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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탄불=연합뉴스) 김동호 특파원 = 지난 11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의 아자디 광장에 묘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1979년 일어난 이슬람혁명 47주년을 기념하는 이란 국영방송 화면은 '알라의 위대함'을 표현한 화려한 국기와 거대한 미사일의 행렬로 가득찼다. 전날에는 성대한 불꽃놀이가 밤하늘을 수놓았다.
카메라가 비추지 않는 골목길에는 불과 몇주 전 시위로 아스팔트가 검게 그을리고, 붉은 피가 흘렀던 기억이 아직 생생한데 말이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이날 마이크를 잡고 "국민의 슬픔을 안다"며 이례적으로 유감을 표했지만, 밤마다 아파트 베란다에서 울려 퍼지는 "독재자에게 죽음을"이라는 외침을 덮기엔 역부족이다.
최근 이란과 관련한 뉴스가 외신 헤드라인을 채우고 있다.
지난 6일 미국과 이란의 핵협상이 재개됐고, 사흘 뒤 이란에서는 자국에 대한 제재 해제를 대가로 60% 농축 우라늄을 희석할 수 있다는 제안을 공개했다.
8개월 전 자국을 겨눈 미국과 이스라엘의 폭격에 반발하며 모든 대화를 단절했던 결의에 찬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중동에 전개된 미군의 에이브러햄 링컨호 항공모함 전단보다 이란의 지도부를 더 위협하는 것은 반정부시위를 촉발한 경제난일 것이다.
리알화 가치가 휴지 조각 수준으로 폭락하고, 나라 곳간이 텅 비어버린 상황을 제재 완화로 해소해내지 못한다면 미군의 공습이 없어도 정권이 내부에서 무너져버릴 터다.
이란 정권은 생활고에 거리로 나선 자국민을 알라의 적 '모하레브'로 부르며 총탄을 쐈고, '사탄'이라고 주장하는 미국의 지도자와 타협하며 정권 연장을 도모하고 있다.
1979년 자국 정치에 개입하는 미국에 반감을 품고 이슬람 혁명을 지원했던 이란 민중 사이에서는 이제 "트럼프는 어디에 있나"라며 개입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한때 미국을 움찔하게 했던 이란의 혁명은 이제 성대한 퍼레이드 속에 박제된 듯하다. 이란 지도부가 파격적인 개혁으로 민심을 추스르지 못한다면, 미국과 핵 합의 성과를 거두더라도 미봉책에 그칠 것이다.
dk@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6년02월13일 07시03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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