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정부, 총기 합법소지 두고 '무장폭도' 규정·사살 정당화
공화당 '내로남불' 논란…총기단체 "준법시민 악마화" 반발
수정헌법 2조 재소환…'무장 사회가 안전한가' 총기옹호론 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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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티 놈 미국 국토안보부 장관이 이만단속 요원들에게 사살된 알렉스 프레티를 '무장 폭도'로 규정하며 공개한 프레티의 권총 [AFP 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로스앤젤레스·서울=연합뉴스) 임미나 특파원 장재은 기자 =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연방 이민단속 요원의 총격으로 미국 시민인 37세 남성이 사망한 사건이 총기 소지권 논쟁으로 비화했다.
연방정부가 사망자 옷 속에 권총이 있었다는 점을 강조하며 이민단속 요원의 시민 사살을 정당화하려고 하자 총기소지를 헌법적 권리로 옹호하는 이들이 정부의 태도를 지적하기 시작했다.
크리스티 놈 미국 국토안보부 장관은 24일(현지시간) 이민단속 요원들의 총에 맞아 살해된 알렉스 프레티(37)를 무장한 폭도로 규정하며 정당방위를 주장했다.
놈 장관은 "어떤 평화 시위자가 팻말 대신 총을 갖고 등장하는지 모르겠다"며 "누군가 총을 갖고 무기를 갖고 그걸 법집행관들에게 쓰고 있다면 그건 난폭한 폭도"라고 말했다.
미국 법무부 소속 연방 검사 빌 에세일리도 25일 엑스(X·옛 트위터)에 "총기를 소지한 채 법 집행요원에게 접근하면, 그들이 당신에게 총을 쏘는 것이 법적으로 정당화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글을 올렸다.
프레티는 사망 직전에 한 손에 스마트폰을 들고 이민단속 요원들을 촬영하고 있었을 뿐 권총을 꺼내든 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된다.
사건이 담긴 동영상을 보면 다수 이민단속 요원에게 제압된 프레티의 허리춤에서 한 요원이 권총을 발견해 빼앗고 그 직후에 요원 2명이 5초 동안 프레티에게 최소 10차례 근접 사격을 가한다.
프레티는 피격 전에 휴대전화로 현장을 촬영하면서 지나가는 자동차들에 교통을 안내하다가 최루 스프레이에 쓰러진 시위 참가자를 도우려다가 요원들의 제지를 받고 함께 길바닥에 쓰러졌다.
미국 언론들은 이 같은 정황을 토대로 프레티가 사건 당시 총기를 꺼내거나 사용하려고 하지 않았다고 공통된 결과를 내렸다.
연방정부의 입장은 이 같은 사실관계 때문에 총기소지 자체가 공권력을 동원한 사살을 정당화할 정도의 위협이라는 주장으로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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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단속 요원들에게 제압돼 사살당하기 전 알렉스 프레티 [AFP 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총기소지의 헌법적 권한을 옹호하는 단체들은 연방 정부의 입장을 잇달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전미총기협회(NRA)는 공식 엑스 계정에 에세일리 검사의 글을 공유하며 "이런 생각은 위험하고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NRA는 "책임감 있는 공직자는 법을 준수하는 시민들(합법적으로 총기를 소지한 시민들)을 악마화할 것이 아니라 전체 수사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수정헌법 2조에서 "잘 규율된 민병대는 자유로운 주의 안보에 필수인 까닭에 무기를 소장하고 소지할 국민의 권리는 침해되지 말아야 한다"고 적시한다.
이에 따라 미네소타주는 허가를 받으면 총기를 겉으로 내보이든 내보이지 않든 소지할 수 있도록 하는 법률을 제정해 운용하고 있다. 프레티는 법률에 따른 합법 총기 소지자였다.
미네소타 총기소유자 코커스도 공식 성명에서 "치명적 무력의 사용 원인이 뭔지 독립적인 설명을 아직 듣지 못했다"고 항의했다.
