지 고민하는 단계로 들어섰다"며 "주요국들도 개발협력을 외교·통상 정책과 연계하고 있어 한국만 예외적으로 운영하기 어려운 환경"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략화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정책의 목적과 개발원조의 효과성을 균형 있게 고려하는 것"이라며 "정책 목적이 개발 성과를 대체하는 방식으로 작동하지 않도록 설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국국제협력단(코이카) 출신 한 개발협력 전문가는 "국익 연계형 ODA는 경제·안보와 국가경쟁력 확보라는 차원에서 필수적"이라며 "전략적 이익을 반영하면서도 근본적인 가치가 희석되지 않게 선순환 구조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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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자료사진]
◇ 무상원조 통합·성과 관리 등 제도 변화 보완 지적도
무상원조 통합 등 정책 체계와 성과 관리 측면에서 제도 변화 필요성도 제기된다.
계획에는 코이카 공공협력사업을 중심으로 무상원조 통합적 플랫폼 체계를 강화하고, 40여개의 수행기관을 절반 이상 정비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1천600여개에 달하는 사업 건수도 대폭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전직 개발협력 당국자는 "무상원조 통합 추진 정책 방향은 바람직하다"면서도 "실제 이행할 때 국무조정실과 외교부가 적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 주도권 싸움으로 번지면 통합정책 이행이 어그러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ODA 통합 성과 관리 체계를 구축해 사업으로 달성한 산출물을 주기적으로 집계·관리하고, 구체적인 성과를 종합적으로 제시한다는 내용도 눈에 띈다. '투입량'을 중심으로 한 기존 방식 대신 '실질적인 산출량' 중심으로 바꾼다.
남수정 한국행정연구원 평가지원팀장은 "ODA 규모가 커지면 사업의 효과성을 체계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그러나 산출량 중심으로 한다고 해서 전략 목표가 관리되지 않는다"며 "상위 전략목표-사업-성과 간 정합성을 높일 수 있도록 성과관리 체계의 고도화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개발협력은 단순한 투자사업이 아니라 협력국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뒷받침하는 사업인 만큼 빈곤 감소, 제도 구축, 역량 강화 등 개발의 결과 수준의 성과를 반영하는 평가 기준이 보완돼야 한다"며 "현 단계로서는 전략 목표 달성 여부를 제대로 파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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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업 참여 확대…"개발협력 본래 목적 최우선해야"
특히 기업의 ODA 사업 참여 확대를 둘러싸고 논쟁이 집중된다.
정부는 우리 기업이 개발도상국 인프라 확충과 우수 기술 제공 등의 방식으로 사업의 지속가능성과 현지 경제 파급 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입장이다.
개발협력 분야의 한 전문가는 "기업의 AI, ICT 등 혁신 기술이 개발 현장에 제대로 접목되면 사업 효율성이 크게 높아질 것"이라며 "적절한 기준과 관리 장치가 마련된다면 ODA의 질적 내실화를 위한 긍정적인 변화"라고 평가했다.
반면 학계 일부와 시민사회에서는 사업 성격이 변질할 가능성을 우려한다.
송지선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 교수는 "효과적이고 지속 가능한 성과를 위해서는 기업 참여를 통한 추가적 개발 재원 동원과 협력국 지속가능개발목표(SDGs) 이행 지원, 사회적 가치 창출이라는 목표 달성에 기여하는 방식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이를 위해 기업 유형과 특성 등을 고려해 한국 기업 진출에 대한 수요, 역량, 비교 우위 등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며 "이를 바탕으로 한 지원 및 협력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재광 발전대안 피다 대표도 "기업이 단기적 경제 이익에 중점을 둔다면 원조의 상업화로 변질할 수 있다"며 "정부는 산업과 기업을 위한 정책을 펼 때 개발협력의 본래 목적을 최우선으로 해 사업 기획과 실행, 성과관리를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현장에서는 양쪽 논리를 모두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선 굿네이버스 부사무총장은 "문제는 기업이 참여하느냐가 아니라 어떤 기준에 따라 사업을 하느냐"라며 "기업의 역할과 진출은 지속가능성을 위한 방편이지 국익을 위한 선봉이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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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관건은 사업 수행 단계…현장 중심 유지 여부가 핵심
개발협력계 전문가들은 정책 방향보다 실제 사업 수행 단계가 더 중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한다.
김은주 한성대 사회과학부 교수는 "한국 ODA는 기업 진출이나 교역 확대를 위한 도구가 아니라 국제적 신뢰 구축과 규범적 리더십 확보를 위한 전략적 자산"이라며 "협력국에 도움이 되도록 사업을 설계하고 내용을 공개해 실행력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전문가들은 이번 계획이 개발협력을 정책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기조 속에서 공공성과 효과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을지 가늠하는 출발점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전략화된 ODA가 국제사회에서 책임 있는 모델로 자리 잡을지 여부는 단순히 정책 문구가 아니라 실제 사업 운영과정에서 결정될 것이라는 의미다.
향후 사업 설계와 집행 과정에서 어떻게 두 가치의 균형을 만드느냐가 한국 ODA 성격을 규정할 핵심 변수로 지목된다.
raphael@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6년02월26일 10시10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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