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6년 지정 후 올해로 40년…해마다 엄격하게 혈통 보존
"식당서 천연기념물 해제된 제주마 활용하거나 개량종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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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자료사진]
(제주=연합뉴스) 변지철 기자 = 제주마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지 올해로 40년을 맞았다.
'사람은 나면 서울로 보내고, 말은 나면 제주로 보내라'는 옛말처럼 말은 제주를 대표하는 상징 중 하나다.
왜소한 체구에도 불구하고 다부진 근육과 강인한 지구력을 자랑하는 제주마는 유전적으로 다른 지역의 말과 확연히 구별되는 특징을 지닌다.
맛과 영양 또한 뛰어나 제주에는 말고기를 주메뉴로 하는 음식점이 많고, 보양식을 찾는 미식가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제주마가 천연기념물이라고 하는데, 과연 식당에서 마음 놓고 먹어도 되는 것일까.
제주마를 둘러싼 궁금증을 풀어본다.
◇ 제주마 천연기념물 지정 40년 "혈통 철저히 관리"
제주에서 말은 단순히 가축 이상의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말은 탐라국 건국 신화에서부터 오곡의 씨앗과 함께 등장하며 농경과 목축 시대의 서막을 알린 존재다.
문헌 기록으로는 고려 문종 27년(1073년)에 탐라가 고려 조정에 말을 진상했다는 첫 기록이 있는 등 오래전부터 제주에서 말을 길러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제주도가 말의 산지로 유명하게 된 것은 고려시대 몽골(원나라)이 군마 생산·공급 기지로 제주(탐라)를 주목하면서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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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연합뉴스) 조선시대 탐라순력도(보물 제652-6호) 중 하나인 '산장구마(山場驅馬)'. 1702년(숙종 28년) 이형상 목사가 말을 점검하는 그림인 산장구마에는 가시리의 녹산장이 가장 중요한 제주마 목장으로 그려져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몽골은 고려 충렬왕 2년(1276년) 제주 성산읍 수산리 지역에 몽골식 목마장을 설치하고 몽골마 160필과 말을 관리할 전문 인력인 목호(牧胡)를 보내 말을 기르게 했다.
제주는 공민왕 23년(1374년)까지 약 100년간 원나라의 직할 목장으로 운영되면서 말을 공급했다.
이 과정에서 몽골의 선진 목축 기술과 목축 문화도 함께 제주에 전해진 것으로 보인다.
이후 몽골마와 토종마의 교잡이 이뤄지고 오랜 세월 '섬'이라는 독특한 제주 환경에 적응하면서 다른 지역과 확연히 구별되는 '제주마'가 탄생한다.
체구는 작지만 체질이 강건하고 지구력이 뛰어나면서도 온순한 유전적 특성을 지닌다.
여러 장점으로 인해 군마로 쓰였을 뿐만 아니라 밭농사와 농산물 운송, 이동수단 등 다양하게 활용됐다.
하지만 제주마는 시간이 지날수록 그 중요성이 점차 줄어들었다.
1960년대 이후 농기계 보급과 운송수단이 발달하는 등 산업화가 진행됐기 때문이다.
조선시대 제주에서 연간 1만∼2만 마리가 체계적으로 사육됐지만, 1980년대 들어서 최저 1천347마리까지 줄어드는 등 제주마는 멸종위기로 치달았다.
제주도는 제주마의 멸종을 막기 위해 1985년 '제주마 혈통정립 및 보존에 관한 학술연구 용역'을 실시하고, 연구용역 결과에 따라 순수혈통 제주마 64마리(암말 55, 수말 9)를 선정했다.
제주마는 1986년 2월 8일 국가지정문화재 천연기념물 제347호로 지정돼 올해로 40년째 국가 차원에서 보호되고 있다.
제주도 축산생명연구원은 제주마의 체계적 혈통관리를 위해 아비마와 어미마, 망아지 삼자간 유전자 분석을 통해 친자확인을 거쳐 제주마로 등록하는 등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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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연기념물 제주마는 169마리…나머지는 해제 또는 개량종
천연기념물인 제주마를 먹어도 되는 걸까.
국가유산청의 '천연기념물 제주의 제주마 관리지침'은 천연기념물 제주마를 '제주특별자치도 축산생명연구원 목마장과 방목장 보호구역 내의 제주마로서 혈통 및 표준체형을 갖춘 제주마를 말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천연기념물 지위는 제주축산생명연구원에서 사육 중인 순수 혈통의 제주마에 한정한다는 것이다.
2026년 2월 현재 제주축산생명연구원에 총 169마리(암말 138, 수말 19, 망아지 12)가 보호받고 있다.
관리지침에서 정하는 최소 적정 사육두수는 150마리로, 정부는 제주마 고유 혈통을 보존하기 위해 이 이상을 항상 유지하도록 하고 있다.
매년 엄격한 심사를 통해 혈통과 표준 체형을 유지하지 못하는 개체는 천연기념물에서 해제해 보호구역 밖으로 반출된다.
결론적으로 우리가 일반적으로 식당에서 접하는 대부분의 말고기는 천연기념물이 아니다.
시중에 유통되는 고기는 천연기념물 지위가 해제된 제주마, 제주마와 더러브렛 등을 교배해 생산성을 높인 한라마 등 비육용 개량종이다.
2024년 말 기준 제주도내 1천101개 농가 및 승마장 등에서 1만4천936마리가 사육되고 있다.
제주에는 '말궤기론 떼 살아도 쉐궤기론 떼 못 산다'(말고기로 끼니를 삼는 것이 가능하지만, 소고기로는 불가능하다), '애기 가졍 말고기 먹으면 좋다'(임신 중에 말고기를 먹으면 좋다)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말고기의 가치를 높게 평가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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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소고기와 달리 말고기가 소화가 잘 될 뿐만 아니라 오래 먹어도 물리지 않는다고 여겼다.
또 원기를 회복시키고 뼈와 근육, 인대와 관절을 튼튼하게 한다고 해서 말고기 외에 말뼈를 고아 먹곤 했다.
과거 말이 매우 귀했던 한때 '말고기를 먹으면 부정 탄다'거나 '재수 없다'는 인식이 사람들 사이에 퍼지기도 했지만, 이는 조선 시대 지배계층이 군마나 진상품으로 쓰일 말을 백성들이 잡아먹지 못하도록 의도적으로 유포한 '문화적 공작'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난 1989년 제주 최초의 전문 식당이 등장한 이후, 제주에서는 국내 말고기 70% 이상이 생산·소비되는 등 말고기가 향토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제주 말고기 산업이 풀어야 할 숙제도 적지 않다.
퇴역 경주마가 식용으로 도축·유통돼 제주산 말고기 전체에 대한 이미지가 훼손되기도 하는 등 소비자들 사이에 품질에 대한 의구심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우려가 나온다.
맛과 품질, 가격 면에서 관광객이 믿고 먹을 수 있는 신뢰를 구축해야만 제주마의 보존 가치가 지역 경제의 활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제주도 관계자는 "(제주도는) 퇴역 경주마 식용 판매를 막기 위해 '제주 말고기 판매 인증점'을 지정해 운영하고, 등급제를 실시해 1등급 이상 말고기를 생산하는 농가를 지원하는 등 제주에서 판매되는 말고기 품질을 보장하고 말고기를 알리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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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j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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