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은 기술혐오자"…최초 우주인 배출했던 러, AI는 하위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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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산업 경쟁력 현격히 뒤져…장기적으로 중국 의존 심화

옛 소련 시절 세계 과학기술 선도했던 것과 대조 극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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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모스크바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2024년 11월 20일 크렘린궁에서 데니스 만투로프(사진에 나오지 않음) 제1부총리를 면담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EPA/VYACHESLAV PROKOFYEV/KREMLIN / POOL MANDATORY CREDIT) [크렘린궁 제공 풀 사진. 크레딧 원문 표기 유지 필수] 2026.1.30.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기술혐오자인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가 AI 군비경쟁을 포기하도록 이끌었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29일(현지시간) 이런 제목의 기사에서 옛 소련 시절에 세계 최초의 우주인을 배출하는 등 과학기술을 중시했던 러시아가 이제는 인공지능(AI) 분야에서 룩셈부르크보다도 뒤졌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푸틴이 스마트폰이 없고 인터넷을 사용하는 경우도 드물고 펜과 종이와 유선전화를 즐겨 쓴다며 "이런 기술혐오자가 이끄는 나라이니, 러시아가 인공지능을 개발하기 위한 경쟁에서 경쟁국들에 뒤처지고 있는 게 무슨 놀랄만한 일이겠느냐"라고 반문했다.

더타임스에 따르면 작년 11월 미국 스탠퍼드대가 내놓은 36개국의 AI 산업 현황 비교에서 러시아는 종합순위 28위를 차지해 다른 세계 경제 주요국들 모두에 뒤졌다.

러시아가 지정학적 경쟁국으로 여기고 싶어할법한 미국, 중국, 인도가 각각 1, 2, 3위를 차지했다.

러시아의 순위는 룩셈부르크, 벨기에, 아일랜드 등 작은 나라들보다도 낮았다.

이 분석에는 각국의 연구개발(R&D) 투자와 인재 확보 정도 등이 반영됐다.

시가총액 기준 세계 100대 기술기업 중 러시아 기업은 단 하나도 없다.

AI 분야 200대 연구기관 순위에도 러시아 대학은 전무하다.

더타임스는 작년 11월 모스크바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공개된 러시아 최초의 AI 인간형 로봇이 무대에 등장하자마자 엎어졌다며 이를 러시아가 기술 경쟁에서 얼마나 뒤처졌는지 보여주는 사례로 꼽았다.

더타임스는 러시아의 이런 상황이 옛 소련 시절의 성과와 대조적이라며 1920년대 초 블라디미르 레닌의 전국 전력설치 계획, 1961년 인류 역사상 최초로 이뤄진 유리 가가린의 우주비행은 각각 고속 산업화와 냉전 경쟁을 위한 소련 계획의 핵심 요소였다고 지적했다.

러시아 대학생들은 요즘도 국제 대학생 프로그래밍 경진대회에서 자주 1위를 차지하지만, 푸틴은 AI를 비롯한 21세기 디지털 혁신이 그의 권위에 위협이 되는 것으로 여긴다는 것이다.

그는 인터넷을 "CIA(미국 중앙정보국)의 계획"이라고 부른 적도 있다.

러시아에서는 인스타그램, 유튜브, 페이스북, X, 챗GPT가 금지돼 있다.

유럽분석전략센터(CASE) 공동창립자인 경제학자 블라디슬라프 이노젬체프는 더타임스에 "러시아에서 인터넷 사용은 사치가 되어가고 있다"며 "(디지털 분야의) 기술 진보에 매우 적극적으로 반(反)하는 문화를 정부가 장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에서는 국가 지원을 받은 투자가 실패하면 뇌물죄나 횡령죄로 몰릴 수 있어서 새로운 기술에 대한 투자를 꺼리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또 기술 투자가 성공하더라도 크렘린궁 권력자들의 심기를 거스를 위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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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얀덱스의 챗봇 '알리사'

(모스크바 타스=연합뉴스 자료사진) 2025년 4월 15일 러시아의 인터넷 기업 얀덱스의 알리사 사업본부장인 발레리 스트로모프가 챗봇 알리사의 업그레이드를 발표하고 있다. (Maxim Grigoryev/TASS) 2026.1.30.

러시아 국산 챗봇 '알리사'를 개발한 검색업체 얀덱스는 정치적으로 문제가 될 소지가 있는 내용은 차단해 버리는 것이 안전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러시아는 AI 산업의 핵심 인프라인 그래픽처리장치(GPU)를 확보하는 데에도 크게 뒤져 있다.

미국 관영 해외방송 '라디오자유유럽'(RFE)의 작년 보도에 따르면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래 러시아 국영 금융기업 스베르방크가 확보한 GPU는 9천개에 불과했다.

이는 미국 기업 마이크로소프트의 2024년 한 해 GPU 구매량이 50만개였던 것보다도 훨씬 적다.

다만 전투 드론 자동조종이나 가짜 영상 제작 등 러시아 당국이 유용하다고 판단한 분야의 AI 활용은 적극적으로 시도되고 있다.

이노젬체프는 만약 AI가 오래 전부터 전망돼 왔듯이 세계 경제에 대변환을 일으킨다면 중국에 대한 러시아의 의존은 장기적으로 더 심화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는 단기적으로 푸틴에게는 별로 문제가 되지 않으며, 푸틴의 주요 관심사는 러시아의 지정학적 지위와 본인의 정치적 안정성이라고 이노젬체프는 지적했다.

그는 "푸틴은 경제를 개발하고 싶어하지 않고, 다만 소유하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는 게 내 느낌"이라고 말했다.

limhwasop@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6년01월30일 10시08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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