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시선] 루브르 입장료 5만4천원, 경복궁은 3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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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주요 관광지, 비유럽 출신 관광객들 입장료만 인상

"큰마음 먹고 온 여행, 입장료 비싸다고 안 볼 수 없단 심리 이용"

루브르서 만난 프랑스인 "이해할 수 없는 결정,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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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브르 박물관

[촬영 송진원]

(파리=연합뉴스) 송진원 특파원 = 이달 14일부터 프랑스의 세계적 관광 명소인 루브르 박물관을 방문하려는 한국 관광객들은 5만4천원짜리 티켓을 끊어야 한다.

그전까지 3만7천원이었던 입장료가 1만7천원, 45%나 인상됐다.

유로로는 22유로에서 32유로로, 10유로가 올랐다.

한국은 물론 중국, 일본, 동남아, 미국, 호주, 남미, 중동, 아프리카 관광객들도 마찬가지 금액을 내야 한다.

프랑스인을 비롯한 유럽인들은 기존처럼 22유로가 적용된다. 출신 지역에 따른 요금 차별이다. 물론 유럽경제지역(EEA)에 '거주'하는 비유럽 출신국 외국인도 22유로를 적용받긴 한다.

루브르 박물관은 문화부의 요금 정책에 따라 이 같은 차등 요금제를 이달부터 적용했다.

라시다 다티 문화 장관은 지난해 1월 현지 매체 인터뷰에서 문화재 입장료와 관련해 "이 문제에 대한 내 입장은 매우 분명하다. 비유럽 방문객이 입장료를 더 내고, 이 추가 금액이 국가 유산 복원 자금으로 사용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박물관 복원 등에 필요한 돈을 프랑스인이 아닌 비유럽 방문객들 주머니에서 걷어가겠다는 것이다.

정부에서 이런 정책을 결정하니 프랑스 곳곳의 유명 관광지들이 '이때다' 싶게 비유럽 관광객을 대상으로 입장료를 올리기 시작했다.

이미지 확대 루브르 박물관의 차등 요금제. 비유럽국 관광객은 맨 위 32유로 티켓을 사야 한다.

루브르 박물관의 차등 요금제. 비유럽국 관광객은 맨 위 32유로 티켓을 사야 한다.

[촬영 송진원]

'태양왕' 루이 14세의 거처였던 베르사유 궁전은 성수기 비유럽인들의 입장료를 현재 32유로에서 35유로(5만9천원)로 9.4% 인상했다.

화려한 스테인드글라스로 유명한 파리의 생트샤펠은 '일반 요금'이 22유로, 대신 EEA 국민이나 거주자는 16유로(2만7천원)로 할인된 요금을 적용한다고 사이트에 공지했다.

마르크 샤갈의 천장화와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의 모티브로 유명한 팔레 가르니에 역시 2월16일부터 유럽인들에겐 15유로(2만5천원), 비유럽 출신 관광객들에겐 그보다 10유로 비싼 25유로(4만2천원)의 입장료를 받는다.

차등 입장료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국적을 떠나 비슷했다.

지난 24일 루브르 박물관에서 만난 중국 여성 두얼다이씨는 "중국의 관광지 입장료는 모두 다 똑같다. 프랑스는 잘 사는 나라에서 왜 차등 정책을 두는지 모르겠다"며 "매일 입으로는 평등, 인권을 외치면서 입장료를 달리 받는 건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이탈리아에서 온 베네디타씨는 자신이 낸 입장료 22유로도 과거에 비하면 많이 인상된 가격이라고 불평했다. 비유럽인들은 32유로를 내야 한다는 말엔 "진짜 비싸다"고 혀를 내둘렀다.

베네디타씨는 "외국 관광객들은 어쨌든 큰마음 먹고 왔으니 돈을 쓸 수밖에 없지 않냐. 입장료가 비싸다고 방문을 안 할 순 없으니 그런 심리를 이용한 게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프랑스인의 반응도 마찬가지였다.

블랑딘씨는 박물관의 차등 입장료 얘기를 꺼내자마자 "기사에서 봤다. 도대체 왜 그러는 거냐. 이해를 못 하겠다"고 흥분했다.

그는 "남미나 아프리카 친구들이 꽤 있는데, 그들은 여기에 오는 것부터가 어렵다. 이미 많은 돈을 들여 관광하러 오는 사람들한테 입장료를 올려받는 건 이해할 수 없다"며 기자에게 "프랑스인으로서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다.

물론 한국인 기자의 질문이라 이들이 속마음과 다른 답변을 했을지 모를 일이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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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

[연합뉴스 자료사진]

프랑스 주요 관광지들의 입장료 인상 소식에 문득 한국 주요 관광지의 입장료는 얼마인지 궁금해졌다.

국립중앙박물관 관람료는 무료, 외국인들로 넘쳐나는 경복궁의 입장료는 대인 3천원, 외국인(만19세∼64세)도 3천원이다. 28일 환율 기준으로 치면 1.75유로다. 그나마 한복을 입고 들어가면 공짜다.

창덕궁은 3천원, 창경궁과 덕수궁은 그보다 싼 1천원이다. 유로로는 0.58유로다. 한국과 프랑스의 관광 산업 규모를 단순 비교할 수는 없지만, 어쩐지 우리만 손해 보는 느낌이다.

프랑스 문화 장관은 이렇게 거둬들인 외국인 관광객들의 입장료를 건물 보수나 문화재 복원 등에 쓰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19일 루브르 보석 절도 사건 이후 실시한 감사원 조사 결과 박물관은 건물 보수나 복원보다 신규 작품 구입에 더 많은 예산을 투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san@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6년01월30일 07시02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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