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시선] 쿠팡 논란과 한미 인식의 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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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규제·사법절차', 미국은 '공정경쟁' 프레임서 바라봐

트럼프 새 관세정책과 맞물려 한미 통상 현안으로 확대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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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하원 법사위 증언 나선 로저스 쿠팡 한국법인 임시대표

해롤드 로저스 쿠팡 한국법인 임시 대표(가운데)가 지난 2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의 연방 하원 법사위 회의장에 비공개 증언을 하기 위해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워싱턴=연합뉴스) 이유미 특파원 = 미국에 주재하는 한국 특파원으로서 쿠팡 관련 사안을 취재하다 보면 이 문제를 바라보는 한미 양국의 시선이 놀랄 만큼 다르다는 점을 실감하게 된다.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건과 산업재해 은폐 의혹 등을 이유로 쿠팡을 조사하고 책임을 묻는 한국 정부의 움직임을 미국 의회는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적 조치'로 인식하는 양상이다.

쿠팡은 한국 법인의 지분 100%를 미국에 상장된 모회사 쿠팡Inc가 소유하고 있는 미국 기업이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쿠팡이 한국에서 출발해 성장하고 여전히 매출의 90% 이상을 국내에서 올린다는 점에서 사실상 한국 기업에 가까운 회사로 인식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이 때문에 쿠팡이 로비를 통해 워싱턴을 움직이고 그 결과 미국 정치권이 한국 정부를 압박하는 구도가 형성됐다는 비판도 한국 사회에 적지 않다. 이른바 '한국에서 번 돈으로 미국에서 로비한다'는 불편한 정서다.

반면 미국은 전혀 다른 시각에서 움직이고 있다.

미 하원은 쿠팡 사안을 계기로 청문회와 비공개 조사를 잇달아 진행하며, 한국 정부의 미국 기업 차별 여부를 점검하고 입법 등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원 세입위원회 무역소위원회가 1월 13일 관련 청문회를 개최한 데 이어, 법사위는 2월 23일 해롤드 로저스 쿠팡 한국법인 임시 대표를 불러 비공개 조사를 진행했다.

외국 정부의 규제나 정책이 미국 기업을 부당하게 겨냥했다는 인식이 형성될 경우, 미국 행정부와 의회는 '미국 기업 보호'를 명분 삼아 이를 통상·외교 현안으로 확장해 온 전례가 적지 않다.

유럽연합(EU)의 디지털세와 빅테크 규제에 대해 미국이 자국 기업 차별을 이유로 통상 압박에 나선 사례가 대표적이다.

최근 미국 의회가 쿠팡 사안을 들여다보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그렇다면 기업의 정보 유출 사건 등에 대응하려는 한국 정부의 조치가 왜 미국에서는 자국 기업을 겨냥한 차별로 받아들여지는 것일까.

2월 26일 워싱턴DC에서 있었던 싱크탱크 아시아정책연구소 세미나에서도 이런 인식차가 분명히 드러났다.

나이절 코리 아시아정책연구소 비상근 펠로는 '한국에서는 쿠팡뿐 아니라 SK 같은 한국 대기업도 공정거래위원회 등의 규제 대상이 된다'는 한국 취재진의 질문에 "한국 기업들도 조사 대상이 되기는 하지만 미국 기업만큼 일관되거나 강도 높게 조사하지는 않는다는 인식이 미국 기업들 사이에 있다"고 답했다.

또 "한국 기업들은 공정위 등의 조사를 일종의 '사업 비용'으로 받아들이고 따르는 것이 일반적인 대응 방식이라면, 미국 기업들은 개별 사건마다 법적 정당성을 따지고 끝까지 방어하려는 접근법을 취한다"고 설명했다.

코리 연구원은 "이 문제는 단순히 한미 관계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이 일본, 싱가포르, 대만 등 다른 시장과 비교해 어떤 규제 환경을 갖고 있는가의 문제"라며 한국의 규제 시스템 변화 필요성을 거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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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연합뉴스 자료사진]

미 상공회의소 아시아 담당 부회장을 지낸 태미 오버비 DGA그룹 파트너도 이 세미나에서 현재 한국의 세무·노동·금융감독 등 규제기관 11곳이 쿠팡을 조사하고 있다면서 "38년간 한미 관계를 연구해왔지만, 한국 정부가 한 기업에 대해 이렇게 빠르고 전면적으로 대응하는 사례는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에서 개인정보 유출 사고는 쿠팡만의 사례가 아니고 SK나 KT에서도 유사한 사고가 있었지만, 이런 수준의 대응은 보지 못했다"며 쿠팡에 대한 한국 정부의 대응이 과도하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오버비 파트너는 자신이 컨설턴트로서 쿠팡 관련 업무도 수행하고 있다고 밝혔는데, 이는 쿠팡의 네트워크가 미 의회를 넘어 워싱턴 전반에 걸쳐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했다.

미국에서는 기업의 로비 활동이 합법적으로 인정된 이해관계 표명 및 정책 참여 수단이다. 미 의회가 쿠팡 사안에 큰 관심을 보이게 된 데에는 쿠팡의 로비 활동이 상당 부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다만 이 사안을 단순히 쿠팡의 로비 결과로만 치부하기에는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는 점이 문제다.

트럼프 행정부와 미 의회에서 쿠팡은 더 이상 주변적 사안이 아니라, 외국 정부의 규제가 미국 기업을 겨냥했는지 여부를 가늠하는 사례로서 보다 큰 틀에서 논의되고 있다.

한국에서는 국내 규제와 사법 절차의 문제로 받아들여지는 사안이 워싱턴에서는 미국 기업 보호와 공정 경쟁의 문제로 읽히고 있는 것이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의 새로운 관세 정책 움직임과 맞물리면서 이 사안이 한미 간 통상 현안으로까지 비화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쿠팡을 둘러싼 시각차는 결국 한미 양국이 기업의 국적과 정체성, 그리고 정부 규제의 정당성을 바라보는 관점이 얼마나 다른지를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이 인식의 간극을 관리하지 못한다면 개별 기업의 문제가 두 나라 간의 통상 긴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보다 신중하고 정교한 대응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yumi@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6년03월01일 07시07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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