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시선] '트럼프 눈독'에 기로에 선 그린란드

20 hours ago 2

이미지 확대 그린란드 수도 누크

그린란드 수도 누크

[신화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브뤼셀=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미국에서 가장 큰 주인 텍사스의 3배 면적에 인구 5만7천명이 띄엄띄엄 거주하는 세계 최대의 섬.

미국에서 유럽 대륙으로 가는 최단 항로에 자리해 있으며 수도 누크는 덴마크 코펜하겐보다 미국 뉴욕에 더 가까운 곳.

기후변화로 북극 빙하가 녹으며 갈수록 잠재력이 커지고 있는 북극항로의 요충지이자 개발되지 않은 원유와 가스, 희토류 등 막대한 천연 자원이 묻혀 있는 땅.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몇년째 눈독을 들여온 덴마크령 그린란드 이야기다. 부동산 개발업으로 잔뼈가 굵은 트럼프가 과연 탐낼 만한 특징들을 골고루 갖췄다.

덴마크 자치령으로 속칭 '에스키모'('날고기를 먹는 사람들'이라는 뜻을 지닌 원주민어)로 불리던 이누이트 원주민들이 북극곰과 순록을 사냥하며 대대로 삶을 영위해 온 북극의 동토가 최근 달갑지 않은 집중 조명을 받고 있다.

이미지 확대 [그래픽] '트럼프 영토 야욕' 그린란드 개요

[그래픽] '트럼프 영토 야욕' 그린란드 개요

트럼프 대통령이 연일 그린란드에 대한 병합 야욕을 드러내면서 침공 가능성까지 거론하면서다.

베네수엘라를 상대로 전격적 군사 작전을 단행, 철권 통치자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체포해 미국으로 압송하는 장면으로 새해 벽두부터 세계를 놀라게 한 트럼프 대통령은 정말 다음 과녁으로 동맹국의 영토를 점찍은 걸까.

집권 1기부터 그린란드 매입 의향을 드러낸 트럼프 대통령은 2기 들어서도 "미국 안보에 꼭 필요하다"며 시시때때로 병합 가능성을 입에 올려 왔다.

이런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측근들이 베네수엘라에 무력을 행사한 직후 그린란드 침공 가능성을 연일 입밖에 내뱉자 그동안 설마설마하던 덴마크, 그린란드는 물론 유럽 전체까지 긴장에 휩싸였다.

지금까지 그린란드를 향해 쏟아낸 위협이 단순히 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현실화할 경우 그 후폭풍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의 위협에 전전긍긍하고 있는 유럽으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클 것이 자명하다.

75년이 넘는 세월 동안 서방의 군사 동맹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주축 역할을 해온 미국이 우방 덴마크를 상대로 군사 행동을 하는 것 자체가 2차대전 이래 서방의 안보를 지탱해온 나토의 종말을 의미한다는 경고가 벌써부터 나온다.

이미지 확대 트럼프 대통령의 '그린란드 눈독'에 항의하기 위해 2025년 3월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시위

트럼프 대통령의 '그린란드 눈독'에 항의하기 위해 2025년 3월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시위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유럽 내부적으로는 힘으로 타국의 영토를 차지하는 것은 국제법과 미국 국내법 모두에 어긋나는 것으로, 그 경우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와 다를 것이 무엇이냐는 비판과 우려가 들끓고 있다.

하지만, 유럽연합(EU)과 유럽 주요국은 "그린란드는 그린란드인들의 것이며, 그린란드 관련 사안을 결정할 주체는 오로지 당사국인 덴마크와 그린란드"라는 원론적인 입장을 내놓는 데 그칠 뿐 미국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은 자제하고 있다.

다음 달이면 만 4년을 꽉 채우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식이 절실한 유럽 입장에서는 종전의 열쇠를 쥔 트럼프 대통령의 심기를 거스를 경우 종전이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계산을 하지 않을 수 없을 터이다. 트럼프 대통령을 자극하면 미국의 무역 보복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점도 생각해야 한다.

명분보다는 이익을 우선시 하는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적과 동맹의 구분이 흐릿한 만큼 그린란드 사태 해결을 위해서는 기존 국제 질서의 문법을 뛰어넘는 창의적인 사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유럽 내부에서 들린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이 다음 주 덴마크, 그린란드와 만나 그린란드와 관련한 사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지난 7일 밝힌 만큼 기로에 선 그린란드의 운명이 어떤 방향으로 향할지 조만간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한편, 유럽이 그린란드의 미래는 그린란드가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는 가운데, 작년 초 여론조사에 따르면 그린란드 주민 56%는 덴마크에서 독립하는 방안에 찬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그린란드 주민 85%는그린란드가 미국의 일부가 되는 것에는 반대한다고 응답했다.

ykhyun14@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6년01월09일 07시01분 송고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