이 단체는 "사망자가 요원들을 해칠 의도가 있었다는 어떤 증거도 제시된 바 없다"며 "우리는 주 정부와 연방 정부 모두의 완전하고 투명한 조사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미국에서 총기 소지권을 옹호하는 진영은 어떤 상황에서도 그 권리의 침해가 최소화돼야 한다는 주장을 견지한다.
이런 상황에서 여당인 미국 공화당에서는 프레티 살해 사건 때문에 총기소지 옹호론자들과 보조를 맞춰온 전통적 입장이 무색해졌다.
얼마 전까지 인종차별 반대 시위인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캠페인에 총을 들고 맞불 시위에 나선 이들을 옹호하다가 프레티의 총기 소지를 문제로 삼으면서 이중잣대 논란에 휘말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선호하고 즐겨 보는 대표적 보수 방송매체인 폭스뉴스에는 공화당의 어색한 총기규제론이 속출한다.
마크웨인 멀린(공화·오클라호마) 상원의원은 "미친 자가 장전한 권총과 꽉 채운 탄창을 갖고 막대한 손실을 입히려 왔다가 사살됐다"며 "뭔 얘기가 더 필요하냐"고 외쳤다.
제프 밴 드루(공화·뉴저지) 하원의원도 "좌파가 당신들을 속이도록 내버려 두지 말라"며 "평화로운 시위자가 여분의 탄창 2개와 함께 9㎜ 무기를 갖고 있을 리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원칙에 대한 논쟁이 사라지고 진영논리에 따라 특정 행위를 칭송하거나 악마화하는 시대가 왔다는 점이 부각된다고 지적했다.
로사 브룩스 미국 조지타운대학교 법학과 교수는 WP 인터뷰에서 "지키고 싶은 미국의 비전이 '우리 편 이겨라'라면 저런 행태가 위선적이지 않다"며 미국 내 정치적 양극화가 이번 사태를 해석하는 시각도 지배하고 있다는 점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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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사회에 충격을 안긴 미네소타 이민단속 [로이터 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총기규제 옹호자를 비롯한 진보진영에서는 프레티의 총기소지를 특정한 의도로 단정할 수 없고 연방 요원들의 시민 살해가 총기소지 때문에 정당화될 수 없다는 입장이 다수를 이룬다.
미네소타 사건 때문에 총기 소지권 옹호자들이 지향하는 사회 비전 자체가 프레티 피살 사건 때문에 충격을 받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 내 총기 옹호론자들은 총기 소지 덕분에 사회가 더 안전해진다는 신념을 대체로 지니고 있다.
그러나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무장 병력이 불심검문을 일삼고 총기소지를 이유로 총에 맞아 죽는 참사가 현실로 닥치면서 이들 진영의 가치관이 흔들리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로버트 스피처 뉴욕주립대 명예교수는 미네소타 사건 때문에 수정헌법 2조가 지향하는 현실에 모순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스피처 교수는 "'무장한 사회가 안전하다'는 주장이 특히 그렇다"며 "미네소타 사건은 슬로건과 이데올로기가 현실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또다른 사례"라고 설명했다.
다른 한편에서는 미네소타 사건 때문에 총기 소지권을 담은 미국 수정헌법 2조에서 오랫동안 언급이 되지 않던 부분도 언급되고 있다.
해당 조항에는 개인의 총기 소지권뿐만 아니라 연방정부에 저항하기 위한 민병대를 위해서도 총기가 필요하다는 점이 적시돼 있다.
연방정부 대통령이 황제 같은 독재자로 돌변해 주의 권한을 침해하는 행위를 견제해야 한다는 과거의 시대정신이 반영된 문구다.
미국 대법원은 개인의 총기 소지권을 인정했지만 연방정부에 맞서 총기를 소유할 시민의 권리를 다룬 사례는 사실상 없다.
현실도 이를 용납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스피처 교수는 "누가 독재 정부에 맞서야 한다며 총을 구했다면 그런 말을 하는 순간 위법의 경계선에 서게 된다"며 "미국 체제는 분쟁을 평화롭게 해결하도록 설계되고 구조적으로 짜여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mina@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6년01월26일 12시35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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