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윈폴리오 '축제의 밤'이 차준환 '광기'로…시대 초월한 '칸초네 여왕' 밀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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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준환,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선곡 주목

피아졸라 작곡 '광인을 위한 발라드'…밀바, 1980년대 재해석

밀바, 1970년대 여러차례 내한공연 열기도

[밀라노=뉴시스] 박주성 기자 = 13일 (현지 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 스케이팅 아레나 경기장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 출전한 차준환 선수가 연기를 하고 있다. 2026.02.14. park7691@newsis.com

[밀라노=뉴시스] 박주성 기자 = 13일 (현지 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 스케이팅 아레나 경기장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 출전한 차준환 선수가 연기를 하고 있다. 2026.02.14.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한국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 간판 차준환(서울시청)이 14일(이하 현지시간)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에서 프리스케이팅 배경 음악으로 선곡한 '광인을 위한 발라드(Balada para un Loco)'는 '칸초네의 여왕'으로 통하는 이탈리아 국민 가수 밀바(Milva·마리아 일바 비오카티인밀바·1939~2021)가 부른 버전이다.

해당 곡은 아르헨티나 출신 '누에보 탱고(Nuevo Tango)'의 거장 아스토르 피아졸라(Astor Piazzolla)가 작곡하고, 우루과이 태생의 아르헨티나 시인 호세 오라시오 페레르(Horacio Ferrer)가 노랫말을 지었다. 1969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제1회 이베로아메리카 음악 축제'에서 처음 공개됐다.

부에노스아이레스 거리를 헤매며 여인에게 함께 '미치자'고 권유하는 한 남성의 이야기다. 당시 정통 탱고를 고수하던 음악계에서 이 곡은 전위적으로 여겨졌다. 공연 도중 야유가 쏟아진 이유다. 하지만 대중적으로는 폭발적인 반응을 얻으며 순식간에 아르헨티나의 국민 가요가 됐다.

붉은 머리로 인해 '붉은 여왕'이라는 별명으로 불렸던 밀바는 피아졸라의 가장 중요한 예술적 동반자 중 한 명이다. 밀바는 깊고 허스키한 음색과 연극적인 표현력으로 '광인을 위한 발라드'를 재해석했다. 밀바는 이 곡을 단순한 노래를 넘어 하나의 모노드라마처럼 느끼게 만들었다. 1980년대 피아졸라와 함께한 공연들을 통해 전 세계에 이 곡의 매력을 각인시켰다.

밀바는 1970년대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누렸다. 특히 송창식·윤형주의 통기타 듀오 '트윈폴리오'가 '축제의 밤'이라는 제목으로 번안한 '아리아 디페스타'(축제의 노래)와 '네수노 디 보이'(서글픈 사랑)' 등이 사랑을 받았다.

[밀라노=AP/뉴시스] '칸초네의 여왕' 밀바

[밀라노=AP/뉴시스] '칸초네의 여왕' 밀바

과거 기록을 살펴보면, 밀바는 1970년대에만 네 번의 내한공연을 열었다. 1971·1974·1977년 세 번은 이화여대 대강당에서, 1972년엔 서울 시민회관(현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했다. 특히 서울 시민회관 공연에서 KBS 교향악단의 연주에 맞춰 우리 가곡 '보리밭'을 한국어로 노래한 사실은 지금도 회자된다.

밀바는 차준환을 통해 다시 한 번 우리에게 각인됐다. 쇼트프로그램 점수와 합쳐 한국 남자 싱글 최고 성적(4위)을 안긴 프리 프로그램을 장식한 '광인을 위한 발라드'는 그의 예술성을 극대화하기에 완벽한 선택이다. 개최지인 이탈리아를 상징하는 목소리(밀바)와 아르헨티나의 정서(피아졸라)가 결합된 해당 곡은 차준환이 올림픽 무대에서 보여주고 싶은 메시지와 가장 잘 부합했다.

가사에서 반복되는 '피안타오(Piantao)'는 부에노스아이레스 방언으로 '미친 사람'을 뜻한다. 부정적인 의미보다는 세상을 다르게 보고 꿈을 좇는 이들의 자유로움을 상징한다. 차준환은 은반 위에서 '미치광이'처럼 몰입해 모든 것을 쏟아내 순위 이상의 감동을 안겼다. 밀라노의 빙판 위에서 울려 퍼진 이탈리아 전설의 목소리와 차준환의 몸짓은 음악과 스포츠가 하나 되는 완벽한 순간을 선사했다. 결국 '광인을 위한 발라드'는 "남들이 뭐라 해도 나만의 꿈을 향해 기꺼이 미치겠다"는 선언과도 같다.

[밀라노=AP/뉴시스] '칸초네의 여왕' 밀바

[밀라노=AP/뉴시스] '칸초네의 여왕' 밀바

밀바의 딸인 마르티나 코르냐티 씨는 15일 밀라노 빌라 네키 캄필리오에 마련한 코리아하우스를 방문해 차준환에게 "어머니의 곡을 써줘서 고맙다"며 감사 인사를 건넸다.

그는 차준환의 연기에 대해 "우아했고, 음악과 교감하고 있었다. 상상하지 못했던 큰 감동을 느꼈다. 어머니(밀바)는 5년 전에 돌아가셨지만, 그 모습을 보셨다면 나만큼 고마워하고 감동하셨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편지와 '광인을 위한 발라드'가 담긴 CD, 이탈리아에서 4년 전 밀바를 위해 발행한 특별 우표 세트를 차준환에게 선물로 전달했다.

차준환은 현지에서 국내 언론에 "(코르냐티 씨를) 직접 만나지는 못해지만, CD와 우표, 편지를 남겨주셔서 너무 놀랐다. 상상도 못한 일이어서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무척 감사했다. 오히려 내가 '광인을 위한 발라드'를 배경으로 스케이트를 타면서 더 힘을 받았다. 그래서 연락이 됐을 때 너무 놀랐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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